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형일(46)의 집에는 일반 가정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물건이 있다. 현관 입구와 화장실 문에 달아놓은 나무 울타리가 그것. 김형일에게 이 물건의 정체에 대해 묻자 “하루 종일 방바닥을 기어다니는 준혁이 때문”이라며 허허 웃었다.
“아파트 공터에 버려진 인테리어 자재를 주워다 직접 만들었어요. 둘째가 어찌나 돌아다니는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위험천만한 일이 생기거든요. 하도 신발장에 기어 올라가고, 화장실에도 들어가서 칸막이를 만들어놨죠(웃음).”
2003년 첫딸을 낳은 데 이어 지난 2005년 아들을 얻은 김형일·한복희(42) 부부는 어찌된 영문인지 1년 전 만났을 때보다 더 젊어 보였다. 두 사람 모두 살이 빠져 더욱 건강하고 활기 넘쳐 보였는데, 아내 한씨는 특별한 다이어트 없이도 아이들과 하루 종일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살이 빠졌다고 한다. 이제는 아이 낳기 전 몸무게로 거의 돌아왔다고.
“남편은 딸보다 아들 키우기가 더 힘들다고 하지만 저는 두 번째라 그런지 처음보다는 한결 수월해요. 첫째 때는 어떻게 할 줄을 몰라 몸과 마음이 다 힘들었는데 둘째는 마냥 귀여워요. 하는 행동들도 예원이 때와는 또 달라서 웃을 일이 많아요.”
“어느새 자라 핑계 댈 줄 아는 딸 보면 신기해요”
생후 19개월째 접어든 준혁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크고 발육도 빠른 편이다. 태어날 때는 2.4kg으로 저체중에 속했지만 모유를 충분히 먹고 자라서인지 크게 아픈 데도 없고, 요즘은 이유식도 잘 먹는다고. 하지만 남자아이라 그런지 활동량이 많아 엄마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고 한다.
“집에 있는 가구 중에서 손잡이가 제대로 달려 있는 게 거의 없어요. 준혁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손잡이란 손잡이를 다 잡아 뺐거든요. 주방 싱크대 수납장 손잡이는 물론이고 거실에 있는 장식장에까지 손을 댔어요. 어느 날은 갑자기 아이가 없어져 깜짝 놀라 찾았더니 침대 위에 있는 책장에 올라가 인형을 다 끄집어내고 그 안에 자기가 누워 있더라고요(웃음). 예원이도 할머니가 ‘고추를 달고 태어났어야 했는데 잘못 태어났다’고 했을 정도로 개구쟁이긴 했지만 준혁이에 비하면 양반이에요. 확실히 남자아이라 다르긴 다른가봐요.”
어느덧 다섯 살에 접어든 예원이는 한국무용을 전공한 엄마를 닮아 벌써부터 무용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드라마 ‘황진이’를 보면서 고개를 뒤로 꺾으며 북춤을 추는 흉내를 내더라는 것. 한씨는 “어렸을 때 내가 했던 행동을 예원이가 그대로 따라하는 걸 보니 신기했다”며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무용학원에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원이는 말이 늘기 시작하면서 자기 주장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핑계를 댈 줄도 알고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그 이유가 뭔지 꼬치꼬치 캐묻기도 한다.
“요즘 들어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원이가 한창 말을 배우고 있어서 나쁜 말도 금방 배우더라고요. 얼마 전에는 남편이 뉴스를 보다가 화가 나서 거친 말을 한번 했는데, 그대로 따라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또 요즘 들어 아이가 재미 붙인 말은 ‘짬뽕나’예요. 개그 프로그램에서 하는 걸 보고 배웠는데, 뭐가 맘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인상을 찡그리면서 ‘짬뽕나’ 그래요(웃음).”
한씨는 아이들 먹을거리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분유에 청국장·클로렐라 가루를 타 먹이고, 이유식에도 콩·야채·과일 등을 넣으며 아이의 입맛을 건강식으로 길들였다. 지금은 두 아이 모두 밥을 먹는데, 반찬을 여러 가지 하기보다는 끼니마다 현미·다시마·고구마·우엉·표고버섯을 넣은 영양밥을 먹는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토속음식을 먹고 자란 예원이는 된장찌개·미역국을 좋아하고 간식으로도 부침개나 비빔국수를 해달라고 조를 정도로 편식하는 습관이 없다. 특히 아빠의 식성을 많이 닮았는데, 대접째 국물을 마시는 것도 똑같다고. 한씨는 “무엇보다 모유를 먹고 자란 게 아이들이 건강한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예원이는 신생아 때 젖병 젖꼭지에 길들여져 엄마 젖을 잘 안 빨았어요. 밤마다 유축기로 모유를 짜서 젖병에 담아 먹이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그에 반해 준혁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을 물어서인지 젖병 없이도 모유를 잘 먹었어요. 둘째가 태어났을 때 남편이 탯줄을 끊고 바로 제 가슴에 아이를 눕혀준 덕분이죠. 갓 태어난 아기가 본능적으로 젖을 무는 걸 보고 눈물이 다 났어요.”
