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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름다운 모자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시상식장에서 만난 안성기와 어머니 김남현 여사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조희숙‘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2004. 06. 10

지난 5월 초 영화배우 안성기의 모친 김남현 여사가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한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로 뽑혔다. 6세에 영화계에 입문해 연기 외길을 걸어온 안성기를 훌륭하게 키워낸 노고를 인정받은 것. 아들과 선한 눈매가 똑같이 닮은 김여사는 아들을 존경받는 배우로 키워낸 것에 대해 “혼자 잘 컸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시상식장에서 만난 안성기와 어머니 김남현 여사

“한게 없어 부끄럽습니다.” 지난 5월6일 ‘2004년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수상한 영화배우 안성기(52)의 모친 김남현 여사(78).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여사는 수줍게 웃으며 “수상의 영예가 과분할 따름”이라며 얼굴을 붉혔다.
모친의 수상 소식에 대해 안성기씨 역시 겸손한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 그는 “저나 어머니나 별로 이런 자리를 좋아하지 않아요. 몇 번 이와 비슷한 자리가 있었지만 어머님께서 계속 사양해오셨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어버이날을 앞두고 상을 받아 그는 “오랫동안 준비한 선물을 드린 것 같다”며 특유의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은 여러 예술분야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들을 키워낸 어머니들을 위한 상.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열린 제14회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 시상식장에는 안성기의 모친 김남현 여사를 비롯해 가수 현숙의 모친 김순애 여사, 뮤지컬 배우 남경읍과 남경주 형제의 모친 박경자 여사 등 6명의 ‘장한 어머니’가 참석했다.
안성기는 김남현 여사와 영화배우겸 제작자로 활동했던 안화영씨의 3남 중 차남. 장남 안인기씨는 KBS 예능국 국장으로 재직중이고 막내 아들은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다. 간호전문학교를 나와 잠시 간호사로 활동했던 김여사는 평생을 남편 내조와 자녀교육에 바쳐 안성기를 한국 최고의 배우로 성장시킨 공을 인정받았다.
조용히 2대에 걸친 영화배우 남편과 아들 뒷바라지
이날 식장에 연한 핑크빛 수트를 차려입고 나타난 김여사는 팔순을 앞둔 나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운 모습이었다. 영화배우 안성기의 모친 자격으로 처음 공식석상에 선 김여사는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을 지녀 남 앞에 나서는 일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취재진의 간단한 질문에도 김여사는 그저 미소로만 화답할 뿐 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편에 이어 차남 안성기까지 2대에 걸쳐 영화인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게 후원해온 김남현 여사. 하지만 정작 안성기를 배우의 길로 이끌어준 사람은 부친 안화영씨였으며 김여사는 처음 안씨가 배우가 되는 것을 반대했었다고 한다.
안성기는 부친 안화영씨와 친분이 두터운 김기영 감독의 권유로 6세 때 영화에 입문한 아역배우 출신. 당시만 해도 영화인이 ‘광대’로 취급받던 시절이라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여사는 아역배우 시절 아들의 연기가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철이 없어서 잘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그는 “아들이 국민배우로 불리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어서 진가를 발휘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안성기의 부인 오소영씨는 김여사에 대해 “첫아이를 낳았을 때 산후조리를 손수 해주셨던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다”며 “결혼한 지 19년째 되지만 지금까지 얼굴을 붉히거나 기분이 안 좋은 어머니의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시상식장에서 만난 안성기와 어머니 김남현 여사

안성기는 이날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며 “어머니는 그가 한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게 해준 분”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또 오씨는 남편 안성기에 대해 “감히 효자라는 말은 못해도 착한 남자인 것은 확실하다”며 “남편은 표현은 서툴지만 평소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오씨에 따르면 그가 아역배우 시절 김여사는 촬영장에 한번도 오지 않았는데, 이는 그가 부모님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자처한 일이라고 한다.
개포동에 살고 있는 안성기의 가족은 분당 본가를 일주일에 두세번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러 언제나 부인 오씨의 도움을 받곤 한다고. “큰아들을 유학 보내니까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것 같다”는 오씨는 바쁜 남편을 대신해 수시로 본가의 전화번호를 누른 후 전화기를 남편에게 건네준다고 한다.
이날 안성기는 식장에서 사회를 맡은 김동건씨가 김여사에게 짓궂은 질문을 하자 “평소 남들 앞에서 노래 한곡도 제대로 못 부를 만큼 수줍음이 많은 분이신데 이렇게 말씀을 많이 하신 것도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해 위기(?)를 벗어나도록 돕기도 했다.
이어 안성기는 부인 오소영씨와 함께 밤새 썼다는 ‘어머님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는데 편지에서 “주변의 많은 분들이 어머니를 ‘법 없이도 사실 분’이라고 한다”며 “평범하고 조용하게 본분을 다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한길만 묵묵히 걸어가는 것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며 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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