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교육 중심지에서 수백 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지켜보며 입시 공부 노하우를 정립, 올해 자신의 아이를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입학시켰다. 영재학교는 2000년 제정된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다. 대한민국에 총 8곳이 있으며 수학, 과학 중심의 교육이 무학년제로 자유롭게 이루어진다. 2023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출신 고교를 살펴보면 영재학교 8곳 모두 20위 안에 포진해 있다. 이러한 뛰어난 입시 결과 덕에 이과 학생들에게 영재학교는 최고의 옵션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영재학교 입학을 대학 입시를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지난한 과정일 것”이라며 “궁금한 것이 있다면 꼭 책과 인터넷으로 알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친구라면 꼭 영재학교 입시를 시도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에게 ‘싸우지 않고’ 영재학교 보내는 법을 물었다.

사진은 영재학교 8곳 중 한 곳인 서울과학고등학교. 전국 영재학교 8곳 중 정보를 공개한 7곳의 2026학년도 평균 경쟁률은 5.72 : 1로 집계됐다.
영재학교 입학, 질문에 답해주는 것부터
교육 정보 차원에서 우위에 계셨을 것 같습니다.사실 저는 입시 정보를 파악하는 것에는 정말 둔했어요. 영재학교 입시 학원도 아내가 분당에서 유명한 곳을 찾아서 보냈습니다. 다만 제가 공부를 해봤고 많은 아이를 봐왔기에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감각은 있었죠. 아이가 제대로 공부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 팁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평가를 점수로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틀린 문제를 정리해놓은 오답 노트가 있는지, 플래너에 하루 계획과 피드백이 잘 기록돼 있는지를 보세요. 그게 진짜 공부의 증거니까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영재학교 입학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따로 있을까요.
아이가 어릴 때 반배치고사를 보는 영어 유아 학원에 간 적이 있는데, 2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단어 암기 등의 숙제가 나오니까 “나 이제 영어하기 싫어” 하고 말하더라고요. 영어로 즐겁게 놀이 활동을 병행하면서 유치원 수업을 하는 곳으로 옮기고 만족했습니다. 수학 학원은 따로 보내지 않았어요. 수학은 머릿속에 어느 정도 사고의 체계가 갖추어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일상생활에서 질문을 많이 해줬어요. 예를 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데 400km 남았어. 아빠가 지금 시속 100km로 가는데, 우리 언제 도착할까?” 이런 것을 아이에게 묻곤 했죠.
사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교육인 건가요.
네 맞습니다. 영유아기에 아이들이 정말 질문이 많거든요. 아이의 질문을 최대한 들어주고, 모르는 것은 같이 찾아주면서 호기심이 꺾이지 않게 해주면 좋겠습니다. 빽빽한 수학 학습지, 영어 단어 암기보다는 책을 읽어주고 여행을 다니며 세상을 즐겁게 많이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팁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뽑아주신다면요.
단 하나를 꼽으라면 ‘책 읽기’입니다. 바쁘다며 책 읽기를 소홀히 하지 마시고, 온전한 시간을 내어 따로 책을 읽혀주세요. 모든 배경지식의 공급처이자 문해력, 문제 이해력의 원천입니다. 저는 아이가 영유아 때부터 두꺼운 그림책을 읽어주곤 했습니다. 흥미로운 페이지부터 읽어주고, 아이에게 질문도 던지면서요. 나이가 들면서는 분야를 다양하게 하고 책의 수준을 높여가면서 읽어줬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공부 습관을 들이기 가장 좋은 시기다.

가장 중요한 시기는 ‘초등 저학년’
‘초등학교 저학년’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자제력과 통제를 배우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자기 통제가 기본입니다. 공부를 하려면 놀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문제를 풀고, 답을 금방 보지 않고 시간을 들여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뒤늦게 사춘기에 바꾸려 하지 말고, 초등 저학년 시기에 적당하고 합리적인 규율 속에서 아이의 자제력을 길러주셨으면 합니다.
중1 여름에 처음 영재학교 입시 학원을 갔다고요. 그 전에는 어떤 교육을 시키셨나요.
영재학교 입시와 별도로 심화 수학을 초등학교 때 공부시켜서 머리를 틔워놔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주 3회, 하루 3시간씩 수학 공부를 시켰습니다. 쉬운 설명이 담긴 중1에서 중3 교재를 두 번씩 반복하고, 6학년 말부터 중학 수학 심화 과정을 시작했죠.
초등학생에게 하루 3시간 공부는 쉽지 않을 텐데, 갈등은 없었나요.
초등학생은 오후 2~3시에 하교하고 나면 긴 시간이 남거든요. 그중 3시간만 공부해도 6시간 이상은 자유 시간이잖아요. 아이를 ‘공부 3시간, 자유 시간 6시간’이라는 구체적 근거로 설득했습니다. 주말에는 바다나 과학관 등을 다니면서 여유를 즐기게 해줬고요.
아이가 영재학교에 갈 만한 재능이 있다는 것은 언제쯤 파악하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아이는 계산력이나 명석함이 최상위권은 아니에요. 실제로 대형 학원에서 영재학교 입학을 위한 반배치고사를 봤을 때, 중간 반에 들어갔죠. 하지만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과 약속한 시간 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하는 끈기가 있었죠. ‘이 정도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통제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정에서 실천한 부분이 있나요.
