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보는 얼굴, 뭐가 그리 반가울까. 5분 간격으로 도착한 김창렬(36)·장채희(29) 부부는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수줍어했다. 눈빛부터 교환한 뒤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야구연습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는 남편이 다리 통증을 호소하자 장씨가 상태를 살피기도 했다. 남들은 길에서 봐도 못 본 척 지나친다는 결혼 7년째 접어든 부부답지 않은 분위기다.
“워낙 잘 못 봐서 그래요. 오빠가 일이 너무 바빠 1주일 내내 집에 늦게 들어오거든요. 새벽 3시를 훌쩍 넘겨 들어올 때도 다반사라, 이야기는커녕 얼굴 볼 시간도 없어요.”
두 사람은 2003년 만나 같은 해 결혼했다. 지인을 통해 합석한 자리에서 김창렬은 드라마에서 보던 ‘후광효과’와 ‘슬로모션’을 체험했다. 첫눈에 반해 8개월의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에 골인, 얼마 후 아들 주환이를 얻었다. 이듬해 결혼하려 했으나 아이가 생겨 일정을 살짝 앞당겼다. 급한 마음에 약혼식부터 올리고 그날 밤 장인·장모에게 사실을 고백했다. 이 부부를 서울 영등포 경방 타임스퀘어에서 만났다. 김창렬 부부가 지난 10월 오픈한 크루아상 가게가 있는 곳이다.
“아내가 예전에 하던 인터넷 쇼핑몰을 그만두고 한동안 집에만 있었어요. 바깥 활동 없이 살림만 하다 보니 조금 어두워지는 것 같아서 일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활동적이고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을 찾다 보니 가게가 좋겠다 싶었죠.”
가게를 하게 된 이야기를 묻자 조심스레 아내의 기색을 살핀다. ‘조금 어두워지는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표현을 고르고 골랐다. 평소 아내를 배려하는 게 몸에 밴 남편이 분명하다. 이에 아내가 눈을 흘기며 말을 이었다.
“어두워진 건 아니고요(웃음). 다른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오빠한테로 뻗었어요. 속상한 일이 있으면 전화해서 투정도 하고, 술 많이 마신다고 한 번씩 잔소리도 하고. 오빠는 제가 살림하느라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다고 생각했나 봐요. 어느 날 갑자기 ‘뭐 하나 해볼래?’하기에 그냥 흘려들었는데, 진짜 하게 된 거죠.”
결혼 후 온전히 쉰 날 보름도 안돼
김창렬에게 결혼은 축복이요 아내는 은총이다. 가족이 생기면서 철없던 지난날을 버리고 건실한 일꾼으로 거듭났다. 방송에서도 “가족 덕분에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여러 차례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빚을 내 결혼식을 올리고 통장 잔고 없이 신혼생활을 시작했지만, 결혼한 뒤에는 누구보다 억척스레 일한 것도 가족 때문이다.
“혼자일 때는 경제관념이 없었어요.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이 없으니 일은 하고 싶은 만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즐겼죠. 한데 결혼하고 바로 주환이가 태어나니 현실감각이 생기더군요. 결혼 후 하루 종일 쉰 날이 보름이 안 될 정도로 빠듯하게 움직였어요.”
알려졌듯 김창렬은 ‘악동’이었다. 귀엽게 말해 ‘악동’이지 사실 ‘싸움꾼’에 가까웠다. 한 방송에서 MC몽은 그를 “술집 심야 난투극, 길거리 주먹다짐 등 공식 싸움횟수 무려 1백여 번, 합의금 최고 금액 7천5백만원. 당신을 ‘경찰 과로 유발죄’로 고소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아내는 감동받기보다 “민망하다”는 반응이다.
“오빠가 저한테 직접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어요. 방송이나 기사를 통해 알았죠. 한데 ‘악동 김창렬을 사람 만들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안해요. 제가 기도하고 노력하며 오빠를 바꾸려 한 게 아니거든요. 저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잘 살아보려 맞춰가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서로 맞춰가며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남자친구에서 남편으로, 여자친구에서 아내로 역할 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남편뿐 아니라 본인도 얻은 게 많다. 함께 주고받았는데 자신만 준 것처럼 포장돼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친구 많은 남편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사는 법
이 부부가 싸우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리를 피한다. 가끔 말다툼을 하지만 선을 넘지 않고 뒤끝도 남기지 않는다. 하지만 신혼 3년간은 어느 부부보다 열심히 싸웠다.
싸움의 이유는 간단하다. 아내는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남편이 야속했고, 남편은 업무상 술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내가 답답했다. 변한 건 없다. 김창렬은 여전히 매일같이 술에다 친구들 챙기기 바쁘다. 하지만 아내에겐 여유가 생겼다.
“항상 밤에 전화가 와요. 오빠가 함께 술 마시는 분을 바꿔주면 ‘오늘 하루만 창렬이 빌립시다’그래요. 저는 ‘집에만 보내주세요’라고 웃고 말지만, 그게 저한테는 365일이에요. 매일 사람을 바꿔가며 술을 마시니까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원망을 하다가 잔소리를 해서 사람을 바꿔볼까, 불쌍하게 여겨볼까, 포기할까,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죠. 이런 게 쌓이다 보니 결혼 5년째 들어서는 오빠가 뭘 해도 서운할 정도로 마음이 안 좋았어요. 하지만 어느 날 결혼 전 남편과 지금의 남편을 비교해보니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거더라고요. 그때부터 믿어주는 편이에요.”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는 아내가 고마운 게 당연하다. 방목을 하니 오히려 품 안에 들어가게 됐다. 섭섭함을 숨기고 자신을 믿어주는 아내가 고마워 예전보다 더 잘하려 노력한다. 부부간 신뢰의 힘이다.
