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금산군에 살고 있는, 두 자녀를 둔 주부 전용숙씨(29)는 다이어트를 시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체중이 무려 131kg이나 되었다. 그러나 전씨는 미혼 시절에는 꽤 날씬한 몸매였다고 한다. 168cm의 훤칠한 키에 체중 50kg을 유지했다는 것. 그러던 그녀가 스스로 말하듯 ‘드럼통 몸매’로 변한 것은 결혼하고 5년째 되던 해인 96년 첫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
임신 후 생긴 식탐으로 체중이 한달에 10kg 늘기도
“결혼하고 5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기다리던 임신을 한 후 3개월 동안 입덧이 말할 수 없이 심해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밥은커녕 물만 먹어도 구토를 할 정도로 입덧이 심했죠. 그런데 입덧이 사라지고 나니까 갑자기 식탐이 생기는 거예요. 먹는 것만 눈에 띄면 뭐든지 다 먹고 싶었어요. 그때는 정말 철을 씹어먹어도 고소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당시 한달 동안 무려 10kg이나 살이 찐 적도 있었어요. 출산을 한 후 체중을 재보니까 딱 100kg이 나갔는데 그때는 제 몸무게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시 그녀는 보신탕과 뱀탕만 제외하고 먹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음식을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먹었다고 한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나서도 밤참으로 라면 두개 정도는 너끈히 소화해낼 정도로 엄청나게 먹어댔다. 게다가 그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고기, 피자 햄버거 등 기름진 음식들이었다.
이렇게 급격하게 체중이 불어나는데도 그는 그저 임신 때문에 살이 찐 것이려니 싶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시 살이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아이를 낳은 이후 1년 만에 둘째아이를 임신하면서 가라앉을 것 같았던 그의 먹성은 두배로 증가했다. 때문에 둘째아이를 출산했을 때 전씨의 몸무게는 무려 130kg을 육박했다.
“살이 찌니까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 일은 힘이 들어서 제대로 할 수도 없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살이 찌긴 쪘구나’ 하고 확실하게 느낄 때가 운전할 때였어요. 운전석을 뒤로 최대한 밀어놓아도 배가 핸들에 닿아서 핸들을 제대로 돌릴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입었던 옷은 거의 다 배 부분만 빨리 해어져서 입지를 못했지요(웃음).”
당시 전씨가 입었던 상의는 티셔츠 사이즈로 치면 130. 그 사이즈의 티셔츠를 펼치면 4인용 식탁을 덮을 정도고, 큰 덩치를 자랑하는 남자들이 입어도 헐렁할 정도다. 일반적인 옷가게에서는 구할 수 없어 ‘빅 사이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이태원 등지에서 구해 입어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체중을 줄여야겠다고 마음먹기 시작한 것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부터. 모처럼 남편과 분위기를 즐기려고 레스토랑에 가도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고, 길을 가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자신을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보는 것 같아 사람들의 눈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전씨는 가급적 외출을 삼갔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체중을 불리는 계기가 되었다. 살을 빼겠다고 노력하기보다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서 TV를 시청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여전히 먹는 것에 집착하는 자신을 발견했던 것.
체중이 131kg일 때의 전씨(왼쪽)와 53kg 감량한 후의 모습.
“지난해 봄이었어요. 어느 날인가 육교를 걸어 올라가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죠. 결혼하기 전에 언젠가 육교를 내려오는 여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어마어마하게 뚱뚱했어요. 그때 속으로 사람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갑자기 나의 모습이 그때 그 여자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 순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결심을 했지요.”
그래서 2002년 3월부터 전씨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한가지 음식만을 섭취하는 원푸드 다이어트를 비롯해 체지방을 없애준다는 제품도 발라보고 수영도 해보고 헬스클럽을 다니며 운동도 해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생각만큼 살이 빠지지 않자 전씨는 어느 정도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던 그가 다시 한번 체중감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취업 때문이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 빠듯한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직장을 다니기로 결심하고 이력서를 여러 회사에 넣어봤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어마어마한 체구가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다.
“정말 죽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노골적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뚱뚱한 외모 때문에 저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거든요. 그땐 정말 제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2002년 5월 운 좋게 취업이 된 곳이 한전 계열사. 회사 사무실에서도 그녀의 몸무게는 동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등 화제가 되었다. 외모 때문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웃음거리가 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전씨는 독한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의 거리는 4km. 왕복 8km나 되는 출퇴근 길을 걸어서 다니기로 결심한 것. 아침 6시30분에 집을 나서면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이 8시10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씨는 무작정 걸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한겨울 매서운 바람을 헤치며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사계절 중 전씨에게 가장 힘든 계절은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이었다.
