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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깊어가는 사랑

김진근 정애연 첫 부부 인터뷰

열두 살 나이 차 뛰어넘은 사랑

글·이혜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1. 06. 16

카메라 앞에서 싹튼 사랑은 카메라가 꺼진 뒤 더욱 커졌다. 2004년 ‘베스트극장’ 촬영 중 만나5년간의 열애 끝에 2009년 결혼한 김진근·정애연 부부. 신혼인 두 사람은 아직도 함께 있는 순간이 믿기지 않는 듯 서로를 지극히 아끼는 모습이었다.

김진근 정애연 첫 부부 인터뷰


멀리서 봐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배우 김진근(41)이 카페 문을 잡고 서 있다. 곧이어 모델 포스의 배우 정애연(29)이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들어오자 그제야 그도 뒤따라 들어오며, 반갑게 인사한다. 2009년에 결혼했는데도 이들은 여전히 신혼부부처럼 풋풋하다.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햇살 좋은 시간에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김진근은 영 어색해했지만 화보 촬영을 자주 하는 아내가 리드하는 덕에 ‘진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응시할 수 있었다. 오누이처럼 보이는 이들은 웃는 모습마저 닮아 있었다.
김진근·정애연 부부는 아기를 시댁에 맡길 수 있는 오후 2시를 인터뷰 시간으로 택했다. 아이는 이들에게 있어 세상의 중심인 듯했다. 섭외차 몇 차례 전화할 때도 아이를 돌보느라 통화 시간을 따로 잡아야 할 정도였다. 최근 김진근·정애연 부부는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 부부쇼 자기야’에 출연해, 혼전 임신 에피소드를 공개하면서 아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공개한 바 있다. 김진근이 결혼 전 임신 사실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알리면서 타박을 받았지만, 이제는 그 아기가 가족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인터뷰 시작 전 아이의 안부를 묻자 엄마의 눈이 반달로 변했다.
“아이를 낳았을 때는 잘 몰랐는데, 키우다 보니 모성이 강해지는 것 같아요. 제 아들이라서 그런지 종일 돌보고 있어도 지치질 않고요. 성은이가 이제 막 10개월이 됐는데, 옹알이를 하다가 뒤집기도 하니까 세상의 이치가 새롭게 다가와요(웃음). 아기가 저희 부부를 닮아서 키도 크고 늘씬해 또래보다 좀 성숙해 보이죠. 외모는 아빠 엄마를 반씩 닮았어요. 눈 감고 잘 때는 저를 닮았는데 평소에는 오빠랑 비슷해요.”
육아는 흔히 힘든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애연은 아이 키우는 일이 힘에 부치지 않는다고 한다. 아들 목욕은 남편이 전담하고, 그 밖의 집안 살림도 틈틈이 도와준다며 남편 자랑을 서슴지 않는다. 아내의 얘기를 듣고 으쓱했는지 김진근은 “주변 사람들이 충고해준 걸 그대로 따랐을 뿐인데, 덕분에 아내와 사이가 돈독해졌다”며 웃었다.
아이를 얻은 뒤 부부는 양가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아졌다. 김진근은 원로 배우 김진규·김보애가 딸 셋을 내리 낳다 얻은 귀한 아들. ‘귀동이’로 자랐기에 그동안 부모의 헌신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는 아이를 기르면서 부모의 고마움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출산 전에는 단둘의 시간만 갖던 이들이 이제는 일요일마다 양가 어른들을 찾아뵙는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 시댁에 갔다가 친정에 가요. 대단한 건 아니고 가서 어른들과 이야기를 하고, 식사하고 오는 거죠. 오빠가 한곳에 오래 있으면 힘들어하기 때문에 각각의 집에서 짧게 있다가 와요(웃음). 이젠 이렇게 다니는 것이 습관이 돼 힘든 줄 모르겠어요.”
두 사람이 늘 이렇게 알콩달콩 살았던 건 아니다. 여자들이 산후우울증을 겪듯이 김진근이 아빠가 되기 전 성장통을 겪은 것이다. 연애하는 동안 술에 손도 대지 않던 그가 결혼 후 술 마시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김진근 정애연 첫 부부 인터뷰


“임신하고 갑작스럽게 결혼하니까 저도 모르게 방황하게 되더라고요. 배우라는 삶도 불확실한데 아버지까지 된다는 현실이 두려웠던 것 같아요. 결혼하는 남자들은 집 한 칸이라도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인 위치에 있기 마련인데, 저는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자존심이 있어서 차마 아내한테는 얘기하지 못하고, 선배들이나 친구들에게 속내를 털어놓았죠.”
다행히 정애연은 그 시기를 지혜롭게 넘겼다. 남편과 언성을 높이며 싸울 수도 있었지만 참는 쪽을 택했다. 도리어 술 마시고 들어온 남편에게 아침을 차려주자, 남편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았다. 때마침 아들이 태어나자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재워주는가 하면,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좋은 아빠로 변신했다. 남편은 ‘준비된 사람이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는 사람이 준비해간다’며 생각을 전환했다고 한다. 정애연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던 남편의 옛 모습이 떠올라 좋았다”고 했다.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고 미안했는지 뒷머리를 매만졌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MBC ‘베스트극장’에 함께 출연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신필름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던 김진근이 정애연에게 수업을 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어졌다. 당시 그는 뉴욕 리 스트라스버그 연극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바탕으로 연기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이후 김진근은 촬영차 홍콩에 간 정애연에게 팩스로 러브레터를 보내는 한편 예비 장모를 모시고 홍콩을 깜짝 방문하면서 구애를 했다.

