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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eo Hyun Jin~ 꿈과 현실의 한가운데

우먼동아일보

2015. 06. 08

지난해 7월 MBC 아나운서란 타이틀을 내려놓고 프리랜서를 선언한 서현진. 직업적 특성상 다소 정형화되고 모범적인 답변을 내놓을 거란 예상을 깨고 그와의 인터뷰는 무척이나 솔직 담백했다. 8개월의 공백기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Seo Hyun Jin~ 꿈과 현실의 한가운데

트렌치코트 로우클래식. 메탈 링, 브레이슬릿, 앵클 힐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2001년 미스코리아 선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2004년 MBC 공채 아나운서에 합격해 화제를 모았던 서현진(35) 아나운서. 입사 후 ‘출발! 비디오 여행’ ‘생방송 화제집중’ ‘불만제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그는 지난해 7월 프리랜서를 선언했고 지난 3월 EBS 라디오 ‘오후N음악, 서현진입니다’ DJ로 활동을 재개했다. 오랜만에 대중과 교감하게 된 서현진 아나운서는 “라디오를 진행하다 보면 일을 한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청취자들의 사연들을 들으면서 내가 힐링받는 기분”이라며 웃었다.

“MBC를 다니는 동안 줄곧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서인지 이번에 DJ 제안을 받고 무척 반가웠어요. 라디오가 제 운명인가 싶기도 하고요(웃음). 보통 신입 아나운서들은 라디오보다는 TV 방송을 많이 하고 싶어하는데 저는 라디오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서 오랫동안 DJ를 했어요. 이번에도 TV 프로그램이었으면 무척 떨리고 긴장됐을 텐데, 라디오니까 방송 첫날부터 편안하고 익숙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라디오 방송 할 때 청취자였던 분들이 ‘여기 계셨네요’ 하면서 아는 척해 주실 때 감사하고, 특히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의 사연을 접할 때면 진심으로 고민을 나누게 돼요.”


Seo Hyun Jin~ 꿈과 현실의 한가운데

슬리브리스 셔츠, 커팅 스커트 모두 곽현주.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서현진 아나운서는 이날 화보 촬영장에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 ‘링컨’이란 이름의 요크셔테리어 수컷으로, 혼자 집에 두는 게 안쓰러워 가끔 일터에 데려온다고 한다. 얌전히 그의 곁에 머무는 모습이 마치 든든한 남자친구 같았는데, 그 역시 “이제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여자보다 남자가 좋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서울 서초구 세곡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서현진은 일이 없을 때는 거의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요리를 좋아하진 않지만 생활 패턴을 팽팽하게 유지하고자, 일종의 의무감으로 꼬박꼬박 밥을 차려 먹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좋았던 게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거였어요(웃음). 워낙 잠이 많은 편이라 아무리 일찍 자도 아침에 눈뜨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그래서 처음 몇 달은 마음 놓고 늦잠을 자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아침 시간대에 요가를 끊었어요. 또 목표가 있어야 꾸준히 할 것 같아서 요가 자격증에도 도전해 얼마 전 드디어 자격증을 땄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격증을 꼭 땄어야 했나 싶어요. 도전 정신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막상 따고 보니 딱히 써먹을 데가 없거든요(웃음).”




Seo Hyun Jin~ 꿈과 현실의 한가운데

레드 드레스 미르. 펌프스 힐 자라. 싱글 이어링, 링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기 센 여자의 무한 도전
회사를 그만둔 것을 두고도 끊임없이 후련함과 후회 사이를 오가고 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싶다가도 내심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것에 대한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회사를 그만둔 진짜 이유는 뭘까.

“10년을 못 채운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처음 입사할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회사를 다녔어요. 어려서부터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서 평생 한 직장에 다닐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어요. 결국 내면 깊은 곳에서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을 가보기로 결심했던 것 같아요. 물론 MBC 노조 파업으로 많은 선후배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그게 자극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아마 저는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굉장히 기가 센 사람이에요. 한 가지 생각에 꽂히면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죠(웃음). 결국 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더라고요.”

