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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해리스‧ 밴스‧ 길포일, 미국 대선 판도 좌우할 여성 3인

김명희 기자

2024. 08. 23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대선 판도뿐 아니라, 어쩌면 미국의 미래까지 좌우할 여성 3인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캣 레이디 vs 여성 권익의 수호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카멀라 해리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카멀라 해리스(60)를 러닝메이트로 발탁했을 때 ‘너무 약한 카드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통령 후보감으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해리스가 바이든이 전격 사퇴하고 그녀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에는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주일 만에 2억 달러(약 2800억 원)의 선거자금을 모았고, 도널드 트럼프에 끌려다니던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미국 최장수 애니메이션 시트콤 ‘심슨 가족’이 해리스의 대권 도전을 예측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화제성까지 더해졌다.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 중 하나인 ‘바트 투 더 퓨처(Bart to the Future)’에는 리사 심슨이 성장해 2030년 미국 최초로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리사 심슨이 착용한 보라색 재킷과 진주 목걸이가 카멀라 해리스가 2021년 부통령 취임식에서 착용했던 것과 매우 비슷한 데서 나온 이야기다. 온라인상 화젯거리에 불과하지만 온 우주의 기운이 해리스에게로 모이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카멀라 해리스는 1964년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 아버지와 인도 출신 이민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백인 남성이 주류인 미국 정치계에서 마이너리티에 가까운 이 정체성이 대선에서는 오히려 경쟁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인구의 약 13%를 차지하는 히스패닉, 미국 인구의 1%에 불과하지만 테크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인도 이민자들의 표심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외가는 인도 카스트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고, 외조부는 고위 관리를 지냈다. 해리스가 어릴 때 경제학자인 부친과 유방암 전문 학자인 모친이 이혼해 그녀는 외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성장했다.

대학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그녀는 로스쿨 졸업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로 일했고, 2011년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에 올랐다. 캘리포니아주에선 투표로 검찰총장 겸 법무장관을 선정하는데, 해리스는 4년 뒤 재선에 성공할 정도로 명망이 높았다. 2016년 말 정계 진출을 선언하며 민주당 바버라 박서 의원의 뒤를 이어 캘리포니아에서 역대 세 번째 여성 상원의원 자리에 올랐다. 2014년, 유대계 변호사인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했는데 둘 사이에 자녀는 없다. 이 때문에 J. D. 밴스가 몇 년 전 그녀를 ‘캣 레이디(cat lady·자녀를 낳지 않고 고양이를 돌보며 사는 여성)’라고 비하하며 “민주당의 미래가 자녀도 없는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J. D. 밴스가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되면서 이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어떤 이유로든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거나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밴스의 발언을 반격했고, 제니퍼 애니스턴을 비롯한 수많은 셀럽이 이 흐름에 동참했다. 엠호프의 전처이자 영화 제작자인 커스틴 엠호프도 “밴스의 발언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커스틴은 1992년 엠호프와 결혼해 콜(30), 엘라(25) 남매를 뒀다. 커스틴은 “콜과 엘라가 10대였을 때부터 카멀라는 나와 더그(더글러스)와 함께 공동 부모 역할을 했다”며 “그녀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보살폈고, 나는 이 ‘혼합 가족’을 사랑하며 그녀가 이 안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모델 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엘라 엠호프도 “해리스에겐 나와 오빠처럼 ‘큐티 파이(cutie pie·사랑스러운)’한 아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자식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캣 레이디 논쟁은 낙태금지법과 맞물리며 미국 대선의 중요한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들로 채워진 미국연방대법원은 2022년 연방 차원의 낙태 권리를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여러 주에서 잇달아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을 채택하고 있는 것. 가장 최근에는 아이오와주에서 태아의 심장 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시점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과거 아이오와주에서는 임신 22주까지 낙태가 가능했으나 이제는 6주부터 낙태가 불가능하게 됐다. 미국에서 낙태가 불가능해지자 여성들이 낙태를 위해 멕시코로 원정을 가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해리스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여성의 낙태권 및 성소수자의 권익 보장, 총기 규제 강화 등 민주당의 핵심 진보 의제들을 ‘근본적 자유 수호’의 프레임으로 설파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오면 이와 같은 자유들이 침해당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흙수저 출신 부통령 후보의 엘리트 아내, 우샤 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의 아내 우샤 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의 아내 우샤 밴스