소극장 만들고 독립영화 찍으며 연애



김진근 정애연 첫 부부 인터뷰


“처음 만났을 때도 좋았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더 좋아졌어요. 열두 살이라는 나이 차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제가 오히려 아내한테 많이 배우는 걸요. 아내는 외모도 아름답지만 내적으로도 훌륭해요. 돈이 많아도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아내는 늘 당당해요. 장모님께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러 처가에 갔을 때, 소박한 곳에서 살지만 애연이는 자신이 딛고 선 공간에 대해 만족하더라고요. 자신감이 없으면 현실에 만족할 수 없고, 더 큰 무엇이 생겨도 행복을 느끼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아내는 이미 그걸 알고 있었죠.”
정애연은 자신을 귀하게 여겨주는 그에게 조금씩 눈길이 갔다. 처음에는 나이 차 때문에 거리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어른스럽고 넉넉한 마음 씀씀이에 끌렸다. 게다가 이들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었던 까닭에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김진근과 정애연은 함께 마임 1세대인 김성구 선생에게서 연기를 배우고, 독립영화를 찍고 소극장을 운영하면서 연기 공부에 매진했다.
“배우들은 연기 스터디를 하기 위해 종종 소극장을 대관하는데, 빌리는 비용을 생각하니까 차라리 하나를 만드는 게 낫겠더라고요. 그래서 지하 공간을 꾸며서 연습실로 만들었죠. 그러다 아예 실험공간으로 만들자 싶어서 선후배들과 그곳에서 공연을 올렸어요. 저는 ‘미쳐야 미친다(도달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데, 당시 순수한 열정으로 뭔가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뿌듯해요. 경제적으로 힘들고, 방송 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3년 만에 소극장 운영을 접긴 했지만 유익한 경험이었어요.”
정애연도 그의 일을 도왔다. 올 9월 연극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기회가 오지 않으면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허울뿐인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성공한 분들은 대부분 속이 알차잖아요. 저는 기회를 기다리기보다 그 전에 뭐라도 하면서 내공을 쌓으며 기회를 잡고 싶어요. 그래서 돈이 안 되더라도 연기하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저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려고 해요. 독립영화를 찍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그러고 보니 이들의 결혼식도 내실을 중시한 삶 그대로였다. 부부는 함께 다니는 교회 예배의 마지막 순서에 목사가 1천여 명의 신도들 앞에서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을 공표하고, 금가락지 하나씩 나눠 끼는 것으로 식을 대신했다. 평소 바람대로 소박하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치른 것이다. 이후 김진근의 누나 김진아가 ‘결혼식’ 자체를 선물해주는 바람에 양가 친지를 모시고 다시금 결혼식을 올리긴 했지만 두 사람은 “교회에서 올린 결혼식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앞으로 더 부딪치고 굴러 진정한 배우가 될 것

김진근 정애연 첫 부부 인터뷰


김진근은 결혼 후 아내에 대한 감정이 더욱 애틋해졌다. 화려한 여배우인데도 사치하지 않고, 겉과 속이 같은 순수한 아내를 보면서 배우는 바가 많다고 한다. 칭찬을 아끼는 편인 시어머니도 대놓고 며느리를 칭찬할 정도다.
“아내가 정성껏 성은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 참 예뻐요. 아이도 행복하고, 아내도 더 예뻐졌다고 하니까 가장으로서 뿌듯하죠(웃음).”
정애연은 남편의 칭찬에 빙긋이 웃으며 “좋은 엄마가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딸의 가능성을 믿고 존중해준 친정엄마 같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또래 엄마들이 남다른 교육을 시키는 걸 보면 압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우선은 아이와 함께 놀아주면서 가능성을 찾아주려고 한다.
김진근은 “우리 부부는 교육관까지 잘 맞다”며 활짝 웃었다. 그 자신이 중학교 때부터 홀로 미국 생활을 했기 때문에 조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을 법했지만, 그는 아이를 일찍부터 외국에 보내고 싶지도 않고 교육을 강요하는 건 더더욱 싫다고 했다.
이들이 신경 쓰는 건 뜻밖에도 ‘식사 예절’. 정애연의 지인이 자녀를 훌륭히 키워낸 비결이 바로 ‘식사 예절’이란 걸 알고 그 교육법을 따르기로 했다. 김진근 역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기를 꼭 식탁에 앉혀서 밥을 먹인다. 물론 아기가 어리기 때문에 어려워하지만 정해진 곳에서 식사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단다.
아들 키우는 재미에 푹 빠진 김진근·정애연 부부는 배우로서의 삶을 준비하는 데도 열정적이다. 정애연은 “예전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도 이제는 놓치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좋은 작품에서 숨겨진 나의 매력을 발산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함께 걸어가는 남편 역시 같은 생각이다.
“가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작품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역할이 작고 크고를 떠나서 가능한 한 주어진 모든 걸 하면서 부모님 같은 훌륭한 배우가 돼야죠. 앞으로 더 부딪치고 굴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에너지가 늘 좋은 편이에요. 간혹 길을 가다 넘어질 수 있지만 툴툴 털어내고 일어나면 다시금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목표의식을 갖고 살아가니까 언젠가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웃음).”

장소협찬·커피지인
헤어·성지안(라퓨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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