그는 굳이 ‘무모함’이라고 표현했지만, 무모함의 또 다른 말은 도전 정신, 추진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여러 번의 예상을 뒤엎는 행보가 있었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예고에 진학해 한국 무용을 전공했고, 대학 시절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그의 부모는 그에게 “네가 예쁜 줄 알아? 그냥 괜찮은 정도지. 예쁜 아이들이 한둘인 줄 아냐”며 미스코리아 출전을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려서부터 남들 앞에 서는걸 좋아했던 그는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받고자 대회에 출전해 당당히 ‘선’으로 뽑혔다. 그뿐 아니라 MBC 아나운서로 인기를 누리던 2010년 돌연 미국 유학길(UC 버클리대학원에서 저널리즘 전공)에 올랐다.

“무모한 도전 의식 때문에 잘된 것도 있고, 반대로 금방 갈 수 있는 길을 돌아간 적도 많아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결국 저라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에너지를 분출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웃음). 유학을 다녀온 것도 사실 제 커리어에 뭔가 대단한 이점을 주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젊은 시절 2년이란 시간 동안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쌓은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를 선택한 것 역시 마찬가지고요.”


Seo Hyun Jin~ 꿈과 현실의 한가운데

펀칭 톱, 슬릿 스커트 모두 오프닝세레모니. 골드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마음의 평화’ 얻기 위한 몸부림
프리랜서 전향 후 일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다고 한다. 머리로는 ‘생계 유지를 위해(?)’ 무조건 일을 많이 해야겠다 싶으면서도 막상 섭외가 들어오면 ‘머릿수 채우기’ 식의 소모적인 일은 아닌지 자체 검열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서현진은 “처음 소속사와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들어오는 일은 무조건 다 하겠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하고 재능 기부 형식의 사회를 보러 가는 날이 많아졌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생각이 많아서인지 어느 순간 일을 가리는 사람이 됐더라고요(웃음). 사실 회사를 그만둘 무렵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이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은 죽을 때까지 방송과 관련돼 있을 텐데 젊은 시절을 이렇게 소모적으로 보내도 될까’ 하는 거였거든요. 30대 후반, 40대가 되면 제 얼굴과 커리어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무책임하게 일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3월에는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아트 페스티벌’에 토크쇼를 만들어 참가하기도 했어요.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건 아니지만, 방송을 만드는 기획자로 활동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제가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신뢰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이에요.”


Seo Hyun Jin~ 꿈과 현실의 한가운데

슬리브리스 톱 리플레인. 프릴 스커트 페이우. 펌프스 힐 자라. 하트 네크리스 스톤헨지. 체인 네크리스 넘버링. 레이어드 브레이슬릿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요즘 그의 또 다른 관심거리는 ‘마음의 평화’다. 최근 들어 일과 사랑, 가족 간의 갈등 등 힘든 일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널뛰는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애쓰는 중이라고 밝힌 그는 “마침 오늘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청취자들에게 읽어준 김초혜 시인의 수필 ‘행복이’의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억울한 일 한번 안 당하는 사람이 없고, 그럴 때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빨리 잊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라는 조언이었다고 한다. 서현진은 “미련이 많은 사람이라 뭔가 시련이 닥쳤을 때 훌훌 털고 일어서는 걸 잘 못 한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며 싱긋 웃었다. 서현진은 결혼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에 대한 갈망은 커지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최근 그는 친구와 함께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했다.

“연애운을 잘 본다고 해서 갔는데, 올해 상반기 아니면 10월에 귀인을 만난다고 해요. 하하. 도사님 말씀이 저같이 센 성격은 결혼을 늦게 해야 한다더군요. 더 이상 어떻게 늦을 수가 있냐고 했더니, 저 정도면 늦은 것도 아니라면서 마음 편하게 가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어찌 됐든 올 해 임자를 만난다고 하니 한번 믿어보려고요. 사실 결혼 문제로 며칠 전 엄마와 크게 다퉜는데, 솔직히 불효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올해는 엄마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일도 연애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웃음).”



기획 · 안미은 W동아일보 에디터 | 글 · 김유림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 헤어 · 조영재 | 메이크업 · 김범석 | 스타일리스트 · 이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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