집에서 규칙들을 만들고 지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하루 30분은 꼭 영상을 보여주고, 20분은 게임을 하게 해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 규칙을 반드시 지켜주는 겁니다. 늦게 귀가해서 자정이 넘어도 영상은 꼭 보게 해줘요. 시험 기간에 못 한 게임은 나중에 몰아서 하게 합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와 신뢰가 쌓이고 싸움이 줄어듭니다.
아이가 초등학생 때, 코딩 공부도 꾸준히 시키셨다고요.
코딩을 활용한 문제들이 과학고 입시 문제로도 나오거든요. 그래서 준비를 해두면 좋을 것 같았어요. 애플의 ‘스위프트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교육용 코딩 앱으로 처음 코딩을 공부했어요. 그래픽이 예쁘면서 재미있고, 아이들은 물론 코딩을 모르는 부모님들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요. 또 코딩을 공부하면 절차적 사고를 배울 수 있어 과학, 수학 공부에서 논리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영재학교 입시, 일반전형을 추천하는 이유
영재학교 입학 전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대부분이 1차 서류 전형, 2차 지필고사, 3차 면접으로 이루어지는 일반전형으로 입학합니다. 특별전형의 대표적인 예는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장영실 전형, 경기과학고등학교의 SW/AI분야 추천관찰전형이 있습니다. 이 영역은 정말 해당 분야에서 특출난 학생들이 뽑힙니다. 연구 수준이 대학 학부생을 넘어 이미 그 분야의 전문가 수준이어야 합니다. 두 전형 모두를 진행해본 입장에서, 영재학교를 준비하신다면 일반전형을 추천해드립니다. 큰 학원에서 준비한다면 본인의 위치 파악도 할 수 있으니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전형이죠.
영재학교 입시는 본격적으로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우선 1차 서류 전형에는 자소서, 추천서, 내신 3가지가 심사 대상입니다. 저는 아이가 평소 궁금증이 있으면 그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을 5페이지의 보고서로 만들게 했거든요. 초등학교 때 비누 만들기부터 코딩 탐구활동까지, 궁금증을 해소했던 과정들을 쌓아놨죠. 학교에서 여는 다양한 탐구 대회에 꾸준히 참여하기도 했고요. 이런 경험이 있어야 서류 전형의 자소서에 쓸 수 있는 소재가 쌓입니다.
내신 준비에서는 ‘요약정리’ 노트를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하는 방법을 추천하셨어요.
공부하다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뭔가를 보고 듣는 장면일 겁니다. 자기가 대답하면서 조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예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내는 과정에서 진짜 공부가 됩니다. 내신 시험 때가 되면 표 형태로 왼쪽에는 질문, 오른쪽에는 답을 적게 했습니다. 가령 왼쪽에는 ‘철기시대의 도구’, 오른쪽에는 ‘의식용: 청동기 이용/일상생활: 철기 이용’ 이렇게 해두는 겁니다. 이렇게 개념 정리가 필요한 모든 부분을 요약정리 노트로 만들게 했습니다.
이 노트를 친구들과 공유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공명심이었던 것 같은데, 기대하지도 않았던 좋은 영향이 많았습니다. 우선 친구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면서 만드니 더 꼼꼼하고 정확하게 작성했습니다. 또 쉬는 시간에 친구끼리 문답을 하면서 교우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고요. 더불어 이런 내용이 추천서와 자소서에도 들어가면서 입시에 큰 도움이 됐죠.
요점은 ‘싸우지 않기’
지필고사 준비는 어떻게 하나요.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창의 수학’도 꾸준한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발상법을 학습할 수 있어요. 또 과학은 배경지식과 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공부가 가장 중요해요. 선행학습을 앞서서 하는 것보다 중학교 과학을 완전히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모의 스크린타임이 아이의 성적을 결정한다고요.
신기하게 제가 쉬는 방식이 아이의 쉬는 시간 보내는 방식을 결정했습니다. 제가 책을 즐겨 읽는 때는 아이도 책을 읽고, 제가 휴대폰을 볼 때는 아이도 빠르게 저를 따라 하더라고요. 일본 속담에 “자녀는 부모의 등 뒤에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전우애라고 생각하시고 아이들 공부할 때 옆에서 휴대폰을 보기보다는 책 읽는 모습 혹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입시 준비 과정에서 자녀와 싸우지 않는 비법이 있다면요.
“사과에 인색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작 본인이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거나 어른의 권위로 눌러버리고는 괜히 미안하니 맛있는 것을 사준다든가, 규칙을 깨면서 놀려주는 방식은 최악입니다. 명쾌하게 인정하지 않은 부모의 잘못을 아이는 분명히 기억할 것이고, 갑자기 제공되는 인과관계 없는 호의에 혼란스러워합니다. 또 학부모님들께 가장 부탁하고 싶은 것은 아이에게 칭찬을 듬뿍 해주시라는 겁니다. 학생들을 오랫동안 봐온 결과, 아이들은 칭찬이 너무 고픕니다. ‘엄친아’ ‘엄친딸’들과 우리 아이들의 실력을 비교하지 마시고 “잘했다” “수고했다” “열심히 했구나”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재학교 #고교입시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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