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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MZ식 육아? 오히려 좋아" 유튜버 ‘밍찌채널’ 차민진이 말하는 결혼과 육아

조지윤 기자

2024. 11. 12

취업도, 결혼도, 출산도 완벽하게 준비가 돼야만 할 수 있는 걸까. 구독자 38만 유튜브 ‘밍찌채널’을 운영하는 차민진 씨가 불완전한 시작을 두려워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20대 후반 청년 가운데 결혼해서 배우자가 있는 비중은 10명 중 1명(7.9%)도 채 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25〜39살 청년의 배우자 유무별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 통계를 발표했다. 청년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생애 주기도 늦춰진 영향이 크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1998년 대졸 신입 사원의 평균 나이는 25.1세였지만 2020년에는 31세를 기록했다. 자연스레 여성 평균 출산 연령도 점점 늦어져 지난해에는 33.6세로 나타났다. 고령 산모 비중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출발이 늦어지는 까닭은 ‘완벽주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이가 첫 취업부터 조건 좋고 안정적인 곳에 입사하길 꿈꾸며 각종 스펙을 완벽하게 준비하려 애쓴다. 취업 준비에만 몇 년을 쏟는 것이 더는 어색한 광경이 아니다. 결혼이나 출산도 마찬가지다. 결혼하려면 번듯한 아파트가 있어야 하고, 유명 브랜드 가전제품들로 집을 채울 수 있어야 비로소 ‘준비’됐다고들 한다. 출산 역시 수백만 원대의 산후조리원 예약이 가능하고, 백화점 브랜드로 아기방을 꾸밀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완벽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마치 자격 미달인 것 같은 자격지심마저 느껴진다.

구독자 약 38만 명의 유튜브 채널 ‘밍찌채널’을 운영하는 차민진 씨는 “결혼과 출산에 있어서 완벽한 준비는 없다”고 말한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배우자와 함께 미래를 그려가는 것에서 오는 행복이 크다”는 것. 이어 그는 “진짜 준비해야 할 것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도 해결해나가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차 씨는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재학 당시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 초기 멤버로 시작해 현재 국어 교육 콘텐츠 관련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졸업 후 서울 대치동에서 국어 강사로 일하다가 동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지난 2020년 26세의 나이에 3세 연상의 남편과 결혼해 현재 11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다. 학업과 일 그리고 육아까지, 한 가지만으로도 벅찰 과업을 동시에 3가지나 하고 있는 것. 차 씨는 “완벽에 대한 집착을 버렸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결혼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했어요. 부모님, 조부모님이 모두 겪은 결혼 생활을 나도 겪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이 생겼어요. 저와 남편, 두 사람이 그려온 각자의 선이 만나서 일치되는 과정도 기대됐고요. 비교적 일찍 결혼하다 보니 주변에서 왜 결혼하는지 많이 물어봤는데, 우리 둘이 결혼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게 제일 컸어요.

결혼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친구들은 대부분 “더 놀다 가지”라며 아쉬워했어요. 당시 제가 막 강사 생활을 시작한 상황이다 보니 엄마도 더 자리 잡고 결혼하길 바라는 내색을 비쳤어요. 의외로 아빠가 제일 반겼어요. 제가 20세 때부터 타지 생활한 것이 신경 쓰였는데 믿음직한 남자와 결혼한다니까 안심되셨대요.

