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크라운’ 시즌4의 히로인이자,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엠마 코린. 당분간 엠마 코린 하면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자연스럽게 함께 떠오르지 않을까.
시대의 상징, 다이애나 왕세자비

다이애나 왕세자비
1996년 공식적인 이혼까지 약 15년의 우여곡절 많은 결혼 생활 또한 많은 이의 마음을 샀다.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지만, 결혼 전부터 지속된 찰스 왕세자의 내연과 그로 인해 거식증, 폭식증에 시달리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던 다이애나 왕세자비. 15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한 뒤 자신의 영향력을 봉사와 자선 활동에 쓰고 싶다며 헌신했지만 이혼한 다음 해인 1997년 8월 31일 교통사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이렇듯 한 시대 패션의 아이콘이 된 것과 굴곡진 결혼 생활, 고통을 감내하고 사회와 세상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인품이 그녀를 세계의 연인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 너머의 엠마 코린

‘더 크라운’의 엠마 코린
엠마 코린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연기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은 물론 코스튬 디자이너 에이미 로버츠가 담당하여 복각한 패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체형까지 바꾼 것.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아름답고도 눈부신 불멸의 시그니처 룩인 블루 슈트 업과 보타이 실크 블라우스의 조합, 고전적인 무드를 자아내는 타탄체크 룩, 귀여운 플라워 패턴의 블라우스와 옐로 컬러 오버올, 그리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패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약혼 반지 사파이어 링도 ‘복붙’ 수준으로 우아하게 소화해냈다. 그중 가장 완벽한 오마주를 자랑한 스타일은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호주 캔버라에 있는 정부 청사를 방문했을 때 입은 블루 실크 투피스다. 디자이너 에이미 로버츠가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찰스 왕세자가 호주를 방문할 때 입었던 옷을 만드는 것은 제게 도전이나 다름없었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디테일과 장식이 많이 가미된 룩이었다. 그는 리본 벨트와 망사 모자, 진주 네클리스, 플리츠 장식, 얇은 화이트 클러치 백, 골드 워치 등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엠마 코린은 옷에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그 어떤 장면보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말투와 눈빛, 제스처까지 똑같이 따라 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 컷은 의상부터 연기, 배경까지 싱크로율 200%를 자랑하는, ‘더 크라운’ 시즌4의 최고 장면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녀는 비치는 외형뿐만이 아니라 다이애나 왕세자비라는 인물을 하나의 사람으로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한 인터뷰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모든 문장이나 구절의 끝에 턱을 늘어뜨리는데, 그건 말을 느리고 길게 만들어요. 또한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항상 슬프게 들렸고, 눈빛은 외로움을 토로하는 것처럼 보였죠”라고 말했다. 이는 엠마 코린이 얼마나 오랜 시간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섬세하고 깊숙이 관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예로 3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약혼을 발표하는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엠마 코린은 약혼을 발표하는 내내 고개를 기울이거나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러한 제스처는 카메라가 어색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공식 석상에서 곧잘 하던 행동이라고. 엠마 코린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런 작은 디테일까지 잡아내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 장면은 공개 직후 밈이 되어 퍼지기도 했다.
비록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죽음을 맞이하는 시즌4가 막을 내리며 앞으로 ‘더 크라운’에서 엠마 코린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철저한 연습으로 완성한 미친 연기력은 ‘더 크라운’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회자될 듯하다. 감히 말하자면, 엠마 코린처럼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당분간 없지 않을까.
나만의 컬러를 선보이는 뉴 아이콘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피부와 해맑은 미소 덕분에 엠마 코린을 소녀같이 순수한 이미지로 생각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평소 그녀는 내추럴한 메이크업에 캐주얼한 티셔츠와 오버사이즈 재킷, 한쪽을 쓸어 넘긴 와일드한 헤어스타일을 즐긴다. 포인트라 한다면 대범하면서도 감각적인 믹스 매치다. 세일러 셔츠에 플레어 롱스커트를 매치하거나 과감한 클리비지 실루엣에 커다란 칼라가 더해진 원피스로 사랑스러운 반전 매력을 어필하기도 한다. 성격도 꽤나 자유분방한 듯하다. 진지한 표정에 한쪽 발을 얼굴 쪽으로 들어 유머러스한 사진을 찍는가 하면 자다 일어난 듯한 헝클어진 헤어, 제모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찍은 셀카 사진까지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쿨한 애티튜드를 보여준다.그녀는 지난 3월 1일(한국 시간)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시청하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을 통해 공개했는데, 여우주연상 후보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친구들과 방방 뛰며 기뻐하는 영락없는 20대의 매력을 보여줬다. 실제 수상이 확정되었을 때의 반응은 이보다 1백 배쯤 열광적이었을 듯!
유니크하면서도 감각적인 스타일링과 솔직한 애티튜드로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는 엠마 코린은 패션계에서도 주목받는 신예다. ‘보그’ ‘엘르’ ‘GQ’ 등 굵직한 패션 매거진의 수많은 커버를 장식했고, 미우치아 프라다가 이끄는 ‘미우미우’의 화보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행보도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구찌’와 패션 매거진 ‘데이즈드’가 협업하여 개최한 온라인 필름 페스티벌에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단편 영화 프로젝트 ‘앱솔루트 비기너스’에 참여해 4분짜리 패션 필름 ‘레드 랑데부’를 연출한 것. 서부극을 오마주로 그려진 이 영화는 모녀가 뜻밖의 대결을 위해 영국의 척박한 풍경에서 재회하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가족의 복잡한 유대 관계를 탐구한다. 단순히 패션, 비주얼적 미감을 선보이는 필름이 아닌 한 편의 단편 영화라는 것에 주목하면 엠마 코린의 또 다른 재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MZ세대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 엠마 코린

엠마 코린
신선함과 독특함 그리고 프로페셔널을 갖춘 엠마 코린이야말로 이색적이고 특별한 것을 사랑하는 MZ세대의 대표 크리에이터 중 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유독 그녀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완벽한 연기, 묘한 매력의 비주얼,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 이를테면 연기할 때 배역의 삶을 돌아볼 줄 아는 인간에 대한 진중함 같은!
엠마 코린의 차기작은 아마존 스튜디오의 신작 ‘마이 폴리스맨’으로 결정됐다. 1990년대 말 경찰관 톰과 마리온 부부의 집에 톰의 옛 연인 패트릭이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세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루는 이 영화에서 엠마 코린은 마리온을 연기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어떤 섬세한 연기와 특유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홀릴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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