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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포트라이트

형부와 처제의 사랑 그린 드라마 ‘눈사람’의 인기 주역 공효진

“동료 배우이자 남자친구인 류승범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돼요”

■ 글·정지연 기자(alimi@donga.com) ■ 사진·박해윤 최문갑 기자

2003. 02. 28

탤런트 공효진이 ‘차세대 스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MBC 인기 드라마 ‘눈사람’에서 ‘대선배’ 조재현과 겨뤄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것. 데뷔 4년 만에 전성기를 구가하는 그와의 프라이버시 인터뷰.

형부와 처제의 사랑 그린 드라마 ‘눈사람’의 인기 주역 공효진

99년 영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중성적이고 수다스런 여고생으로 데뷔한 이래 공효진(23)의 이미지는 ‘왈패’ 아니면 ‘불량 여고생’이었다. 드라마 ‘화려한 시절’ ‘네 멋대로 해라’ 영화 ‘화산고’ ‘킬러들의 수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품행제로’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았다.
그랬던 그가 180도 달라졌다. MBC 인기 드라마 ‘눈사람’에서 그는 형부(조재현)를 사랑하는 처제 서연욱 역할을 맡아 가슴 시린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선머슴’ 같은 이미지를 벗은 그에게서 언뜻언뜻 여성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솔직히 처음엔 어떻게 형부를 사랑할 수가 있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해가 되더군요.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 불륜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전 17세 소녀가 26세 여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 과정을 보면서 ‘저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준다면 그걸로 만족이에요.”
‘처제와 형부의 사랑’이라는, 자칫하면 눅눅해 보일 수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눈사람’에 보내는 시청자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맛깔 나는 대사와 동화처럼 아름다운 화면, 요즘 한층 뜨는 주제가도 좋지만 무엇보다 조재현, 공효진의 연기가 없었다면 ‘눈사람’에 쌓인 시청자들의 사랑은 쉽게 녹아버렸을지도 모른다. 특히 그의 연기를 두고는 칭찬 일색이다.
연기에 관한 한 대선배인 조재현조차 “연욱 역은 공효진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공언할 정도.
그는 과연 데뷔 후 4년 만에 이처럼 인기를 끌며 스타덤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제가 시기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엽기라는 문화 코드가 뜰 시점에 CF로 한방 터뜨렸잖아요. 상대역 운도 좋았어요. 혜성처럼 나타난 류승범, 양동근씨, 조재현 선배님 등과 짝이 됐고요. 아마 기성 스타일의 연기자를 만났더라면 제가 너무 튀거나 못나 보였을 텐데. 여러모로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의외다. “시청자들이 잘 봐주신 덕분이죠” 쯤의 대답을 기대했는데, 돌아온 건 상당히 예리한 분석이다. 한 영화잡지 기자가 공효진을 만나고 난 후 “이렇게 똘똘하다니…” 하고 내심 놀랐다는 얘길 하는 걸 들었지만, 상상 이상이다. 게다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다.
“드라마가 반응이 좋아서 힘이 나긴 하지만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철야 촬영이 많아 잘 쉬지도 못하고요. 너무 힘드니까 짜증만 나고. 제가 원래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를 오가는 편인데, 요즘은 스트레스 때문에 자꾸 비관주의자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럴 땐 울어요, 펑펑.”
얘기를 듣고 보니 이해도 간다. 데뷔 후 그는 한번도 쉬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영화 두편과 드라마 한편을 동시에 촬영해야 했다. 살인적인 스케줄 탓에 두번이나 병원에 실려갔다고.
그에게 소원을 물었더니 “6개월 정도 푹 쉬는 것”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눈사람’이 종영하는 2월말이면 ‘잠수함’을 탈 생각이라고.
“흔히 연기자들은 ‘연기는 내 인생’이라고 말하잖아요. 하지만 전 생각이 달라요. 연기는 인생의 일부일 뿐이지요. 꼭 해보고픈 일이었고, 지금도 재밌지만, 연기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형부와 처제의 사랑 그린 드라마 ‘눈사람’의 인기 주역 공효진

공효진은 남자친구 류승범과 주로 홍대 부근에서 데이트한다고.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고 예쁜 옷 구경하기가 취미.


