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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유쾌한 그녀

결혼 18주년 맞아 리마인드 웨딩 올린 오영실

글·김유림 기자 / 사진· 조영철 기자

2008. 09. 18

솔직한 입담으로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방송인 오영실. 그가 결혼 18년 만에 다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어느덧 장성한 두 아들을 앞세우고 다시 한 번 남편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그에게 지난 18년 동안의 결혼생활과 두 아들 키우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혼 18주년 맞아 리마인드 웨딩 올린 오영실

방송인 오영실(43)은 얼마 전 색다른 경험을 했다.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발리에서 남편 남석진씨(47)와 리마인드 웨딩을 올린 것. 올해로 결혼생활 18년째인 그는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비록 4박5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남편과 함께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고 다시 한 번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후 부부간 정이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저희도 결혼해서 지금까지 일하랴 아이들 키우랴 정신없이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렀더라고요. 남편은 유별난 행동을 질색하는 사람이라 처음 리마인드 웨딩을 하자고 했을 때 ‘죽어도’ 싫다는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저를 위해 눈 한번 ‘질끈’ 감고 여행길에 올라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부부가 늘 한결같은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낯간지러운 이벤트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남편은 ‘예쁘다’는 말은 안했지만 ‘20년 전이나 달라진 게 없네’ 하고 돌려 말하더라고요(웃음).”

리마인드 웨딩 올리며 ‘20년 전과 똑같다’ 돌려 칭찬한 남편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가 리마인드 웨딩을 강행한 이유는 결혼식에 대한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당시 거금의 은행대출을 안고 집을 장만하는 바람에 결혼자금이 넉넉지 못했던 그는 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아끼고자 메이크업과 웨딩드레스를 가장 저렴한 것으로 골랐다고. 그 때문에 그는 결혼식 날 초라하게 여겨지던 자신의 모습이 두고두고 한이 됐다고 한다.
“결혼식 사진이 촌스러워서 다시 꺼내보고 싶지 않아요(웃음). 지난해 잡지화보를 찍으면서 웨딩드레스를 입었는데, 결혼할 때 모습이 떠올라 ‘언젠가 꼭 리마인드 웨딩을 해야지’ 하고 다짐했어요. 그때에 비해 얼굴에 주름도 생기고 살도 쪘지만 이번에는 사진이 만족스럽게 나와서 기분 좋아요(웃음).”
그는 여행 중 남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평소 과묵하고 무뚝뚝한 남편이 스킨스쿠버 체험을 앞두고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인 것. “남편의 눈썹 모양만 봐도 심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그는 언제나 근엄하고 의젓한 남편이 어린아이처럼 물을 무서워하는 걸 보고 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입수하는 순간 제 손을 얼마나 꽉 잡는지 손가락이 다 뻐근하더라고요(웃음). 남편한테 저런 모습이 있었나 싶었죠. 그에 반해 둘째는 예전에 문화센터에서 무료로 스킨스쿠버 강좌를 들은 적이 있어서 물을 무서워하기는커녕 ‘열대어 천국이야’ 하면서 재미있게 놀더군요.”
결혼 18주년 맞아 리마인드 웨딩 올린 오영실

그동안 방송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 남편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던 결혼생활과 권태기를 이겨낸 비결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온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남편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고 말한다. 여전히 곰살궂은 행동에는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남편이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투철하고 아이들을 예뻐하는 모습을 보면 ‘결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그는 “남편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순간을 꼽으라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리고 올 때, 내가 아플 때 물 한잔과 약봉지를 건넬 때’”라고 말했다. 대단한 이벤트는 아니더라도 진심이 느껴지는 소소한 행동을 통해서 큰 감동을 받는다는 것.
“얼마 전 심심풀이로 심리테스트를 한 적이 있어요. ‘원숭이와 뱀, 새와 함께 길을 떠나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문제였는데 저는 ‘원숭이와 손을 잡고 뱀을 원숭이 허리에 묶은 뒤 원숭이에게 새장을 쥐어주겠다’고 답했어요. 여기서 원숭이는 배우자를 뜻하고, 뱀은 재물을, 새는 자식을 뜻하는데 남편의 대답은 그야말로 남편답더라고요. 글쎄 원숭이와 뱀, 새를 모두 큰 가방에 넣어서 자신이 가방을 짊어지고 가겠대요(웃음). 가족에 대한 보호본능이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를 새삼 깨달았죠.”

