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대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 1위로 손꼽혀온 MBC ‘뉴스데스크’ 앵커 김주하 기자(31)가 ‘10월의 신부’가 된다. 오는 10월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외국계 증권회사 이사로 재직 중인 강필구씨(34)와 결혼식을 올리는 것.
그의 결혼 소식은 지난 7월 말 한 일간지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결혼 이야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올해 안에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그런데 그가 아테네올림픽 현지 방송을 위해 그리스에 머물고 있는 동안 결혼 계획 보도가 사실이 되었다. 그가 그리스에 있는 동안 양가 어머니들이 서둘러 결혼날짜를 잡았기 때문.
그가 그리스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그의 결혼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너무 바빠 10분의 시간도 쪼개기가 힘들다고 했다. MBC의 메인 뉴스 프로인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데다, 아나운서 출신인 그가 지난 5월 사내공모를 통해 기자직에 지원, 합격해 6월부터 보도국 사회부 경찰출입기자로 현장을 뛰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달여에 걸친 아테네올림픽 현지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니 결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
“회사 일이 너무 바빠 아직 결혼준비를 하나도 못했어요. 오늘 겨우 청첩장 찾아왔는데, 이걸 또 언제 부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정말 결혼식 날까지 결혼준비를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의 말처럼 점심과 저녁을 5분 만에 후다닥 해치우고 경찰서로, 보도국으로, 분장실로, 스튜디오로, 회의실로, 국회로 바쁘게 움직이는 그와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기는 힘들어 보였다. 웨딩 사진도 끝내 야외촬영할 시간을 못 내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는 그의 결혼준비 시간을 빼앗기에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시간이 나는 대로 짬짬이 전화통화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궁금증을 풀어야 했다.
예비신랑은 미국 시민권자로 외국 증권회사의 30대 엘리트 이사
MBC ‘뉴스데스크’ 김주하 앵커는 여대생들이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꼽히고 있다.
우선 결혼하는 기분이 어떻냐고 하자 그는 “좋죠. 그런데 정신이 없어서 다소 얼떨떨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원래 올해 안에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기사를 보시고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셨던 모양이에요. 계속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날 생각이 있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했더니 ‘날을 잡아보겠다’고 하시더군요. 전 그 말만 들은 채 아테네로 출발을 했는데, 그렇게 빨리 잡을지 몰랐어요. 어느 날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어요. 날짜를 잡았다고. 양가 어른들끼리 상의해 결정하신 모양이에요. 저도 그땐 제가 언제 결혼하는지 몰랐어요(웃음).”
때문에 그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회사 윗분들이 결혼 소식을 신문에서 먼저 보게 하냐며 야단을 하셨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와 예비신랑 강필구씨가 알고 지낸 건 오래전부터였다고 한다. 둘 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교인이어서 오가며 인사를 나눴던 것. 그러다 1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제 눈에는 잘 생겨 보여요(웃음). 무엇보다 착해요. 가부장적이지도 않고요. 그래서 좋아요.”
알고 지내던 두 사람이 갑자기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데는 어떤 계기가 있지 않았냐고 하자 그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저에게 마음이 있어 일부러 제가 예배 드리는 시간에 맞춰 오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농담이고요. 예배 끝나고 가끔 밥을 같이 먹곤 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발전된 것 같아요.”
외국계 증권사인 맥쿼리증권(옛 ING증권) 이사로 재직 중인 강씨는 회사에서 해외영업부문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데, 업계 내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는 엘리트로 알려졌다. 호주에 본사가 있는 맥쿼리증권은 세계 금융권에서도 5위 안에 드는 국제적인 증권사. 갓 돌이 지났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국 영주권자(미국명 필립 강)인 그는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경영대학원을 수료한 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99년경 한국 지사로 발령을 받아 이곳에 왔다고 한다.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라는 게 그를 아는 회사 관계자들의 이야기.
