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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다이어트 성공기

채식과 운동으로 52kg 뺀 정찬민 다이어트 성공기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며 폭식하는 식습관 고치면 살은 저절로 빠져요”

글·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 ■ 장소협찬ㆍ세븐스프링스 여의도점

2005. 03. 31

‘몸짱’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멋진 ‘몸’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들이 소개되는 요즘, 기본에 충실한 다이어트로 52kg을 뺀 스물여덟 살의 청년 정찬민씨를 만났다. “불규칙하고 게으른 생활습관만 고쳐도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힌 정찬민씨의 다이어트 성공기.

채식과 운동으로 52kg 뺀  정찬민 다이어트 성공기

현재 케이블 TV에서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외주제작하는 프로덕션에서 PD로 일하는 정찬민씨(28)는 178cm, 78kg의 신체 사이즈를 가진 평범한 남자다. 하지만 그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뚱뚱한 것은 죄가 아니라 다만 불편할 뿐’이라는 신념을 가진 130kg의 거구를 자랑하던 ‘뚱뚱한 사람’이었다.
“처음 다이어트를 결심한 건 2002년이었는데, 주변에 유난히 당뇨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비만인 사람들이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선 생명보험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뚱뚱한 사람은 관행상 보험 가입에 제약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보험료를 훨씬 많이 내야 하고, 외국 보험사의 경우 특정 상품은 아예 가입이 안 됐어요. 비만인 가입자는 담배를 피우거나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처럼 사망 가능성이 높아 보험회사 측에 손해가 된다는 것이 이유였죠.”
그에게 좌절의 경험을 안긴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번지 점프를 하려다가도 몸무게가 120kg이 넘는 사람은 할 수 없다는 안내문구를 보고 “높은 데 올라가면 어지럽다”는 핑계를 대며 돌아서야 했다. 미끄럼틀 이용 시 100kg이 넘는 사람은 튜브를 쓸 수 없다는 규칙이 있던 한 수영장에서는 ‘튜브 없이 이용해도 안전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야만 했다. 한창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은 20대 초반에는 남들 다하는 소개팅조차도 한 번 할 수 없었다. 대학 시절에는 동아리에 가입해 여자친구도 사귀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 기성복이 맞지 않던 그에게 모두 똑같은 사이즈로 나오는 단체복은 고민거리가 되었고, 산이니 바다니 어디든 뭉쳐서 돌아다니는 식의 활동은 살찐 몸으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꼭 살을 빼고 말겠다’ 결심을 하게 만든 드라마틱한 계기는 없었어요. 약한 파도가 여러 번 반복되다가 큰 해일을 만들 듯 일상에서 겪었던 사소한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굳은 결심을 하게 만든 것 같아요.”
그는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 가장 먼저 자신의 불규칙한 생활습관에 주목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이때 절제를 모르는 식습관을 기르게 된 것 같다고 한다.
“하루 세끼가 때맞춰 나오는 대신 허락 없이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먹을 기회가 생기면 ‘이때를 놓치면 아무것도 못 먹는다’는 생각에 배가 터지도록 먹었죠.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는 날이면 남한테 뺏길까 싶은 마음에 한꺼번에 잔뜩 쌓아놓고 허겁지겁 먹어치우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언제 먹는 것을 멈춰야 할지 몰라 폭식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늦은 시간에 먹고, 식사 때마다 폭식하는 습관 때문에 130kg까지 몸무게 늘어
그 당시 그는 매끼 폭식하는 습관은 물론이고 종종 선생님의 눈을 피해 밤늦게 라면을 끓여 먹는 습관까지 가지고 있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라면 12개를 끓여 먹고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고 아침밥은 거르기 일쑤였다. 대학원 시절에는 이 생활이 매일 반복되어 새벽 1시 취침, 아침 10시 기상, 점심 폭식, 밤 10시 야식의 악순환이 이어졌고 급기야 몸무게가 130kg에 육박했다. 그는 살이 찌는 것은 물론 생활이 망가지는 것을 느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01년 겨울 유달리 착한 심성을 가졌던 한 친구가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 일이 생겼다. 그 친구의 죽음은 그에게 “뭔가 큰 업적을 이루는 삶이 아니라 과정이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고 한다. 그 일을 계기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채식과 운동으로 52kg 뺀  정찬민 다이어트 성공기

