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매니저는 34명으로 분야별로 탤런트 및 영화배우 담당 23명, 가수 담당 8명, 개그맨 담당 3명이다. 이들의 경력은 채 1년도 되지 않는 ‘새내기’ 매니저에서부터 14년 차 고참급 매니저까지 다양했다. 기본적인 질문 중 매니저업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 이전 직업을 묻는 항목이 있었는데, 18명이 매니저가 첫 직업이라고 답했고 사무직이나 장사일을 하다가 매니저를 시작하게 된 이들도 있었다. 한 명은 특이하게도 조종사 출신이었다.
첫 번째 질문은 매니저들에게 ‘한번쯤 같이 일해보고 싶은 연예인’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는 개인적 선호도보다는 매니저업계에서 평가받는 연예인의 스타성과 상업성을 고려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압도적인 1위로 꼽힌 이는 장동건. 무려 7표를 받아 2위(이효리, 이영애 모두 2표씩)와 큰 차이를 보였는데 장동건은 ‘매니저들 사이에서 가장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 항목에서도 당당히 1위 자리에 올랐다. 스타성 외에도 매너 좋은 연예인으로 매니저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듣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매니저들 사이에서 가장 이미지 좋은 연예인 1위는 장동건
매니저들이 장동건을 꼽는 이유로는 “장동건씨는 데뷔 이후 같은 매니저와 일하고 있다. 이해득실에 따라 배반할 것 같지 않다”는 평이 많았고, 매니저 중 한 명은 “여자스타의 매니저를 해보았는데 남자로선 톱인 장동건도 한번 맡아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
4명의 매니저는 오히려 “스타보다 신인을 발굴해 키워보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가능성 있는 신인을 스타로 만드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었다. 이 외에 한 여가수의 매니저는 “비주얼보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며 브라운 아이즈, 거미, 플라이투더스카이를 예로 들기도 했다. 또 황정민, 문소리와 같이 연기력 있는 배우들을 꼽는 이들도 있었다.
‘결혼하고 싶은 연예인’ 1·2위로 꼽힌 김태희·이영애.
또 ‘매니저들 사이에서 가장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을 물었는데 이 결과를 통해 스타들의 실제 성격과 모습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장동건이 5표를 받아 이 항목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차인표가 4표, 유재석이 3표를 받았다. 황정민, 원빈도 각각 2표를 받아 그 뒤를 이었다. 매니저들 사이에서 이들 연예인은 평소 매너가 좋고 매니저나 코디네이터 등 스태프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칭찬을 얻고 있었다.
반대로 ‘매니저들 사이에서 가장 이미지가 나쁜 연예인’도 물어보았는데 이 질문에 대해선 대다수의 매니저들이 대답하기를 곤란해했다. 하지만 이 설문을 통해 몇몇 연예인은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너무 달라 매니저 업계에서 평판이 안 좋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질문에 대해선 4명의 매니저로부터 꼽힌 여가수 A가 1위를 기록했고, 영화배우 B와 C가 그 뒤를 이었다. 한 매니저는 “매니저가 되기 전 A의 팬이었는데 실제 이 업계에 들어와 보니 A의 너무 ‘연예인스러운’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매니저들 사이에서 이미지 좋기로 소문난 차인표·유재석.
영화배우 B와 C의 경우엔 매니저에게 함부로 대해 매니저가 오래 버티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 밖에 톱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는 여배우 D를 꼽은 한 매니저는 “신인시절부터 알았는데 요즘엔 만나도 모른 척 하기도 하고 대하는 게 예전과 천지차이여서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얘기했다. 이렇듯 특정 연예인에 대한 실망감을 털어놓는 이들과 함께 몇몇 매니저들은 연예계 자체가 의리보다는 돈에 따라 움직이는 생리를 갖고 있다며 ‘연예계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탓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결혼하고 싶은 연예인’ ‘연애하고 싶은 연예인’을 묻는 항목에서는 각각 김태희와 이효리가 1위에 올랐다. 지적인 이미지와 단정한 외모를 가진 김태희가 결혼상대로 선호됐고, 섹시함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효리가 연애상대로 우선시되는 것 같았다. 인기도보다는 개인적인 호감도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지 다양한 연예인이 거론됐고 ‘몰표’를 받은 연예인은 없었다. 이영애와 한가인이 ‘결혼하고 싶은 연예인’ 공동 2위를 기록했고, 이 외에 전인화, 박주미, 정지영도 각각 1표씩을 얻었다. 또 강부자를 꼽는 이도 한 명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반면 연애하고 싶은 연예인 항목에서는 이효리에 이어 전지현(3명), 현영(2명)이 2,3위에 올랐다. 최근 현영의 주가가 급상승했음을 이 결과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이 질문에 대해 ‘결혼이나 연애하고 싶은 연예인이 전혀 없다’고 답한 이들이 상당수였다. 연예계의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어 일반인들에 비해 호기심이나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했다.
