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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찬란한 젊음

‘남자의 자격’ 출연 후 시선 집중 뮤지컬 배우 최재림

글·이혜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KBS 제공|| ■ 장소협찬·커피해피(031-703-6880)

2010. 11. 16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이 방영된 이후 박칼린 음악감독만큼 유명해진 이가 있다. 그를 보좌한 보컬 트레이너 최재림이다. 신예 뮤지컬 배우로서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울 법도 하건만 그는 당찬 신세대답게 현재 상황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남자의 자격’ 출연 후 시선 집중 뮤지컬 배우 최재림


기자이기 이전에 ‘재림 쌤’을 좋아하게 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최재림(25)에게 차 한 잔 하자고 청했다. 한창 뮤지컬 ‘남한산성’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공연하지 않는 날 만나면 좋겠다고 해 약속을 잡았지만 “밀린 레슨을 하고 오느라 오늘도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부터 박칼린 음악감독이 이끄는 ‘킥 뮤지컬 스튜디오’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그와의 어색한 만남. 커피를 기다리며 유명해진 소감부터 물었다.
“좋죠. 부모님도 엄청 좋아하시고, 지금 고향 대전에서 절 알던 사람들은 난리가 났어요. 미니홈피 방문객 수가 2백 배, 3백 배 정도 늘었고요. 그렇지만 절 알아보시는 분은 2만명 중에 한 분도 안 되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달라진 건 별로 없어요(웃음).”
‘남자의자격 합창단’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비결도 물었다. 대답에 막힘이 없다.
“진실이 가진 힘 때문일 거예요. 방송에서 좋은 이미지만 포장해서 보여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저희는 작업을 하러 간 거기 때문에 원래 하던 대로 진지하게 진행한 것뿐인데 그 진실된 모습이 사람들을 끌어당긴 거겠죠.”
“이렇게까지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는 그가 출연하게 된 건 어느 날 갑자기다. 출연제의를 받고 망설이던 박칼린 감독은 “그 프로그램은 멤버들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진실되게 그린다”는 평을 듣곤 해보기로 결심, 최재림에게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는 망설임 없이 “하겠다”고 했다. 확실하게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함께 일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환상의 커플’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합창단 활동, 대학 진학 위해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
조근조근 이야기를 이어가는 그의 목소리는 듣기 좋은 중저음.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다. 그래선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액면가는 30대.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85년생으로 현재 경원대 성악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성숙해 보이는 이유를 묻자 고개를 갸웃댄다.
“글쎄요, 왜 그럴까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이 얼굴이었는데 영 변하지 않네요(웃음). 그래서 형들도 처음에는 저를 어려워하시는데 알고 나면 까불어서 그런지 제 나이로 보세요.”
그러고 보니 풋풋해 보이기도 한다. 어른들은 보통 손을 들어 공손히 커피 한 잔 더 달라고 하지만 최재림은 ‘다방 언니’ 같은 애교 있는 목소리로 “여기~ 커피 한잔 더 주쎄요~”라고 한다. 그럼에도 동시에 프로페셔널한 분위기가 풍기는 것 또한 사실. 도대체 언제부터 음악을 공부했기에 벌써부터 노련미가 나는 걸까.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했어요. 성적이 뛰어나지도 않은데 대학은 가야 하니까 하게 된 거죠. 초등학생 때부터 성당에서 합창단을 했기 때문에 ‘짬밥이 차’ 리더도 되고 솔로도 됐는데, 주변 분들이 어머니께 둘째 아들은 음악시켜 보면 어떠냐고 권하셨대요. 어머니가 보시기에도 형은 공부를 잘해 서울대 갔으니 둘째는 음악시켜도 좋겠다 싶었나 봐요. 아무래도 막내라 편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라 아이들과 어울리는 장으로 성가대를 다녔던 저로서는 정통 클래식 노래를 부른다는 게 쉽지 않았죠.”
학창 시절을 얘기하곤 멋쩍었는지 큰 소리로 웃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창피한 얘기이지만 당시에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단지 “노는 걸 좋아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날라리’였는지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남자의 자격’ 출연 후 시선 집중 뮤지컬 배우 최재림