도널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 부통령 후보는 해병대 근무, 예일대 로스쿨 졸업, 영화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 작가,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상원의원 등을 거쳤다. 마흔 살의 흙수저 출신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경력이다. 그의 아내 우샤 칠루쿠리 밴스(38)는 인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우샤의 부모는 인도 남부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1980년대에 샌디에이고에 정착했다. 집안 대대로 학자가 많고, 부모는 모두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일대 법대 출신인 우샤 밴스는 성적과 외모 등 모든 면에서 눈에 띄는 학생이었다. 한 번도 B 학점을 받은 적이 없고 2학년 때는 ‘캠퍼스 매거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생 50명’에 선발되기도 했다. J. D. 밴스와 우샤 밴스는 예일대 법대 1학년 때 처음 만나 2014년 결혼, 슬하에 세 아이를 두고 있다. 우샤 밴스는 이후 판사,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사직하고 남편 선거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J. D. 밴스는 한 인터뷰에서 아내에 대해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핵심 조언자”라고 묘사했다. 또 “내가 조금 건방진 일을 하려고 할 때면 그녀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했다는 걸 나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공화당 입장에서 우샤 밴스는 해리스의 인도 표를 가져올 수 있는 ‘맞불 카드’지만, 이념적으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부터 중도좌파에 가까운 성향이었고, 예일대 법대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커플인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의 추종자이기도 했다. 때문에 그녀의 지인들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옆에 앉아 있는 우샤 밴스의 모습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샤 밴스도 남편 지지 연설에서 “남편은 노동자 출신의 성공 케이스”라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 트럼프나 공화당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보다 전투적이고 멜라니아보다 나이 많은 예비 며느리, 킴벌리 길포일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예비 맏며느리 킴벌리 길포일.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예비 맏며느리 킴벌리 길포일.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를 비롯한 모든 급진적인 민주당원들에게 알리고 싶다. 우리는 복종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것이고, 침묵 속에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미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하던 날, 트럼프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약혼녀이자 트럼프가의 예비 맏며느리인 킴벌리 길포일(55)은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단상에 올라 민주당을 향해 이렇게 매서운 선전포고를 했다. 1994년 샌프란시스코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지방 검사로 활동하던 길포일은 2004년 방송에 뛰어들어 코트TV, CNN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2006년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로 적을 옮겨 간판 앵커로 등극했다. 2001년, 민주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장)와 결혼해 ‘잉꼬부부’로 이름을 날렸으나 5년 만에 이혼했다. 두 번째 남편인 에릭 빌렌시와의 사이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으며, 상당히 자상한 엄마로 알려졌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아들도 동행했다. 트럼프 일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8년 장남 도널드 주니어가 배우 출신 버네사 메이와 이혼한 이후다. 길포일은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선거 캠프의 모금 책임자이자 법률 고문을 맡아 선거운동을 도운 바 있다.

예비 시어머니 멜라니아 트럼프보다 한 살 많은 길포일은 글래머러스한 몸매, 보디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밀착되는 의상, 풍성하게 웨이브가 진 금발 머리 등 MAGA(Make America Great Again·트럼프 대선 캠페인) 캠프 여성들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한때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 등의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모델 일을 통해 흥미로운 사람들을 엄청나게 만날 수 있었고, 자신감과 자존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늘 화려한 스타일로 주목받다 보니 성형 논란 등 부정적인 이슈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카멀라 해리스 #우샤 밴스 #킴벌리 길포일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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