'연애하고 싶은 연예인' 1위를 차지한 이효리.
누드 화보를 촬영하면 대박이 날 것 같은 연예인이 누구인지도 함께 물어봤다. 4명의 지지를 받은 이효리가 역시 1위로 꼽혔고 김혜수, 한채영, 이영애, 현영이 각각 3표씩을 얻어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들 외에 전지현, 김희선, 고현정을 거론한 이들도 있었고, “여자보다는 남자의 누드가 더 눈길을 끈다”는 이유로 장동건, 배용준 등 남자스타를 꼽은 매니저들도 있었다.
연예인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기에 매니저 입장에서는 연예인들이 딱하고 안쓰럽게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과연 언제 연예인들이 불쌍하게 보이는지 물었더니, ‘실질적인 소년(소녀) 가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라고 답한 매니저가 9명이었다. ‘부모나 친척들의 문제로 고민할 때’라고 답한 매니저도 6명이나 됐다. 이 설문을 통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들도 실제로는 개인적인 문제와 가정사로 인해 많은 고민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 ‘스캔들이나 루머로 힘겨워할 때 안쓰러워 보인다’고 답변한 매니저도 8명이나 됐다. 또 6명의 매니저는 ‘연예인이 바쁜 스케줄로 힘겨워할 때’ 딱해 보였다고 얘기했다. 이 밖에 사생활이 없는 현실(4명)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스캔들 사실일 땐 다른 사안으로 화제 돌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매니저 스스로 느끼는 고민도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9명의 매니저가 ‘돈문제’를 꼽았는데, 매니저들이 생각보다 적은 보수를 받고 있는 현실을 대변했다. 한 매니저는 “매니저 일을 시작하고 4년 동안 한 달에 80만원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개인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힘들다’고 답한 이들과 ‘노력해도 담당 연예인이 인기를 얻지 못할 때 힘들다’고 말한 이들이 각각 6명씩이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없이는 매니저 일을 하기 어렵다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누드 화보를 촬영하면 대박 날 것 같은 연예인’으로 전지현도 거론됐다.
매니저들에게 궁금한 내용 중 하나는 연예가에 도는 스캔들이나 루머에 대한 것. 매니저들에게 실제로 스캔들(루머) 중 어느 정도나 사실이라고 생각하는지와 스캔들(루머)이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물어보았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대답은 50%(13명)였고, 뒤를 이어 75%(10명), 90%(7명)가 그 뒤를 이었다. 30% 이하라고 대답한 이는 단 3명에 그쳤다. 설문에 응한 매니저들 대부분이 최소한 스캔들의 절반 이상은 사실이라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담당 연예인이 스캔들(루머)에 휘말렸을 때 그것이 사실이라면 매니저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연예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여서 흥미롭다. 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묵묵부답형’(18명)과 ‘다른 사안으로 화제를 만든다는 우회형’(9명)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또 ‘사실을 공개하는 정면돌파형’ ‘법적으로 대응하는 강경부인형’이 뒤를 이었다. ‘우회형’이라고 답한 매니저는 “소문이 사실이어도 그렇다고 말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다른 사안으로 화제를 돌리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런 스캔들(루머)은 어떤 계기를 통해 흘러나올까. 이에 대해 대다수인 23명의 매니저는 ‘연예가 측근을 통해 비밀이 알려지는 경우’라고 답했다. 이 밖에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다’와 ‘네티즌들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답한 이들도 있다. 또 ‘홍보 목적으로 스캔들을 만드는 경우’라는 대답도 나왔다.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듯 ‘소속사를 옮긴 연예인에 대한 보복으로 스캔들을 내기도 한다’(5명)는 답변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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