‘남자의 자격’ 출연 후 시선 집중 뮤지컬 배우 최재림




“차라리 그때 많이 일탈했더라면 지금 인격적으로 많이 성숙했을 텐데 그렇지도 못했거든요. 키는 컸지만 튀지도 않았고 학우들 간의 주먹다짐도 없었고 노는 부류의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애쓴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도 대학 와서 처음 사귀었을 정도로 그저 평범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청소년기에 인생을 ‘강타’할 뭔가가 없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그는 “너무나 평탄하게 지나간 사춘기를 되돌아보니 도리어 지금이 사춘기인 것 같다”며 웃었다. 노래에 대한 열정 대신 입시에 대한 목표의식으로 주말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레슨을 받던 그는 정식으로 성악을 공부한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대입에 성공한다. 대학생활도 확연한 이끌림이 없긴 했지만 어느 날부터 노래 부르는 일이 즐거워졌고 실력도 나아졌다.
“대학에 막 들어왔을 때는 노래 실력이 전체 30명 가운데 중간 정도였어요. 그러다 한 선생님께서 테너해보라고 3,4개월 동안 혹독한 훈련을 시켜주시는 바람에 1학년 2학기 때는 실기시험에서 1등을 했죠! 그런데도 성적이 안 좋아 장학금을 못 받았지만 말예요(웃음).”

군대에서 만난 후임병이 알려준 뮤지컬 세계
이후 바로 군대에 간 그는 음악을 놓치고 싶지 않아 공군 군악대 생활을 했고, 한 후임병을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부터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식상한 레퍼토리를 버리고 뭔가 새로운 걸 만들자고 해서 그 친구가 안무를 짜서 해봤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운 거예요. 아무래도 저희는 관객의 반응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다보니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뮤지컬이란 걸 해보고 싶더라고요.”
제대로 뮤지컬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제대한 당일 서울로 올라와 그 다음날부터 레스토랑 서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뮤지컬 학원을 다니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정직원이 되고, 팝페라를 부르면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곳에 연이어 스카우트 되면서 한동안은 그야말로 직장인으로 살았다. “당시 8개월 동안 포부를 잊고 살았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다. 이후 그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복학생이기 때문에 후배들한테 귀감을 보여야 되겠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웃음). 그때 제일 놀았던 것 같아요. 무심하게 대해서 자연히 멀어지긴 했지만 당시 여자친구를 사귀어서 2년 정도 만나기도 했고요. 음대는 각자 연습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동아리가 없거든요. 그래서 동기들이랑 선배들이랑 늘 술 마시는 게 일이었던 것 같네요.”
그렇다면 “대체 언제부터 뮤지컬을 했느냐”고 묻자 “바로 그 이후”라는 답이 돌아온다. 최재림을 눈여겨보던 친구의 권유로 작곡과의 창작뮤지컬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다. 이후 함께 뮤지컬을 했던 친구가 뮤지컬학원에 같이 가보자고 권했고 그때부터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후임병이 그랬듯 이번에도 누군가가 나타나 그의 인생을 도와준 것이다.
“박칼린이란 사람을 아느냐고 묻더라고요. 우리나라 뮤지컬 감독 1호인데 엄청 유명하다고요. 당시 아는 바가 없어서 모른다고 했더니 그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그 분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 음악감독과 뮤지컬배우 과정이 있는데, 자기는 음악감독 과정을 배울 건데 넌 배우과정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요. 그래서 별 생각 없이 ‘그럼 그러자’고 했어요.”
학원을 다니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스튜디오로 향한 날, 그날은 마침 박칼린 음악감독이 이끄는 뮤지컬 ‘렌트’ 오디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오디션 응시자가 많아서 그런지 스태프들이 피곤해하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점심시간에 와서 뮤지컬도 아닌 학원 오디션을 본다고 하니까 얼마나 귀찮았겠어요. 게다가 제가 준비해간 곡은 ‘지킬앤하이드’에 수록된 곡인데 하도 많은 사람들이 불러서 오디션 금지곡이라고 하더라고요. 2억 번도 넘게 들어본 노래를 부르겠다고 하니까 썰렁했죠. 그런데 그런 분위기 속에 있으니까 도리어 오기가 났어요. 그래서 제대로 한번 부르리라 하고 팍! 불렀는데, 칼린 선생님께서 저를 다시 바라봐주시니 기분 좋았죠(웃음).”