“정말이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얼굴이 빨갛게 익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땀을 줄줄 흘리면 더 빨리 살이 빠지겠지 싶어서 여름에도 긴소매 상의를 입고 다녔어요. 그런 저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정말 지독하다고 했죠.”
지형의 높낮이가 다른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은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에서 뛰는 것보다 운동량이 많았다. 이렇게 걷다 보니 한달 만에 체중이 3kg이나 줄어드는 성과가 나타났다.
전씨는 걷기 운동과 함께 다이어트 회사에서 짜준 식단을 철저하게 지켜 성공적으로 체중감량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먹는 것이 여전히 문제가 되었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회식 자리를 피할 수 없었던 것. 동료들과 음식을 먹다 보면 신경도 많이 쓰였다. 많이 먹으면 그 체중 유지하려면 그 정도는 먹어야 된다고 할까 싶어서, 그렇다고 적게 먹으면 그 체구에 그것밖에 안 먹느냐고 할까 싶어서 눈치를 보게 되었던 것. 이렇듯 먹는 것조차 마음 편히 할 수 없는 자신이 싫어진 전씨는 그때부터 온통 다이어트에만 신경을 썼다.
“신문을 봐도 잡지를 봐도 다이어트 광고만 눈에 들어오대요. 그러다가 한 다이어트 회사(슬림 다이어트)의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서 그 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사실 다이어트 제품을 사용해서 살을 뺀다는 게 쉽게 믿어지지 않았지만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그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해본 거였지요.”
전씨는 다이어트 회사의 프로그램과 영양사가 짜주는 식단을 병행하면서 운동량을 더욱 증가시켰다. 일차적으로 8km 걷기에서 14km로 ‘업그레이드’시켜 하루도 빠짐없이 걸었다. 식단은 고기는 거의 배제하고 탄수화물 섭취도 지금까지 먹던 양의 3분의 1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회식 자리에 갈 때도 칼로리표를 가지고 다니면서 일일이 칼로리를 체크할 정도로 음식절제를 했다. 식탐이 많은 전씨에게 ‘음식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게 그야말로 ‘고문’과 다름없었지만 이를 악물었다.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커피 한잔을 권할 때면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뚱뚱하다고 비난을 하는 것은 좋지만 먹는 것을 권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요. 정말 너무너무 과자가 먹고 싶을 때면 비스킷 한 쪽을 오랫동안 야금야금 갉아먹고 저녁 7시 이후에는 물만 먹었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름진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던 전씨가 요즘 선호하는 것은 된장찌개와 야채, 나물 등 한식이 다. 이렇게 먹다 보니 자연히 소식을 하게 되고, 더불어 운동량을 늘리니 살이 쑥쑥 빠져 어떤 때는 한달에 7kg까지도 감량을 할 수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0개월 만에 무려 53kg을 줄여 현재 그의 몸무게는 78kg.
이렇듯 눈에 띄게 체중감량을 한 전씨에게 요즘은 다이어트의 성공비결을 묻는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고. 그러면서 급기야 도움을 받은 다이어트 회사로부터 다이어트 광고 모델 제의를 받기까지 했다.
“사실 다이어트에 왕도는 없어요.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요.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소식을 하는 수밖에 없어요. 사실 저희 집안에는 살찐 사람이 별로 없어요. 남동생이 둘 있는데 둘 다 키도 크고 약간 마른 체형이거든요. 제가 이렇게 살이 찐 것은 아마 저 자신이 긴장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현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보험설계사 일을 하고 있는 전씨가 체중감량으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자신감이다.
“사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은 저한테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얼마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보험설계사 일을 하고 있어요. 사람을 찾아다니며 보험을 권유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살도 뺐는데 무슨 일을 못할까 하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또 업무상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도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려니 생각하니까 힘들다는 생각도 안들고요. 일석이조인 셈이죠.”
10개월 만에 131kg의 몸무게를 78kg으로 끌어내린 전씨는 앞으로 6개월 이내에 20kg 이상을 더 감량해 미혼시절과 같은 50kg대의 체중으로 돌아간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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