결혼 18주년 맞아 리마인드 웨딩 올린 오영실

붙임성 좋고 유머감각 뛰어나 ‘리틀 오영실’로 불리는 둘째 아들
현재 고등학교 2학년생인 큰아들 혁수는 말수가 적고 진중한 성격인 남편을 닮았고, 중학교 2학년생인 둘째 아들 종수는 입담 좋고 쾌활한 성격인 그를 쏙 빼닮았다고 한다. 집안에서는 ‘리틀 오영실’이라 불릴 정도로 붙임성 좋고 유머감각이 뛰어난데 친구들 사이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고.
“둘째가 공부는 잘 못해도 행동 하나하나가 마냥 예뻐요. 얼마 전에는 큰아이가 천원짜리 찹쌀떡을 한 봉지 사와서는 저보고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입이 고급이라 이렇게 싼 건 안 먹어’ 하고 농담을 하자 둘째가 피식 웃으면서 ‘그럼 찹쌀떡에 루이비통 마크라도 찍어줄까요?’ 하고 말하는 거예요(웃음). 코미디언 뺨치는 둘째 덕분에 웃을 일이 많아요.”
둘째는 성격은 물론 외모도 그를 많이 닮았는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면 또래에 비해 키가 작은 것이라고 한다. 결국 얼마 전 병원에서 성장판 검사를 받았는데 ‘아직은 발육이 진행되는 상황이니 내년까지 지켜보자’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고.
오영실 가족은 지난 2002년 외과의사인 남편이 미국 워싱턴 버지니아대에 교환교수로 가면서 미국으로 떠났다가 4년 뒤 큰아들만 남겨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느덧 3년째 혼자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이는 처음 우려하던 것과 달리 유학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큰아들을 미국에서 교육시키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입시 위주의 한국사회에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 어려서부터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던 큰아들을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키우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이 혼자 먼 곳에 떨어뜨려놓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잘한 선택이라는 확신이 든다고.
“예전에는 큰아이와 많이 부딪쳤어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아이가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을 하면 그 순간 화를 참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게 됐어요. 아이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해졌고, 웬만한 걸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대하기가 한결 수월해요. 부디 아이들이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면 좋겠어요.”
결혼 18주년 맞아 리마인드 웨딩 올린 오영실

아이들을 야단치는 건 주로 남편의 몫이라고 한다. 그는 흥분한 상태에서 잔소리를 늘어놓다 보면 논점에서 벗어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오영실은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곧바로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 ‘고자질(?)’을 한다고 한다.
“저도 어릴 적에 엄마 잔소리가 참 싫었어요. 하이 톤의 목소리로 고함을 지르면 제가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하고 엄마를 원망하게 되더라고요(웃음). 남편이 저보다 이성적이기 때문에 아이들 혼내는 것도 요령껏 잘해요. 뭘 잘못했는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남편을 보면 존경심마저 들어요.”
소문난 살림꾼인 그는 얼마 전 오랫동안 묵혀뒀던 살림살이를 정리할 겸 집수리를 했다. 현재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아이들이 자랄수록 집이 좁게 느껴졌기 때문. 처음에는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 시부모와 함께 살 생각도 했지만 시어머니가 마다해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이제는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함께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말씀드렸는데 어머님이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 와서 며느리 눈치 보기 싫으시나봐요(웃음). 마음은 고맙지만 생활공간은 따로 쓰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 어머님이나 저나 하고 싶은 말은 솔직하게 하는 편이어서 괜히 속앓이를 하진 않아요. 얼마 전에는 아버님이 제가 반바지를 입는 게 보기 안 좋다며 한 말씀 하셨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앞으로 반바지는 안 입을 테니 맨발만은 허락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처음에는 직설적인 제 성격 때문에 적잖이 당황하셨던 두 분이 이제는 제 성격을 아시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세요(웃음).”

처음 도전하는 드라마, 응원해주는 아이들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할 터
이사 계획이 무산되자 가장 실망한 사람은 바로 두 아들. 하지만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뒤 공간이 한결 넓어지자 새집에 온 것처럼 좋아했다고 한다. 집수리에서 그가 가장 중점을 둔 건 수납공간 확보. 주방 한쪽에 수납장을 만들어 그릇이며 요리도구들을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한다. 또한 필요 없는 물건들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줘 베란다와 다용도실이 한결 넓어졌다고. 안방과 아이들 방에도 변화를 줬는데, 부부가 쓰는 침대는 기존에 사용하던 매트리스를 밑에 놓고 그 위에 새 매트리스를 올렸고 프레임은 헤드 부분만 동대문에서 맞춰 큰돈이 들지 않았다고 한다. 또 베개 커버에 부부의 이니셜을 따 ‘N’과 ‘O’를 수놓았다고.
“집안 구석구석을 깔끔하게 정리했더니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공간이 나타나더라고요. 집이 좁다고 불평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집에 더욱 애착이 생기고 생활하기도 한결 편해졌어요.”
현재 KBS ‘아침마당’에 고정패널로 출연하고 있는 그는 조만간 연기자로 변신할 계획이다. 9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가제)’에 출연하는 것. 그는 극중에서 주인공의 시고모로 2% 부족하지만 심성이 곱고, 때로는 상대의 허를 찌르기도 하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한다.
“드라마 담당 PD가 KBS 입사동기예요. 저한테 딱 맡는 캐릭터라면서 대본을 보여주더라고요. 지난해 뮤지컬 ‘넌센스’에 출연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에요. 요즘은 고화질(HD)방식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메이크업도 얇게 해야 한다고 해서 급한 대로 피부과에 다니고 있어요(웃음). 조만간 연기 선생님을 한분 정해 집중적으로 연기 트레이닝도 받으려고요.”
그가 드라마에 나오게 되자 둘째 아들이 덩달아 신났다고 한다. 그가 혼자 방에서 대본을 읽는 걸 듣고 ‘누구와 통화했냐’고 꼬치꼬치 캐묻던 아들은 그가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럼 이제 엄마도 탤런트야?”하면서 벙실벙실 웃더라는 것. 그는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연기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아나운서로 방송에 입문해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오영실. 때로는 밝히기 힘든 사생활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대중과 가까워진 그가 이번 기회에 안방극장에서 자신만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발리 섬에서 두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마인드 웨딩을 올린 오영실·남석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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