우려하는 반응에 덩달아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나요.‌
전혀요. 저는 이미 충분히 놀았다고 생각했고, 결혼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죠. 너무 이르다는 말에 그럼 대체 적절한 결혼 시기는 언제인지 궁금했어요(웃음). 주변에서 “결혼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 않니”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사실 공감이 안 갔어요. 그리고 ‘결혼 준비’란 과연 무엇인가, 본질적인 의문이 들었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떤 게 부족하다는 말이었나요.
친구들이 “집은 구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질문이 이상하게 들렸어요. 제가 26세, 남편은 29세였는데 어떻게 집이 있겠어요(웃음). 친구들은 다른 동갑에게는 집이 있냐고 묻지 않아요. 제가 ‘결혼’을 한다니까 궁금했던 거죠. 돌이켜보면 그 친구들도 결혼하려면 정말 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자동 반사적으로 한 질문이었을 거예요. 결혼의 필수 조건이 집, 그것도 아파트라는 것부터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로 ‘집값’이 매번 꼽힙니다.
20〜30대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당연히 모아둔 돈이 많지 않고 집도 살 수 없어요. 저는 그 점을 빠르게 인정하고 받아들였어요. 집 없이 시작해도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났기에 같이 차근차근 돈을 모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저는 지금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에 살고 있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아요. 물론 아파트보다야 불편할 수 있지만 결혼 못 하고 아기를 못 낳을 만큼의 단점은 아니에요. 제가 완벽한 결혼을 추구했거나 머릿속으로 이런 상황을 상상만 했다면 걸림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 같은 불편은 신경이 안 쓰일 만큼 우리 가족의 삶이 행복해요. 아이를 재워놓고 남편과 누워서 저축 계획을 세우고, 아기가 자라면 어디로 이사 갈지 상상하는 일도 즐겁고요.

2030 사이에서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이 만연합니다.
저희 세대는 어릴 때부터 학업은 물론이고 직업, 인생 루트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어요.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비교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영향도 있고요. 저도 결혼 전에는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적어도 결혼에 있어서는 ‘완벽한’ 준비라는 개념이 없다고 생각해요. 자가 아파트가 있고,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낼 재력을 갖췄다면 결혼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배우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나갈 의지가 있는지 2가지만 고민해도 충분해요. 문제는 반드시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부부가 같이 논의하고 헤쳐갈 수 있으니까요.

출산도 평균 연령보다 빨리한 편입니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임신도 우리 부부가 부모가 된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서 하고 싶었어요. 둘이서 꾸려나가는 삶도 행복했지만 엄마가 된 제 모습, 아빠가 된 남편의 모습이 궁금해졌죠.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자는 결심이 섰어요. 저 역시 그랬지만 많은 분이 출산 전에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해요. 그런데 그냥 도전해보는 거예요. 우리 엄마와 아빠가 나를 키웠고,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엄마와 아빠를 키웠는데 나라고 못 할 것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출산도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준비한다고 해서 대비를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워낙 교육에 관심이 많다 보니 아이를 낳으면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주고 언어를 깨칠 수 있게 도와야겠다고 계획했어요. 현실은 전혀요(웃음). 아이가 너무 활발해서 가만히 앉아서 책을 넘겨보지를 못해요. 육아도 결국 나와 또 다른 생명체와의 관계인 만큼 변수가 많아요. 우리 모두 그랬듯이 아이도 자기 마음대로 큽니다. 이를 빨리 인지했기 때문에 철저한 계획에 대한 부담을 내려놨어요. 이제는 아이가 좀 더 제멋대로 자랄 수 있게 잘 지지하는 부모가 되자는 마음이에요.

그래도 어떻게 키우고 싶다는 로망은 있지 않나요.
그럼요. 저는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가 어느 저도 크면 스트리트댄스 학원에 보내고 싶어요. 그런데 아이가 이를 안 하겠다고 해도 괜찮아요. 로망이 있는 부모와 따르지 않겠다는 아이 둘 중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어요. 그저 이 아이와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의 삶을 존중해주면 돼요.

당돌한 MZ식 육아, 오히려 좋아

아이를 일찍 낳고 체감하는 장단점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주변에 육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보니까 참견을 잘 안 해요(웃음). 제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죠. 엄마(본인)가 어리고 철없는 이미지다 보니 오히려 이를 대놓고 MZ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단점은 아직 없어요.