옆으로 찢어진 눈, 낮은 콧대, 훌쩍 큰 키와 마른 몸매. 솔직히 세련된 미인의 얼굴은 아니다. 실제로 그는 데뷔 초만 해도 ‘못난이과’에 속했다. 입에는 보철기를 끼우고 촌스런 갈래머리를 한, 휴대전화 벨소리 CF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공효진은 ‘공주과’에 속하진 않아도 ‘못난이과’는 결코 아니다. 막상 보면 퍽 여성스럽고 예쁘다.
“실물이 훨씬 낫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방송에서 봤을 땐 그저 비쩍 마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보기 좋게 길고 가는 체형이다. 게다가 연약해 뵈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각종 운동에 능하다. 볼링 수영 테니스를 즐기는데 그중에서도 겨울철에 열광하는 스노보드는 프로급이라고. 이처럼 운동을 잘하지만, 몸매 관리 차원은 아니고 레저 차원에서 즐긴다는 답변이다.
모델 출신인 만큼 얼굴이 조막만하다. 피부가 원래 깨끗한 편인데 잠을 잘 못자면서 요즘은 조금씩 트러블이 생겼다. 그래서 각별히 클렌징에 신경을 쓴다고.
“특별한 화보 촬영이 있는 날은 미용실에 가서 메이크업을 받지만 평상시에는 제가 직접 해요.”
그의 메이크업 솜씨는 수준급. 그가 선호하는 건 한 듯 안한 듯 보이는 투명 화장. 피부톤이 뽀얗고 투명해 보이도록 베이스 메이크업에 특히 신경을 쓴다. 입술 화장도 반짝거리는 립글로스 하나면 끝이다.
패션 감각도 나무랄 데가 없다. 전속 코디네이터는 공효진을 두고 “놀랄 만큼 패션 수용 감각이 뛰어나다.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혀놓아도 스스로 매무새를 만져서 자기 것으로 소화한다”고 칭찬했다.
그는 약간 촌스러운 듯한 구제 스타일부터 힙합, 세련된 레이디룩까지 모두 소화해낸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상하의 아이템을 섞어서 입는 감각은 웬만한 패션모델을 능가할 정도.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지금도 뉴욕에 패션 공부를 하러 가면 어떨까 생각중이에요.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건 어렸을 때부터의 꿈 중 하나거든요.”
예쁜 옷 구경하는 게 너무 좋고, 이리저리 집에서 의상들을 꺼내놓고 코디해보는 걸 즐긴다는 공효진. “손재주가 좋은 편이라 ‘십자수’도 곧잘 놓는다”고 말해놓곤 웃는다.
“하루 멋지게 차려입으면 불편했다는 기억 때문에 한달간은 편하게 입어요. 대신 편안해 보이면서도 한 가지 정도는 눈에 띄게 장치를 하죠. 멋낸 것 같지만 조잡해 보이는 건 싫거든요.”

[그녀의 프라이버시] “취향, 가치관까지 비슷한 승범씨와는 애인이라기보다 오누이 같아요”
“전 보기보다 성격이 냉정한 편이에요. 친한 사람과 있을 때도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선은 지켜줬으면 해요. 친하다고 막 대하고 실수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너그러운 편은 아니죠. 그럴 땐 차라리 냉정하게 지적하는 편이에요.”
공효진이 자기 자신에 대해 내린 평가. 그러다 보니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대신 한번 친해지면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큼 ‘의리’를 지키는 타입.
이제껏 연기해온 역할 중에서는 드라마 ‘화려한 시절’의 연실이 실제 그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 욕 잘하고 애교도 없지만, 잔정 많고 속 깊은 차장 아가씨로 분했던 이 드라마에서 그는 ‘껌딱지’란 별명으로 불렸다. 극중의 철진(류승범)에 대한 끔찍한 애정을 주체 못하는 바람에 붙은 별명. 그가 이 드라마에 대해 느끼는 애착은 남다른데, 소중한 남자친구 류승범과 만나게 해줬으니 어쩌면 당연하다.
이들 커플은 영화제와 같은 공식석상에 같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서로 인터뷰하면서도 상대에 대한 애정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 ‘품행제로’에도 같이 출연했고, 스케줄이 맞는 한 동반 화보 촬영도 꺼리지 않는다. ‘서로 함께 있어 얼마나 좋은지’ 숨길 줄 모르는, 이들은 대책 없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럽다.
“‘화려한 시절’의 철진과 연실이 커플이 딱 저희들이에요. 제가 애교가 별로 없는데 승범씨는 이런 모습이 좋대요. 괜히 이쁜 척하지 말라고 그래요(웃음).”
공효진은 남자친구로서 느끼는 애정 이상으로 연기자로서의 류승범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잘하려고 의식하지 않는데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요.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습득한 연기론이 탄탄해요. 저로선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죠.”
그렇다면 류승범의 여자친구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연기자.” 최근 류승범은 한 스포츠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눈사람’ 보는 재미에 산다”고 말했다. 그만큼 ‘여자친구’의 뛰어난 연기에 자신이 더 신나 있는 듯했다.
그들의 데이트 장소는 주로 홍대 부근. 취미나 가치관이 너무나 흡사해 마치 오누이 같다는 이들 커플은 서울 곳곳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옷을 사기 위해 옷가게를 돌아다니는 게 취미다.
“주로 식당에서 데이트하는 셈이에요. 전 피자보다 한식을 좋아하는 식성이거든요. 대신 술은 못해요.”
요즘 두 사람은 예전에 비해 자주 만나지 못한다고 한다. 공효진은 ‘눈사람’ 때문에, 류승범은 새 영화 ‘마루치 아라치’ 때문에 바빠 짬이 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일까. 얼마 전에는 이들이 헤어졌다는 내용의 기사가 한 스포츠 신문에 나기도 했다. 서로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툼이 잦아져, 연인관계를 청산하고 대신 좋은 친구로 남기로 했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공효진의 매니저는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공식적으로 연인관계임을 밝혔듯이 만약 헤어졌다면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빡빡한 촬영 일정 때문에 끼니조차 거르면서 강행군을 하고 있는 공효진. 힘들고 고될수록 더욱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처음 맡은 주인공인 만큼 끝까지 제대로 할 거예요.”
소리소문 없이 내리는 눈처럼 소복하게 인기가 쌓여가는 드라마 ‘눈사람’. 그 중심에 서 있는 공효진의 야무진 눈빛에서 ‘진정한 연기자’로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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