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에 도전한 ‘강철부대’ 어벤저스 김민준·육준서
제작진 짐 나눠 들고 산행, 여행에서 빛난 인간애와 팀워크
노르웨이는 ‘북쪽으로 가는 길’을 뜻하는 지명이다. 유럽의 서북쪽 끝, 비틀스의 명곡 ‘노르웨이의 숲’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 덕분에 왠지 친숙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광활하고 거친 대자연과 냉대의 혹독한 기후는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유럽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바이킹도 북유럽의 험한 자연과 기후를 피해 따뜻하고 비옥한 땅을 찾아 약탈에 나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를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선 육준서와 김민준에게서 북유럽 신화를 접목한 마블 영화 ‘토르’ 주인공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곱슬머리를 뒤로 묵고 가죽점퍼를 입은 곱상한 외모의 육준서는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한 토르, 떡 벌어진 어깨에 싸움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다부진 체격의 김민준은 마크 러펄로가 연기한 헐크 같았다.
‘신계에서 인간계로 이어지는 다리’ 같았던 오로라를 만난 순간.
열흘 내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고된 여정이었지만 두 사람은 “오로라도 볼 수 있었고, 오랫동안 알아온 동료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과 함께 노르웨이에 다녀온 이희범 PD는 “트롤퉁가 하이킹은 험난한 코스에 악천후까지 겹쳐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작진이 헤매고 있을 때 김민준, 육준서 씨가 짐을 나눠 들어주는데 눈물 날 정도로 고마웠다. 그 순간만큼은 출연진과 제작진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한 팀이란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민준과 육준서는 ‘강철지구’ 촬영 중 얼음물 입수, 절벽에 박아놓은 철심을 밟고 이동하는 비아페라타, 악천후 속 트래킹 등 온갖 익스트림 어드벤처를 경험했다.
김민준(이하 김) 대자연을 찾아보고 느끼고 그걸 시청자들께 전해드리기 위해 촬영하고 왔습니다. 자연 그 자체가 놀라울 정도로 경이로워서, 보시는 내내 탄성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준서가 과묵하고 접근하기 힘든 이미지가 있는데 한 팀이 되면 편하고 귀여운 친구예요. 이번 방송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준서의 ‘허당미’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웃음).
육준서(이하 육) 그런 자연을 만나는 건 일상을 뛰어넘는 경험이잖아요. 방송이긴 하지만 저희는 진심을 다해 임했고, 그런 것들이 화면을 통해 전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
HID 팀은 인도네시아 화산을 다녀왔습니다. ‘강철부대’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어서 그런지 이번 방송도 시청률 경쟁이 기대됩니다.
김 우선 저희가 갔던 노르웨이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무엇보다 오로라도 봤다는 게 의미가 큽니다. 사진을 통해서도 오로라를 많이 접했지만 실제로 본 오로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신계에서 인간계로 다리가 내려온다고 해야 할까. 뭔가 다른 세상과 연결되는 느낌이었고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저쪽 팀도 화산 지대를 갔다니 다이내믹하긴 하겠지만 오로라를 이길 순 없을걸요.
육 오로라는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모습이, 우리가 이번 여행 중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그런지 마치 생선이 살아 펄떡이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져 몰입도가 컸어요. 가장 아름다운 건 오로라였지만 저는 지난한 여정이었던 트롤퉁가에서의 경험도 잊을 수 없어요. 완전 익스트림 어드벤처였거든요.
김 쉬운 루트가 아닌 데다 비와 눈보라가 끊이지 않은 최악의 날씨였거든요. 현지 가이드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악천후에서 등반해서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산악 등반 훈련도 하고 경험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제작진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무릎에 물이 찬 분도 있고 저체온증으로 고생한 분도 있거든요.
준서 씨는 이번 경험이 화가로서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육 엄청나게 광활한 자연을 보니까 아이맥스 영화를 현실에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소름 돋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정상에 선 순간에는 벅찬 느낌도 있었고요. 평소 갖지 못했던 강렬한 감정이니, 작품에 영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분이 UDT 선배이자 ‘찐친’인 걸로 알고 있어요. 그래도 여행을 하면 서로 감정이 상하거나 싸우게 되는 순간이 있는데 두 분은 어떠셨는지요.