“네 식구가 거실에서 함께 자며 스킨십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마흔이 넘어 첫아이를 낳은 김형일·한복희 부부는 큰아이가 올봄 유치원에 입학하자 교육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은 두 사람은 지금껏 늦게 결혼한 걸 후회해본 적이 없었지만 올해부터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니자 조금씩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아이가 친구들의 엄마 아빠를 보면서 혹시라도 나이 많은 부모를 창피하게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건강 챙기기가 급선무”라고 말하는 김형일은 지난 겨울, 운동으로 몸무게를 3kg 줄였고, 당분간 술도 끊었다.
또한 그는 얼마 전 유치원 입학원서 접수를 하면서 학부모가 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접수가 선착순으로 이루어지는 바람에 새벽 1시부터 유치원 앞에서 줄을 선 것. 보통 새벽 4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불안한 마음에 3시간이나 일찍 나가 유치원 근처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고. 한씨는 그런 남편을 보며 “벌써부터 ‘극성아빠’가 다 됐다”며 웃었다.
“유치원도 입학식 전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세 번에 걸쳐 하는데 아이의 학습능력을 테스트한 뒤 반을 편성하더라고요. 기분이 참 묘했어요. 다섯 살도 채 안 된 아이들을 벌써부터 성적 순으로 구분짓는 것 같아서요. 예원이는 아직 한글도 떼지 못했고 구구단도 2단까지밖에 못 외워요. 무조건 앞서간다고 좋은 건 아니겠지만 이제부터라도 뒤떨어지지 않게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봄이 되면 화사한 색깔로 벽지를 바꾸려고 했는데, 포인트 벽지 대신 한글과 숫자가 써 있는 아이들 학습판을 붙이게 생겼어요(웃음).”
큰아이를 키울 때는 한동안 우울증을 앓던 한복희씨가 요즘은 아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성격이라 하루 종일 아이들과 뒤엉켜 생활하지만 그 자체가 행복하다고. 잠도 네 식구가 거실에서 함께 자는데, 합숙훈련이라도 하듯 이불을 넓게 펴놓고 아이들과 뒹굴며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또한 그는 결혼 전에는 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기도 했지만, 막상 엄마가 되자 아이를 떼놓고 자유롭게 외출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깨닫고 있다. 예원이 출산 때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엄마들과 꾸준히 모임을 갖고 있는데, 그것도 집에서만 가능하다고.
“결혼 전에는 아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엄마로서의 나보다 여자로서의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 엄마는 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죠. 하지만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어요. 막상 아이를 낳아보니 도저히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지 못하겠더라고요. 저도 제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육아로 고생하는 아내 위해 20년 가까이 사용한 냉장고·TV·세탁기 모두 바꿔주기로 했어요”
아이들 위주로 생활하다 보니 남편에게 소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는 집안일까지 살뜰하게 챙겨주는 남편이 고마운 한편,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한다. 신혼 때는 남편이 집에 들어올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자는 시간에 같이 잠을 청해야 하기에 남편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잠드는 날이 많다고.
“서운하지 않아요. 오히려 모든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야 하는 아내가 안쓰럽죠. 연애할 때는 여행도 많이 다녔는데, 요즘은 그럴 여유가 없어서 아내가 많이 답답할 거예요.”
‘가계부 쓰는 연예인’으로 소문난 김형일은 그동안 아이 키우느라 고생한 아내를 위해 20년이 다 된 TV·냉장고·세탁기를 새 걸로 바꿔줄 계획이라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아내가 어깨가 결린다고 해 안마의자도 한 대 들여놓았다. 남편 김형일이 돈 관리를 하고 있는데 한씨는 남편에게 매달 생활비를 타서 쓰는 것에 대해 불만이 없다고 한다.
“홈쇼핑으로 안마의자를 샀는데 화면으로만 보는 건 미덥지 않아 직접 안마의자 회사를 방문했어요. 이것저것에 다 앉아보고 가장 편안하고 실용적인 걸로 골랐죠. 쇼핑을 하면 아내가 답답하다고 할 정도로 고르고 또 고르는 편이에요. 이왕 사는 거 마음에 쏙 드는 걸로 사야 오래 쓰잖아요(웃음).”
김형일 가족은 예원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온 가족이 수영을 좋아해 해변가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고 싶다고. 아쉽지만 둘째는 아직 어려 친정집에 맡길 생각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자랄수록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커진다는 김형일·한복희 부부. 두 사람에게 아이들은 영원한 엔도르핀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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