MZ식 육아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해요.
신생아는 태열이 많아서 꽁꽁 싸매는 것보다 약간 시원하게 해주는 게 좋아요. 그런데 겨울에 아이를 안고 산책할 때마다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애 춥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기 키워본 분들은 공감할 거예요. ‘애 춥다’ 이 세 글자가 얼마나 귀에 박히는지. 제가 조금만 더 성숙했다면 한 귀로 듣고 흘렸겠지만 참지 않았죠(웃음). 아기 목소리로 “할머니, 저 하나도 안 추워요!” 하고 귀엽게 받아치곤 했어요. 일종의 객기였지만 어르신들이 다들 웃고 넘어가 주셨죠. 다른 어른들이 육아법 이야기를 얹을 때도 “요즘은 안 그래요〜”라며 유머러스하게 넘겨요. 결국 부모가 스트레스를 안 받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만큼 어느 정도 이런 마인드를 장착하는 걸 추천해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아기 이름이 특이한 편이에요. 남편이랑 같이 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름을 짓고 그 뒤에 한자를 맞췄죠. 소아과의사 선생님도 처음 본 이름이라고 하더라고요. 양가 부모님도 처음에 당황하셨는데, 요즘 MZ 엄마 아빠들은 이렇게 이름을 짓는다고 밀어붙였어요(웃음). 조금 특이하게 행동하거나 옛날과 다른 요즘 육아법을 고수해도 미디어 속 MZ 이미지 덕분에 어른들이 “그래, MZ세대니까”라며 용인해주세요. 오히려 좋아요(웃음).

흔히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된다고 해요. 어떤가요.
저는 아직도 제가 그냥 애 같아요(웃음). 자기 딸이랑 놀기 좋아하는 아이죠. 사실 어른이라는 정의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부모님을 보면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아요. 아빠가 정말 회사 그만두고 싶은 시기가 있었는데, 아침에 욕을 하는 한이 있어도 자식을 생각해서 출근했다더라고요. 이처럼 가정을 책임지는 모습이 어른이 아닐까 해요.

아이를 낳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안정 추구형으로 바뀌었어요. 저와 남편이 원래 주식 투자를 즐겨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저축으로 많이 돌렸어요. 주식 시장을 들여다볼 시간도 없을뿐더러 돈을 잃는 것에 대한 불안이 커져서요. 그것 외에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웃음).

출산하면 개인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도 아기를 낳기 전까지 하던 댄스 동아리와 독서 모임을 그만뒀어요. 이를 두고 누군가는 개인 생활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저는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기와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서 여기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거죠. 우선순위의 재정비라고 생각해요.

육아하면서도 학업과 커리어도 이어가고 있어요. 시간 관리법이 궁금합니다.
시간 관리를 잘한다기보다는 체력이 좋은 덕분이 커요. 아이를 재우고, 새벽 3〜4시까지 미뤘던 영상 편집을 하고 책을 쓸 수 있었어요. 또 감사하게도 어머님께서 평일 낮에 아이를 봐주셔서 제가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어요. 0세 반 어린이집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고요. 사실 이 같은 방법은 굉장히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아이를 내 손으로 못 키우는 미안함 때문에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일정 시간 맡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민진 님도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큰가요.
네. 아이를 내려놓고 나올 때마다 마음 한편이 찌르르해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가서 영상 찍고, 학교 갔다 오냐’는 생각도 들죠. 다만 내 욕심 때문에 아이 맡기는 것을 선택했다면 그 아픔 또한 제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또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 우리의 삶까지 멀리 보는 시각도 필요하고요,

마지막으로, 결혼·출산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계획이 너무 완벽해서 쉽게 도전 못 하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하려면 집도 있어야 하고, 애를 키우려면 돈도 많아야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는 사실 결혼해서 육아하다 보면 하나도 안 들려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아이와 옆에 있는 배우자만 보이기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서로의 단점을 이해하고 장점은 극대화해주는 짝이 곁에 있다면, 둘이 함께 예쁜 미래를 그려갈 수 있을 거예요.




#밍찌 #저출생극복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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