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마흔이니까 결혼하는 게 아쉽진 않은데,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이상해지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결혼식 당일이 되니까 도리어 담담해지면서,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만 드네요(웃음).”
지난 12월5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이휘재(38)가 플로리스트 문정원씨(30)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을 3시간여 앞두고 만난 그는 “결혼식이 별 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염려된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김나영씨가 결혼 소식을 자신한테 가장 먼저 알리지 않으면 테러를 일으킨다고 해서, 결혼 소식을 먼저 알렸거든요. 때마침 김나영씨가 쌈밥을 먹고 있어서 별말 안 하고 바로 전화를 끊더라고요. 그 이후 축하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좀 걱정되네요(웃음). 현영씨나 송은이씨도 그렇고요. 이상하게 제 주변에는 결혼식 중간에 한복 입은 채로 아이 안고 들어오겠다는 분들이 많거든요(웃음). 사실 가장 큰 복병은 아직도 이 결혼을 반대하고 있는 열한 살짜리 큰조카예요. 제가 많이 예뻐하는 큰누나 아들인데, 한번은 제가 얘한테 ‘삼촌은 결혼 안 한다’고 했다는 거예요. 조카가 그걸 기억하곤 오늘 ‘이 결혼을 반대한다’는 팻말을 써서 가져온다는데 정말 그러면 어떡하죠(웃음).”
하지만 이런 걱정도 잠시, 그간 결혼 준비하느라 힘들어선지 어서 빨리 결혼식을 치르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결혼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원래도 운동을 좋아하는데 결혼 준비하면서부터 운동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잊고 싶은 게 많아졌거든요(웃음). 결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어른이 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결혼식 준비 초반에는 바빠서 운동을 못 했는데,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는 아내가 알아서 ‘운동하고 오세요’라고 하던걸요(웃음). 운동하면서 그나마 스트레스를 풀고 오니까 보냈나 봐요. 앞으로 살면서도 힘들 때가 많을 텐데 운동 끊으면 안 되겠죠?(웃음)”
결혼 준비가 힘든 건 그의 아내 쪽도 마찬가지이지 싶었다. 실제로 그의 아내는 직업정신을 발휘해 결혼식을 철저히 준비했다고 알려졌다.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일부러 결혼식 장소를 이곳으로 정한 뒤로는 식장 관계자 측과 한 달에 두 차례씩 미팅을 하면서 결혼식 전체 분위기와 꽃의 스타일을 상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이렇듯 준비하느라 힘을 빼서인지 그는 “계획대로 ‘허니문베이비’를 갖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결혼식 끝내면 피곤해서 쓰러진다고 하는데 나도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식 준비를 한다는 것이 고단할 뿐 “내 사람이 될 아내 생각만 하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오늘 아내가 드레스 입은 모습을 몰래 봤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아내 될 사람은 착하고, 눈이 굉장히 예쁘고, 건강합니다.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는 게 구태의연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남편으로서 그 모습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어요(웃음).”
소중한 아내이기에 프러포즈도 공들여 준비했다. 안 하고 넘어가려고도 했지만 ‘결혼한 형님들이 그럴 경우 나중에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아내한테 핀잔 듣는다’고 충고했다고.
‘결혼하자’는 문구 써놓은 축구공으로 공놀이하며 프러포즈
“일단 케이크와 장미 50송이를 샀어요. 그러곤 아내에게 ‘이제 같이 축구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하면서 축구장으로 데리고 가서 볼을 주고받는 연습을 했죠. 공에는 ‘결혼하자’는 문구를 적어놓았는데 아내가 우연히 공을 보게 됐을 때 축구부원들이 나와서 ‘형수님, 축하드립니다’ 하고 박수를 쳐줬어요. 그러곤 반지와 꽃다발을 건넸는데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이휘재는 결혼에 대한 각오 또한 프러포즈 만큼 남다르다고 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에서 진행자로 일하며 친해진 박미선, 이경실 등 주부 9단들로부터 ‘행복한 결혼 생활 노하우’를 전수받은 덕분이다.
“누님들이 ‘부인 말만 잘 듣고 살면 결혼 생활이 순탄하다’고 하셔서 좀 힘들긴 하겠지만 그렇게 살아보려고요. 부모님이 (최)수종이 형이랑 (하)희라 누나 잘 사는 모습을 좋아하시니 그 모습 본받아서 잘 살도록 노력해야죠. 이상하게 정준하씨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이 다들 ‘너도 이제 죽어봐라’ 그러시던데 그 말이 진심이라면 아무래도 각오를 더 해야겠죠?(웃음)”
이휘재는 “결혼하면 퇴근 후 발을 씻겨주겠다”는 아내의 말에 “결혼은 현실이다”라고 냉정하게 말할 만큼 결혼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편. 하지만 그는 “아무리 결혼 생활이 현실일지라도 노력하면 즐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름의 비법을 공개했다.
“별다른 건 아니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서로가 힘들 때는 많은 얘기를 해서 푸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무엇보다 대화에선 솔직함이 기본이라고 봐요. 오늘도 예쁜 사람들 많이 오냐고 묻기에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예쁜 일반인들도 많이 오니까 놀라지 말라’고 했더니 조금 삐친 것 같더라고요. 아내는 ‘그게 자기한테 할 소리냐’고 묻는데,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럼 그런 얘기를 너한테 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하냐’고요(웃음).”
우스갯소리로 결혼을 앞둔 심경을 말하긴 했지만 그는 “앞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 또한 잊지 않았다. “결혼을 앞둔 남자로서 나와의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는 그를 보자 더 이상 그를 ‘이 바람’이라 부르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정원아, 결혼 발표하고 나서 오빠가 심하게 트레이닝시켜서 많이 예뻐졌지? 맵시도 좋아졌고(웃음). 오늘도 밥 안 먹으려고 하던데 결혼식 끝내고 나서 많이 먹자~. 네가 지켜달라는 것 다 지켜줄 테니까 양가 가족들에게 잘하면서 잘 살자. 결혼식을 앞두고 네가 지금 얼마나 좋아하고 있을지 상상이 된다. 사실 나 너 봤거든~. 식장에서 보자~. 댕이야, 사랑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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