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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 뒤 스타

전인화 채림 송혜교… 톱스타 스타일 만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

“고락을 함께한 연예인 메이크업 20년, 숨은 뒷얘기”

■ 글·최숙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3. 08. 08

메이크업 분야에서 김청경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지난 20년간 그의 손을 거쳐간 톱스타들만 해도 수십명, 고현정 심은하 오현경 등 예전의 톱스타부터 최근 한창 인기를 끄는 송혜교 장나라 채림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가 없다. 그의 메이크업 인생과 함께 숨은 뒷얘기를 들어보았다.

전인화 채림 송혜교… 톱스타 스타일 만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

의외로 맨얼굴이었다. 톱스타들 중에 그의 손을 안 거쳐간 연예인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43)은 놀랍게도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얼굴로 기자를 만났다. 눈가에 엷게 기미가 끼어 있었지만 스킨, 로션만 바른 얼굴은 오히려 건강하고 탄력 있어 보였다.
김청경은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사진부터 찍어야 된다고 하자 “5분만 기다려달라”고 하고는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시작했다. 그의 손놀림은 매우 빨랐다. 어느 순간 화장품 뚜껑을 여는가 싶더니 영양크림, 에센스,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바르고, 눈썹을 날렵하게 치켜올린 다음 도도하게 마스카라를 칠했다.
그의 손놀림이 빨라질수록 그의 얼굴은 점점 화사하게 빛났다. 마지막으로 입술에 립스틱을 칠하고 거울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청경은 꽃처럼 예뻤다. 이것이 메이크업의 위력인가.
“화장을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어요. 운동할 시간도 없고 영양제, 비타민이 쌓여 있어도 먹을 틈이 없어요. 새벽 5시부터 신부화장을 하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거든요. 얼마 전부턴 요가를 시작했는데 그것도 할 시간이 없어서 요즘엔 배운 동작들을 간단히 집에서 반복하고 있어요.”
아닌 게 아니라 김청경은 바빠 보였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비서가 그 사이에 걸려온 전화와 이후의 스케줄을 줄줄이 읊어댔고 밖에서는 또 그와 미팅 약속이 있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지호 채림 송혜교 장나라는 바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해피 페이스’
전인화 채림 송혜교… 톱스타 스타일 만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

그의 손을 안 거쳐간 연예인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한 지 20년, 서울예대 방송연예과를 졸업하고 83년 KBS에 입사한 그는 2년간 분장사로 활동하다 85년 프리랜서로 변신, 광고 메이크업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개념이 없었다. 광고를 찍는데 메이크업이야 본인이 하면 되지, 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필요하냐는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 화장품 회사로부터 메이크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메이크업을 받은 화장품 모델이 TV 화면에 예쁘게 나온 것이다.
이후로 김청경은 8개 화장품 회사로부터 메이크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기에 이르렀고 당시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던 김희애 채시라 김혜수 최진실 옥소리 이응경 등과 친분을 쌓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메이크업이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낸 사람이 바로 저예요. 처음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분장사라고 부르거나 메이크업이라고 불렀죠. 그러다가 기자들이 저를 인터뷰하면서 제 이름 앞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말을 붙였고 그게 계기가 되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불리게 된 거예요.”

전인화 채림 송혜교… 톱스타 스타일 만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

김청경 메이크업의 특징은 ‘누드 메이크업.’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얇게 고루 펴발라서 피부 윤기를 드러나게 해준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이, 87년 한 일간지에 그의 기사가 실렸는데 당시 월수입이 6백만원으로 보도가 됐다. 그 돈은 당시만 해도 큰 액수였기 때문에 기사가 나오자마자 큰 화제를 모았다.
이를 계기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김청경은 메이크업 분야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손을 거쳐간 연예인만도 수십명, 고현정 심은하 오현경 최진실 채시라 옥소리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전인화 송혜교 장나라 김정은 김남주 명세빈 채림 소유진 이은주 김소연 신애 김효진 조윤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말 끝에 그가 앉아 있는 벽면을 보니 연예인 사진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까 대부분이 그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다.
“제 메이크업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누드메이크업이에요. 파운데이션과 파우더를 조금만 써서 피부의 윤기를 드러나게 해주는 화장법이죠. 96년 김지호가 드라마 ‘8월의 신부’를 촬영할 때 처음 선보였는데 연예인들은 얼굴 윤곽이 또렷해서 누드메이크업을 해도 참 예뻐요. 그중 누드메이크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연예인은 심은하와 송혜교죠. 심은하는 요즘 활동을 안하지만, 메이크업을 해줄 때마다 어찌나 피부가 깨끗한지 꼭 크리스털을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여자 연예인들 중에는 ‘해피 페이스’ 계보가 있다. ‘해피 페이스’란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얼굴을 말하는데 김청경은 김지호 채림 송혜교 장나라를 ‘해피 페이스’ 계보로 꼽는다. “특히 송혜교는 심은하의 뒤를 이을 정도로 피부가 깨끗한 연예인 중의 한명”이라면서 “화장을 하든, 안하든, 얼굴선이 고운 절세미인형”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예인들한테 메이크업을 해주다 보면 유독 정이 가는 연예인이 있어요. 제가 아직 결혼을 안 해서인지 그럴 때마다 양딸로 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송혜교는 나이 차이가 20년이나 나지만 친구처럼 딸처럼 여겨질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정이란 시간과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송혜교를 좋아하지만, 제 마음속에는 송혜교를 알기 전부터 가깝게 지내던 김지호 김남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그들보다는 오현경에 대해 더 특별한 마음을 갖고 있지요. 오현경하고는 아주 오래된 사이거든요. 미스코리아에 당선될 때부터 알았으니까요. 김지호는 제가 처음으로 누드메이크업을 해준 연예인이고, 김남주는 라끄베르 CF와 MBC 드라마 ‘그 여자네 집’을 촬영할 때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로 스타를 만들었기 때문에 정이 가요. 저 역시 이들로 인해 제2의 메이크업 인생을 맞게 됐고요.”

