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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궁금한 이 남자!

1년여 만에 음반 낸 가수 ‘이혼 후’첫 인터뷰 이승환

기획·김명희 기자 / 글·이해리‘CBS 노컷뉴스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구름물고기 제공

2006. 12. 23

가수 이승환이 1년 만에 새 음반을 내고 가수활동을 시작했다. 앨범 수록곡 가운데는 지난 3월 이혼한 그의 심경을 엿볼 수 있는 곡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운동과 스쿠터에 재미를 붙였다는 그의 근황과 음악활동 계획을 들어보았다.

1년여 만에 음반 낸 가수  ‘이혼 후’첫 인터뷰 이승환

가수 이승환(41)이 1년여 만에 발표한 새 앨범 ‘환타스틱(Hwantastic)’은 이승환과 판타스틱(fantastic)이라는 단어의 조합과는 달리 마냥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타이틀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지난 5월 MBC에서 방영된 간암 말기 환자 고 서영란씨와 남편 정창원씨의 사랑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랑-너는 내 운명’을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밝힌 창작 의도와는 상관없이 ‘마지막 사람일 거라 확인하며 또 확신했는데 욕심이었나봐요, 나는 그댈 갖기에도 놓아주기에도 모자라요’란 가사는 이승환의 ‘속’을 들여다보게 한다. 노랫말과 가수의 심경을 연관짓는 건 대중의 오해일 수도 있고, 창작자의 숨은 의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난 3월 탤런트 채림과 이혼한 그가 한번쯤 겪어야 할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이승환은 “별 수 없다”고 했다.
“‘천일동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누군가는 제게 ‘넌 왜 분노가 없니, 넌 왜 표출하지 않니’라고 묻기도 하지만 ‘남자는 헤어지고 나면 좋았던 기억만 남는다’는 말이 제게도 적용이 되는 것 같아요.”

1년여 만에 음반 낸 가수  ‘이혼 후’첫 인터뷰 이승환

지난 11월 9집 앨범을 발매한 이승환.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한 그는 ‘몸짱’으로 변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집에는 지난 2년간 모은 80여 곡 중 25곡을 녹음해서 다시 간추린 13곡이 담겼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란 타이틀곡에 대해 그는 “스스로를 나무라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랑의 경이로움에 대한 감탄일 수도 있다”며 “여러 어감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재해석하지 않는 것 같아요. 누군가 ‘이거다’라고 틀을 정해주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죠. 제 음악은 획일적이지 않은 이미지이길 바랍니다.”
‘주입식 이미지’를 거부한 그의 새 음반에는 보디빌더를 위한 노래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과 삶을 돌이키는 ‘프레이 포 미(pray for me)’, 웃기려고 만들었지만 완성하니 웃기지 않은 ‘건전화합가요’ 등의 노래가 담겼다. 수록곡 중 제목이 노래 가사의 반을 말해주는 ‘소통의 오류’는 인간관계에 대한 그의 의문에서 출발한 곡이다.

음악활동 외에는 거의 집에서 생활, 지난 4월 새로 시작한 운동과 스쿠터에 재미 붙여
“전 ‘집돌이’예요. 외출을 잘 안 하고 영화도 DVD로 집에서 보죠. 다른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지 않다보니 사람들의 말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제가 하는 말을 사람들이 다르게 해석하기도 하더군요. 사람들이 제 마음을 반이라도 이해할까, 늘 의문이 들어요. 이해의 앞은 언제나 오해더라고요.”
이승환은 이번 음반에서도 어김없이 녹음에 세심한 공을 들였다. ‘천일동안’에서 호흡을 맞췄던 미국 유명 프로듀서 데이비드 캠밸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전곡을 녹음한 것. 지난 95년 당시 파격적인 금액인 4억원을 들여 미국에서 녹음하기 시작한 뒤로 벌써 10년째 같은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소리를 담기 위해서”라고.
“음반은 자기만족이니까…. 알아주는 사람이 10명밖에 안 된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1만 명으로 느껴져요. 그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음악인의 숙명이죠.”
9집을 계기로 그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몸’이다. 그는 지난 4월 운동을 시작해 꾸준히 한 덕분에 이전보다 탄탄한 몸매를 갖게 됐다고.
“얼마 전 클럽 공연을 하는데 팬들이 몸을 마구 만지더군요(웃음). 깜짝 놀랐어요. 이제 공연에서는 두꺼운 옷만 입어야 할 것 같아요. 1년을 계획으로 작심하고 운동하고 있어요. 아령과 역기, 스미스머신을 주로 하는데 그 덕분인지, 동그랗던 얼굴이 약간 각이 져 보이고 데뷔 후 변함없이 54kg이던 몸무게도 근육이 늘어 61kg이 됐어요.”
사실 그가 운동을 시작한 ‘진짜’ 이유는 12월9일 대구에서 시작하는 전국투어 콘서트 ‘무적 2006’을 위해서다. 지난 99년 ‘무적’이란 이름으로 벌인 첫 회 공연 뒤 스스로 “국내 공연의 틀과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데 영향을 준 콘서트”란 자부심을 갖고 있기에 그는 관객에게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고. 단 며칠을 위해 1년간 몸을 만들 정도로 콘서트에 애착을 보이는 그에게 공연에 임하는 각오를 물었더니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답이 나온다. “오늘이 끝이라고 생각해야만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내일은 없다”는 좌우명에 힘입어 그동안 오랫동안 미뤄왔던 스쿠터를 구입해 한창 타고 다니는 중이다.
1년 전, 라이브 음반 ‘반란(反亂)’을 발표한 그를 만났을 때 이승환은 유난히 ‘진퇴양난’과 ‘사면초가’란 단어를 자주 꺼냈다. 사업과 음악적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이긴 했지만 속 깊은 이야기를 좀처럼 꺼내지 않아 의문은 모두 풀리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기억을 되짚으며 ‘진퇴양난’, ‘사면초가’에 대해 다시 그에게 물었다.
“모두 벗어났어요. 먼 훗날 대중이 ‘이승환이라는 좋은 가수가 있었다’고 스치듯 기억해주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전 한 번도 1등을 꿈꾼 적이 없어요. 다만 누군가 좋은 소리를 위해 노력한 것을 알고 ‘좋았다’고 생각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뭐, 솔직히 후배 가수들에게 ‘이승환 형에게 영향받았어요’란 말, 듣고 싶긴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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