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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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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수술 후 보름 만에 연기 복귀한 강신일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8. 02. 21

배우 강신일이 뜨거운 연기 열정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간암수술을 받고 보름 만에 SBS 드라마 ‘황금신부’에 복귀한 것. 현재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라는 그를 만났다.

간암 수술 후 보름 만에 연기 복귀한 강신일

배우 강신일(48)은 지난 연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난해 12월 초 간암 수술을 받은 것. 다행히 수술 받기 한 달 전 건강검진을 받아 일찍 발병 사실을 안 그는 수술날짜가 결정되기 전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드라마 ‘황금신부’ 촬영에 임했으며 수술 후에도 보름 만에 드라마 촬영장에 복귀, 동료 연기자와 스태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옛말에 ‘병은 널리 알리라’고 하지만 알려서 좋은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제 경우는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촬영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는 조만간 강우석 감독이 현재 촬영 중인 영화 ‘강철중’에도 합류할 예정이다. 영화에 함께 출연하는 설경구는 올 초 ‘새로 태어난 신일아 한 살 축하한다’며 농담 섞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수술하고 처음 촬영장에 나갔을 때는 얼굴살도 빠지고 대사를 할 때 힘이 없었는데 그 사이 많이 좋아졌어요. 수술 자국이 조금 덜 아물어서 아직 복대를 차고 있지만 활동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지금껏 휴식을 사치라 생각한 그는 연극에 미쳐 지내던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연기만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지난 86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 문성근과 함께 공연한 ‘칠수와 만수’를 시작으로 ‘늙은 도둑 이야기’ ‘김치국씨 환장하다’ ‘덕혜옹주’ ‘마르고 닳도록’ 등 30여 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자신의 몸을 혹사시켜온 것. 때문에 이미 젊은 시절부터 간에 이상 신호가 왔고 십수년 전 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일에 대한 욕심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결국 이번과 같은 사태에 직면하고 말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초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간암 초기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유난히 피곤하고 몸무게가 4~5kg이나 갑자기 빠지는 등 전초 증상이 있었다고.
“일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계속 정기 검진을 받아왔기 때문에 처음 병원에서 간암 판정을 받았을 때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금세 괜찮아질 거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옆에 있던 아내도 애써 놀란 표정을 숨기며 그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였죠. 그런 아내에게 많이 고마웠고 제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당시 그의 아내는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고등학생인 두 딸과 여덟 살배기 막내딸을 앞에 앉혀놓고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해줬다고 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엄마의 당부대로 의연하게 대처했고 그가 수술 후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자신들의 도시락을 직접 싸가지고 학교에 다닐 정도로 의젓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또한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인터넷으로 간암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검색해본 뒤 그에게 “아빠, 간암은 수술만 하면 다 낫는대요. 걱정하지 마세요” 하면서 용기를 불어넣어줬다고 한다.

“아내에게 독한 감기몸살 앓은 걸로 하자고 했어요”
그가 입원해 있는 동안 아이들은 딱 한번 병문안을 다녀갔다고 한다. 평일에는 학교 다니고 공부하느라 바쁠 것 같아 그가 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 대신 아이들이 병원을 방문한 날에는 오랜만에 온 식구가 병실 안에서 식사하며 수술 결과가 좋게 나온 것을 축하해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그가 연기자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특히 “연극무대에 섰을 때의 아빠 모습이 가장 멋있다”고 말하는 큰딸은 그가 영화와 드라마에도 출연하자 “무대 위에서 만큼 멋있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이 아빠의 연기를 볼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며 즐거워한다고.
20여 년 넘게 연극무대만 고집해오던 그가 영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99년. 그의 나이 마흔하나에 셋째가 태어나자 부모로서 최소한의 역할은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연극만 했으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내가 피아노 과외 레슨을 하면서 근근이 가계를 꾸려갔고요. 사실 결혼하기 전까지는 돈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어요. 혼자 자취하면서 살았는데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옷도 선배들이 버린다는 옷을 달라고 해서 입었죠. 연극을 해야만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돈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 생각은 결혼을 해서도 변하지 않았고 당시 한 달 수입이 60만원 정도 됐어요(웃음).”
하지만 그는 늦둥이가 태어나자 처음으로 일에 대한 자부심 못지않게 부모로서의 책임감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러던 중 99년 우연한 기회에 영화 ‘이재수의 난’에 출연하게 됐고 이후 영화 ‘공공의 적’ ‘실미도’ ‘한반도’,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 ‘연애시대’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연기 영역을 넓혀나갔다.
그가 오랫동안 연극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준 아내는 현명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난 89년 교회 선배의 소개로 처음 만나 6개월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 저는 결혼할 처지가 못 됐고 아내는 감히 올려다볼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첫눈에 내 사람이라는 느낌이 와서 쫓아다닌 끝에 결국 결혼에 골인했죠. 지금껏 살면서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잘해준 것도 없고 살갑게 굴지도 못했죠. 하지만 그래도 아내는 제 마음을 다 이해해줄 거라 생각합니다(웃음).”
아내는 수술 후 금세 촬영장으로 향하는 그를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2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오면서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역시 아내에게 “독한 감기몸살 한번 앓은 걸로 여기자. 특별대우는 사양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일을 겪으며 “그동안 나도 모르게 교만하거나 오만하게 산 것은 아닌지 반성을 많이 했다”는 강신일. 수술 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시작한 그가 앞으로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 건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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