‘제2의 메이크업’ 인생을 살게 해준 오현경 김지호 김남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
남자 연예인으로는 장동건 정우성 김석훈 김민종 윤다훈이 그에게 메이크업을 받고 있다. 김민종과 윤다훈하고는 거의 매일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고 한다. “얼마나 친하면‘누나’라고 부르라는 말까지 하겠어요” 하면서 김청경은 깔깔거리고 웃었다.
“친한 연예인들하고는 별의별 얘기를 다 해요. 부모한테 못하는 속엣말까지도 제게는 다 하죠. 그 이유가 제가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생각하는 것이나 스타일이 나이에 비해서 젊고, 옷도 캐주얼하게 입잖아요. 그래서 나이 어린 연예인들한테 ‘노땅’ 취급을 안 당하는 것 같은데 이런 상태를 5년만 더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5년 후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기보다는 경영자 입장에서 일을 하게 될 것 같거든요.”
나이 어린 연예인들을 상대하려면 힘든 점도 많을 텐데 그는 힘들진 않고 단지 뭐랄까, 서운할 때는 있다고 한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그의 곁을 떠날 때,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다른 숍으로 갈 때면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전인화 채림 송혜교… 톱스타 스타일 만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청경

김청경은 신인 때부터 메이크업을 해준 연예인이 톱스타가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저하고 같이 일하다가 숍을 바꾸는, 그 사소한 이유라는 게 제가 스타급 대우를 안 해주었다는 거예요. 방송 출연을 하느라고 스케줄이 겹쳐서 저 대신 직원이 메이크업을 해준 걸 갖고 숍을 옮길 때는…. 그동안 제 속내를 드러내고 친자매나 형제처럼 잘해주었다고 생각하는데… 속상하죠. 사람들 마음이 제 마음 같지가 않은가 봐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후유증을 심하게 앓아요. 1년 넘게 가슴앓이를 하죠. 사랑하다 헤어진 연인을 보는 것처럼 TV 화면에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하지만 어디에도 하소연을 할 사람이 없다. 아끼는 연예인이 설령 그에게 섭섭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연예인 얘기를 한다는 것이, 의리파인 김청경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혼자 참고 가슴앓이를 하는 수밖에.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와 친분이 있는 전인화는 이런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언니는 정이 많아서 탈”이라고 말이다. “아무리 친해도 남은 남”이라면서 “친한 연예인들이 시시때때로 숍을 바꾸는 것에 대해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라”고 위로해준다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실력
“20년 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누구한테나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저는 신인이건, 톱스타이건, 메이크업을 해달라고 하면 새벽 3, 4시에도 숍에 나와서 해줘요. 저야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직원들이 고생이죠. 그럼에도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메이크업을 할 때도 최선을 다해요.”
그 때문에 오늘의 그가 있지 않았나 싶다. 김청경은 신인 때부터 메이크업을 해준 연예인이 톱스타가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연예인들도 꽤 있는데 그들이 톱스타가 되서 부를 누리는 걸 보면 내 일처럼 기쁘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벽면에 붙은 연예인 사진들을 쳐다보았다.
“전 남의 일에는 발벗고 나서는 스타일이에요. 형편이 어려운 신인 연예인들을 보면 정말 도와주고 싶어요. 광고주나 방송국 관계자들, 기자들을 제가 많이 아니까 섭외 부탁도 많이 받는데 그럴 때도 연예인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서 판단하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면 소개를 시켜주고, 아니면 제 선에서 없던 일로 정리를 해요.”
친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예인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김청경은 연예인들이 휴대전화로 보내는 문자메시지도 문자의 양이 많아서 저절로 삭제될 때까지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지우지 않고 보관한다고 한다. 그러고는 이를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이 자신의 휴대전화 메시지 보관함을 보여주었다.
그중 최근 결혼한 SBS 정지영 아나운서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있었는데 그 문자메시지는 ‘귀여운 우리 원장님’이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었다. 행복한 얼굴로 또 깔깔거리며 웃는 김청경,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이 어린 연예인들과 손 잡고 영화 구경을 갈 정도로 젊게 사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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