김 친해도 시간을 내 같이 여행하는 게 쉽지 않은데, 방송을 통해 이런 기회가 왔고 여행하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준서의 다른 부분들도 많이 봤어요. 엄청 꼼꼼한 듯하지만 루스한 면도 있고, 업되면 방방 뛰는 면도 있고 그래요. 서로 옛날 이야기도 하고,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여행에서 사람을 얻는다는 게 그래서 나온 말 같아요. 제가 준서한테 ‘파괴의 신’이라는 별명도 붙여줬어요. 준서가 손끝만 갖다 대면 뭔가 파괴가 되더라고요(웃음).
육 원래 믿음직스러운 면이 엄청 많은 형님이셨는데 더 돈독해지는 느낌도 들었고, 형과 동생 관계를 넘어서서 서로 동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후 위기 등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구가 ‘강철’이라고 느꼈나요.
육 확실히 대자연은 힘이 있는 것 같고, 압도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연은 결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결과물은 자연을 존중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 쓰레기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서 그게 좀 부럽기도 하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트니스센터 운영, 재미있는 전시 준비
육준서는 ‘강철부대’가 낳은 최고의 스타다. 수려한 외모와 강한 체력, 남다른 승부욕으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했고, 방송 이후엔 본업이 화가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범접할 수 없는 남다른 오라는 어쩌면 예술적 감성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볼펜으로 달력 뒷면을 채우는 게 일상”일 정도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는 전역 후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을 시작해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기업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본캐는 아티스트지만 방송 활동도 틈틈이 하고 있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호적메이트’ 등에 출연한 데 이어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즌 2에서는 특수부대 군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이응복 감독은 “외국으로도 방송이 나갈 텐데, 군인이 너무 없어 보이면 안 될 것 같아 실제 특수부대 출신들을 섭외했다”며 “실제 연기를 시켜보니 잘하기도 했고 촬영장에 배우들보다 일찍 나와 무기 세팅 등을 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작품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무열은 “존재 자체가 큰 힘이 됐다”고 했고, 진영은 “액션 스쿨에서 육준서 씨의 모습을 보며 라이벌 의식을 갖고 훈련했다”고 말하는 등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김민준은 강인한 외모로 보나, 꾸밈없고 강직한 성격으로 보나 여러모로 군대 체질이다. 남들은 한 번 가는 것도 몸서리치는 군대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20대 초반에 입대해 병장으로 만기 제대하고 20대 후반에 다시 자원해서 UDT를 다녀온 것. 심지어 다시 태어나도 UDT에 입대할 거란다. 더 어린 나이에 지원해 시작을 UDT로 하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다. ‘강철부대’ 촬영 때는 강한 체력과 사격술은 물론 치밀한 작전 능력과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어 우승을 일궈냈다. ‘강철부대’ 출연 후 그는 여느 군인들이 전역 후 그렇듯 계속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나가고 있다. 의류 매장 직원을 거쳐 카페를 운영하기도 한 그는 조만간 서울의 한 운동 센터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UDT 복무 기간이 겹치는데, 두 분은 군대 시절부터 친했나요.
육 UDT 안에서 같은 소속으로 있었던 적은 없지만 부대가 좁기 때문에 오며 가며 대원들끼리 서로 얼굴도 보고 이름도 알게 되죠. 민준 형은 UDT 안에서도 전설적인 존재였어요. 5km 달리기를 하면 보통 20분 정도에 들어오는데 형은 16분에 들어왔거든요.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4분 빠른 거면 엄청난 거예요. 같이 작전을 한 적은 없지만 ‘대단한 선배’라는 것 정도는 소문으로 알고 있었죠.
김 같이 생활하는 후배 아니면 잘 모르는데, 저도 준서는 알고 있었어요. 머리를 빡빡 깎고 군복을 입었는데도 너무 잘생겨서 모를 수가 없었어요(웃음). 준서가 경례하면 받아주면서 ‘참 잘생겼네’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대에서 무장 구보를 하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잘 뛰고, 체력도 좋았고요.