그는 강씨와 본격적으로 사귀면서도 둘 다 일이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일요일에 교회에서 만나 근처에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평일에 잠깐씩 짬이 나면 회사 앞에서 만나는 게 고작이었다고. 더구나 지난 6월부터 그가 기자생활을 병행한 후로는 그나마 한 달에 몇 차례 만나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가 강씨를 평생의 반려자로 생각하게 된 것은 언제, 어떤 계기에서였을까.
“어떤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그냥 저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고마웠어요. 사실 전 일 때문에 결혼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은 항상 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제 곁에 있어주었어요. 제가 늘 바쁘니까 불평이 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데이트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바쁘지? 하지만 내가 옆에 있다는 건 잊지 말아줘’ 하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의 마음 씀씀이에 놀랐어요. 아, 이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에게 “그럼 예비신랑은 김주하씨의 어떤 모습이 좋았다고 하냐”고 묻자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 같지가 않대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하며 웃었다.
결혼엔 흔히 프러포즈가 있는 법이다. 화려하든 소박하든 누구나 가슴 떨리는 ‘청혼’을 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그에게 어떤 이벤트로 프러포즈를 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그는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냥 너무 자연스럽게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어요. 전 솔직히 결혼 전에 프러포즈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미처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친구들이 묻더라고요. 그때야 생각이 났어요. ‘아, 뭔가 빠졌구나 했더니 프러포즈를 안 받았구나’ 하고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양가엔 서로 자주 오가는 편이냐고 하자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몇 차례 예비 시부모를 뵌 적이 있다”며 “그의 부모님은 미국에 살고 있다. 이번 추석 때 미국에 가서 정식으로 인사 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지도 아직 못 잡았다며 “추석 때 인사를 드리러 가는 김에 신혼여행도 다녀올까 한다”며 웃었다.
김주하는 뉴스 진행과 기자 일로 결혼 준비할 시간도 없다고.
현재 보도국 기자로 일하며 ‘뉴스데스크’를 진행 중인 그가 결혼 후에도 앵커를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은 한 가지를 하기에도 벅찬 일을 두 가지나 병행하고 있는데다 결혼 후에는 집안일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예비 신랑은 일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활동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에서도 앵커를 하는 게 2세 문제와는 관련 있지만 결혼 여부와는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과거 최율미 선배도 결혼 후에 계속 ‘뉴스데스크’를 진행했거든요.”
요즘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 서로 공평하게 가사분담을 하기 위해 결혼 전에 구체적인 가사분담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보통은 여자 쪽에서 요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는 반대인 모양이다.
“전혀 안 했어요. 오빠가 그런 이야기를 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제가 피하고 있어요. 뭘 정하면 오히려 제가 불리할 것 같거든요(웃음).”
그는 결혼식은 간소하게 치를 계획이라고 했다. 강씨가 교포 출신이어서 국내에 지인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자신도 화려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가까운 친인척과 지인들만 부를 생각이라고 했다.
신접살림은 강씨가 살고 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아파트에 차릴 예정인데, 총각이 사는 공간치고는 무척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한 대기업 사보에서 그의 집을 취재한 적이 있을 정도.
그는 사보와의 인터뷰에서 실내 인테리어의 컨셉트에 대해 “한국에서의 객지 생활이 외롭지 않도록 공간을 꾸몄다”고 고백했다. 혼자 있어도 편하고, 둘이 되면 아늑함이 느껴질 분위기로 꾸몄다는 것.
사보에 따르면 그의 집의 가장 큰 특징은 통유리 창의 널찍한 침실. 그가 가장 아끼는 공간이라고 하는데 전날 아무리 찡그리고 침대에 누워도 아침이면 화사한 햇살이 기분 좋게 잠을 깨워주어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각오가 절로 생기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거실 소파와 부엌 식탁 등이 모두 6인용 이상으로 꾸며져 있고, 무엇보다 결혼하면 딸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도 하기 전부터 작은 방 하나를 로맨틱하게 꾸몄다는 기사를 보며 그가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꼈을 외로움과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깊은 마음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명한 가을날 동반자로 첫발을 내딛을 두 사람의 가슴 따뜻한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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