‘남자의 자격’ 출연 후 시선 집중 뮤지컬 배우 최재림


박칼린은 스태프들과 얘기를 나눈 뒤 그에게 팝적인 감수성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서 팝송을 준비해 오라고 했고, 이후 그는 연습을 거듭해 브라이언 맥나잇의 ‘원 라스트 크라이’를 선보였다. 당시 상황이 기억나는지 그는 목을 빼며 노래 부르는 시늉을 해보였다.
“굉장한 고음을 쫙 뽑아줘야 하는 기교가 있는 노래인데 정말 잘했죠(웃음). 아! 제가 좀 자신감이 있어요.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군생활 하면서 내 생각을 혼자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네, 다시 노래 얘기를 해보면 오디션 보고난 뒤 합격자명단에 ‘230번’이 있는 거예요. 1차 오디션에 붙은 거죠(웃음)!”
하지만 이후 진행된 2차 오디션에서는 떨어졌다. 다시 다른 배역으로 오디션 봐보라고 해서 시험을 보곤 대전 집에 내려가 있던 차에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여기 ‘렌트’ 제작진인데요 콜린 오디션 보신 거 합격하셨고요. 연습 참여하는데 지장 없으시죠’ 하는데 쿨하게 ‘네 괜-찮-아-요’하고 받았어요. 그러곤 전화 끊자마자 소리 지르고 뛰고 그랬죠. 엄마! 나 붙었어! 막 그러고(웃음).”
그때 심정으로 돌아갔는지 그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목소리도 커졌다. 대학 3학년생이 프로 뮤지컬 세계에 입성한 심정은 어땠을까.
“일단 첫 작품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저 다른 배우들이랑 무대에 서서 뮤지컬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았죠. 특별히 어렵진 않았어요. 제가 특별히 연기를 해야 하는 건 없었고 배역 자체와 제 분위기도 잘 맞아서 무리 없이 잘 넘어갔죠. 평도 좋았어요. ‘눈에 띄는 신인’이라는 기사도 나온 걸요(웃음).”
이후 다시 오디션을 봐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 출연했다. 이번에도 박칼린 음악감독의 작품이었다. 당시 그는 “무대 위에서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것”이란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다. ‘박칼린’이란 이름 석 자가 대화에 등장하자 자못 진지해진다.
“선생님은 이 스토리에서 왜 지금 이 음악이 나와야 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가르치셨어요. 덕분에 정황 이해하는 걸 중요시하게 됐죠. 물론 음박자 틀리면 장난 아니게 혼나죠. 그건 기본이거든요. 춤 제대로 못 춰도 그렇고요(웃음).”

내 인생에 다시금 나타난 조력자, ‘칼린 선생님’
때론 무서웠지만 그 역시 ‘남자의자격 합창단’ 사람들처럼 박칼린의 진실성에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배우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 진실한 분이세요.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분이고, 스스로 생각하는 걸 진실하게 표현하시고요. 사람들이 바로 그 진실성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사람이 진실하기 때문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카리스마가 생기는 거겠죠.”
그런 진실성을 닮고 싶다는 그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슬픈 척, 기쁜 척 연기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정말 슬퍼하고, 기뻐하면서 상황을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리 존경하는 선생님이라고 해도 하나의 세트로 묶여 평가받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터. 그런데도 그는 “선생님이 주신 기회이기 때문에 그런 반응은 당연하다.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기보다는 내 앞가림을 해나가는 데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그래선지 당분간 방송 출연 계획도 여자친구 사귈 계획도 없다.
본인 스스로 “과대평가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부족한 부분은 채우면 된다”며 당차게 말하는 그에게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듯 당당할 수 있는 이유를 물었다. 다시금 밝은 미소를 지은 그가 부드럽고 강한 목소리로 말한다.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성장 가능성에 맞춰서 자신 있게 나아갈 때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칫 이런 관심을 받고 자만할 수도 있지만 다행히 제 곁에는 칼린 선생님도 계시고 저를 응원해주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잘 해나갈 거라 믿어요. 앞으로 최재림이란 배우가 뿌리를 내리고 더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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