‘강철부대’ 우승 상금 5000만 원 중 2000만 원을 심장병 어린이 수술을 위해 기부하셨다고요.
김 촬영하면서 자연스레 ‘우승하면 상금을 어디에 쓸까’ 얘기가 나왔는데 준서가 “의미 있는 일에 써보자”고 제안해서 다들 흔쾌히 동의했죠. 그렇게 희망 회로를 돌리면서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된 것 같습니다.
민준 씨는 ‘강철부대’ 시즌 3에 대항군으로 출연하셨잖아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시즌 1 출연 때보다 즐기는 것 같던데요.
김 시즌 3 참가자들도 다 아는 동생들이고, 친하게 지내거든요. 너무 재미있었죠. 같이 한번 제대로 싸워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항군한테는 총알을 많이 주진 않더라고요. 또 우리가 마음대로 해버리면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양쪽 팀에 공평하게 대항하려고 연습도 하고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UDT가 ‘강철부대’ 1~3회에 모두 출연했는데 시즌 1 이후로는 우승을 못 했어요. 아쉽지는 않았나요.
김 전혀 아쉽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더 선배인 분들도 계셨는데, 그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화면으로 봐도 다 알겠더라고요. 그냥 열심히 응원했고 결과가 나온 뒤에는 잘했다, 고생했다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두 분을 제외하고 ‘강철부대’ 전체 시즌을 통틀어 UDT 최고의 대원을 꼽자면요.
김 정종현 대원을 꼽겠습니다. 같은 군인으로 봐도 너무 멋있어요. 제 동기인데 UDT 시험 볼 때 교복을 입고 와서 더 기억이 납니다. 나이가 어린데 들어올 때부터 남달랐어요. 체력도 좋고, 훈련에 임하는 태도도 도전적이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친구였거든요. ‘강철부대’ 시즌 3를 보니 더 강해진 것 같더라고요.
준서 씨는 ‘스위트홈’ 시즌 2에 함께 출연했던 진영 씨를 비롯해 배우와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리스펙트를 많이 표현했더군요.
육 군에 대한 장면은 장비도 미리 구색을 갖춰놓고 전략, 전술도 사전에 준비해야 그림이 잘 나오잖아요. 종현이 형이 큰 그림을 짜고 제가 뒤에서 서포트하면서 그런 장면들을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되게 좋아하셨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걸 알아주시고 의도적으로 ‘샤라웃(shout out공개적인 언급을 통해 존경을 표현)’을 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더라고요.
두 분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김 조만간 청담동 운동 센터 책임자로 운동을 도와드리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재능 기부로라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앞서 준서도 방송 촬영 얘기를 했는데, 저도 얼마 전 드라마에서 특공대 촬영을 도와드렸어요. 일반 배우들이 연습해서 하는 것과는 그림 자체가 다르다고 좋아들 하시더라고요.
육 저는 제가 생각하거나 집중하고 있는 것들을 말로 하는 것보다 이미지로 그려내는 게 더 편하고 재미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소개하고는 있는데, 살다 보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우선은 재미있는 전시를 열고 싶습니다. 그냥 공간에다 그림만 걸어놓는 전시가 아니라, 이번에 ‘강철지구’를 통해 노르웨이에 가서 신기한 경험을 한 것처럼 찾아오시는 분들께 새로움을 선사할 수 있는 전시를 해보고 싶습니다.
‘강철지구’ 다음 편에 출연하게 된다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김 그러잖아도 PD님이 물어보시기에 “이번엔 추운 곳에 다녀왔으니 다음에는 좀 따뜻한 곳에 가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사막 투어’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이분들 진짜 중간이 없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웃음). 이번 방송을 통해 장엄하고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보고 나니, 다른 곳도 궁금하고 더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육 저도 열흘 넘는 장기 해외여행은 처음인데 이번 방송을 계기로 여행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동선이 한정되다 보면 시야나 생각도 거기에 갇히게 되는데, 여행을 통해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의도적으로 좀 찾아 나서야겠다는, 여행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육준서 #김민준 #강철지구 #강철부대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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