“가족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고 정을 주는 스타일이라 미안하죠. 예전에는 데이트도 자주 했는데 최근에는 둘만의 시간도 못 가졌어요. 얼마 전에 영화를 보러 갔는데 어색하더라고요(웃음).”
친한 지인이 많지만 그중 임창정과는 부부끼리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임창정의 아내 김현주씨와 채희씨는 닮은꼴 외모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내끼리도 친한 편인데, 현주씨도 비슷한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번은 현주씨가 “언니는 현명하게 잘 이해를 하느냐”라고 묻기에 “현명한 게 아니라 5년 동안 몸으로 부딪치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상대가 노력을 해도 내 마음에 차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는 길밖에 없다. 시간이 자연스레 해결해줄 거다”라고 말해줬다.
최근 육아계의 화제어는 ‘프렌대디’였다. 엄마의 영역으로 통하던 육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친구 같은 아빠를 뜻하는 말이다. 김창렬 역시 ‘프렌대디’가 되려 노력하는 아빠다. 일주일에 한 번은 주환이와 지칠 때까지 놀아준다. 이런 경험을 담아 얼마 전 ‘김창렬의 아빠수업’을 펴내기도 했다. 아이는 진짜 놀아주는 것과 놀아주는 척하는 것을 귀신같이 구분한다고 한다. 아이의 심신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주려면 진심으로 즐기며 놀아줘야 한다. 이런 면에서 김창렬은 100점짜리 아빠다.
“남편이 투정도 많이 부리고 애교도 많은 편이에요. 주환이랑 서로 ‘엄마는 내꺼’라며 싸우다가 결국 자기가 이겨요. 요즘에는 나이 들어서 소심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이번 빼빼로데이에는 왜 빼빼로를 안 주냐며 진짜로 삐치더라고요. 결국 술 마시는 곳에 밤 11시50분에 찾아가서 겨우 데드라인을 맞춰 줬어요.”
“빼빼로 주러 왔을 때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빼빼로를 주고받는 날’이라고 어색하게 말하며 주고 가더라”며 키득거리는 남편. 아내는 이에 “남녀 함께 주고받는 날인데 당신은 왜 안 주냐. 그리고 이런 거는 연애할 때나 하는 거다”라며 옥신각신한다. 부부가 연인 모드를 유지하는 데는 이렇듯 김창렬의 애교가 큰 몫을 담당한다.
내후년쯤 둘째 계획, 딸 낳고 싶어
스물셋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한 채희씨는 아직 미혼인 친구들이 더 많다. 처음에는 술 마시는 남편에게 약이 올라서 자신도 놀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주환이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고, 주환이가 자신만큼 컸을 때 팔짱 끼고 데이트할 생각을 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이 부부를 보며 DJ DOC의 이하늘과 정재용도 부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부러워하면서도 결혼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하늘이형은 결혼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재용이는 모르겠어요. 사실상 가장이라서 부담이 큰 것 같아요. 보통 남자들이 상황이 안정된 뒤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결혼해야 안정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가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될까 두려운 거죠.”
특히 일찍 부모를 여읜 김창렬에게 이하늘은 아버지처럼 따듯한 존재다. 힘들거나 비뚤어지려 할 때마다 가장 먼저 다독여주는 것도 이하늘이다. 이하늘은 결혼 전 채희씨에게도 “나는 창렬이와 이미 10년 전에 결혼했다. DJ DOC는 결혼한 거나 다름없어서, 헤어질 수도 없고 앞으로도 같이 갈 사이다. 한데 그동안 힘든 고비가 굉장히 많았다. 그래도 우리는 관계를 지켰다. 채희씨도 창렬이와 좋은 부부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해 감동을 줬다고 한다.
김창렬은 98년 사고로 아버지를, 2000년 간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고등학교도 그만두고 속만 썩였는데, 의젓한 가장이 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결혼으로 장인·장모를 얻었다. 무뚝뚝한 편인 딸 둘보다 살가운 사위를 장인·장모는 더 예뻐한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나면 냉큼 품에 안기고 쌈을 싸주며 조근조근 말도 잘하는 사위. 김창렬도 아내에게 “부모님이 살아계셨으면 너 되게 예뻐하셨을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아쉬워한다. 몇몇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꼬마스타가 된 주환이를 못 보고 가신 것도 안타깝다. 부부를 꼭 반씩 닮은 주환이는 개구쟁이인 한편 수줍음도 많다. 김창렬은 주환이를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밝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억지로 공부를 시킬 생각도 없다. 하지만 엄마는 다르다. 학교를 가려면 2년이 남았지만 조심스레 화교학교를 보낼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본인이 화교 초·중·고를 나온 터라, 한국교육 사정에 어두워 화교학교를 보내는 편이 본인과 아이에게 나을 것이라 판단해서다. 내후년쯤 둘째를 계획하고 있다는 두 사람. 이번에는 예쁜 딸이었으면 한다. 부부란 서로의 장단점을 보듬으며 어쨌든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두 사람에게 서로의 장단점을 물었다.
“채희는 침착하고 리더십이 있어서 주변을 잘 이끌어요. 제가 오히려 조언을 구하고 배우는 점이 많죠. 단점은 가끔 이유 없이 짜증을 낼 때가 있는데, 그러다가 혼자 차분히 식히죠.”
“오빠는 예전 단점은 모르겠고, 지금은 주변사람을 많이 챙기는데 뒤통수를 맞는 스타일이에요. 옆에서 보기에 안타깝죠. 또 자기 몸을 너무 안 챙겨요. 그렇게 몸을 혹사하면서도 몸이 괜찮은 걸 보면 타고난 체력인 것 같아요. 장점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도 말없이 이해하는 편이에요. 또 뒤끝이 없어 화낼 때만 피하면 괜찮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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