채식과 운동으로 52kg 뺀  정찬민 다이어트 성공기

2002년 7월 몸무게가 130kg에 달했던 정찬민씨는 최근 다이어트 성공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한 2002년 여름. 처음에는 한 가지 과일을 한끼에 하나씩만 먹는 다이어트 방법을 택했지만 곧 포기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중간에 폭식을 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 이후 ‘물구나무 서기를 매일 10분씩 하면 살이 빠진다’ ‘몸에 랩을 감고 있으면 살이 빠진다’는 등 주변에서 이런저런 다이어트 방법들을 알려주었지만 그는 차라리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고전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는 우선 매일 아침 늦게 일어나는 습관부터 고치기 위해 영어학원 새벽반에 수강 등록을 했다. 그 학원에는 2개월 동안 7번 이상 결석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오전 6시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5시면 일어나야 했으므로 그는 전날 밤 9시30분쯤 침대에 누웠다. 처음에는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기가 일쑤였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자 곧 익숙해졌다고 한다. 덕분에 늦은 밤에 음식을 먹는 습관도 자연히 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나니까 저녁 8, 9시쯤 한두 시간 여유가 생겼어요. 운동하기 딱 좋은 시간이죠. 처음에는 외관도 화려하고 사우나 시설도 완벽하다는 피트니스 클럽을 찾아갔는데 날씬한 사람들이 다들 쫙 달라붙는 티셔츠에 배꼽까지 내놓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주눅부터 들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바꿔 집 앞에 있는 작은 헬스클럽을 찾아갔죠. 살빼기를 목적으로 오신 아줌마, 아저씨들 사이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에 따르면 헬스클럽은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다고 한다. 집에서 멀면 날씨나 컨디션을 핑계로 운동을 빼먹는 날이 많아지기 때문. 그는 헬스클럽에 가면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걷기를 주로 했다. 과체중인 사람이 갑자기 뛰는 운동을 시작하면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시속 4.5km로 1시간가량 천천히 걷기만 했는데 운동에 익숙해진 지금은 속도를 조금 높여 5~10분은 뛰고 나머지 40분 정도는 걷는 유산소 운동을 한 다음, 15~20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몸짱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근육이 있으면 체지방이 더 쉽게 소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찍 일어나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식습관도 자연스럽게 고쳐졌다. 아침밥은 꼭 먹었는데 주로 떡이나 현미 시리얼, 두유, 콩으로 만든 소시지 등을 먹었다. 점심에는 회사 주변에 있는 채식 전문 식당을 주로 찾았다. 직업상 멀리 취재를 나가야 하는 일이 생기면 채식에 가장 가까운 비빔밥이나 샐러드 같은 음식을 먹었다고. 밀가루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저녁에는 7시 이전에 과일 위주로 간단한 식사를 했다.
아침밥 꼭 먹고 저녁은 7시 이전에 과일 위주로 간단히 먹어
“주변에 채식 식당이 흔치 않아서 채식하기가 힘들다는 분들도 계시는데 굳이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일반 음식점에서라도 간이 싱겁고 야채가 많이 들어 있는 메뉴를 골라서 먹으면 되니까요. 그런 점에서 한식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해요. 저는 섬유질이 풍부해서 포만감을 주는 현미밥을 주로 먹는데, 현미밥은 백 번 넘게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가 잘되거든요. 식사를 하다가 중간에 한숨을 한 번 쉬어보면 배부른 정도가 느껴지니까 알아서 적당히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는 절제력도 필요하고요. 지금은 예전에 먹던 양의 50% 정도밖에 먹지 않게 되었어요.”

채식과 운동으로 52kg 뺀  정찬민 다이어트 성공기

정찬민씨는 채식 전문 식당을 주로 찾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일반음식점에서 간이 싱겁고 야채가 많이 들어간 메뉴를 골라 먹는다.


그렇게 생활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하자 점차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운 고비도 여러 번 만났다. 처음에는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음식점을 보면 식욕을 참을 수 없어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날도 있었지만 이를 악물며 무조건 참았다고. 또 어느 정도 살이 빠지고 의지가 느슨해지려고 할 때쯤에는 주변 사람들이 “이 사람은 의지력이 참 강하다. 지금 다이어트 하는 중인데 이만큼이나 살이 빠졌다” 하는 말을 들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주변 사람들의 응원도 매우 중요해요. 특히 뚱뚱한 사람에게 ‘넌 좀 자극이 필요해’ 하면서 살 빼라고 강요하면 오히려 그것이 마음에 상처가 되죠. 다이어트를 시도하던 사람도 그렇게 받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면서 또 다시 살이 찌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긴다면 운동을 하세요. 운동을 하면 감정 조절이 돼요. 땀을 흘리면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됩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한 덕분에 2003년 11월, 다이어트 시작 1년 여 만에 몸무게가 85kg까지 줄었고, 이후 계속 살이 빠져 지금은 78kg이 되었다는 정찬민씨는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와 이메일을 통해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최근 ‘누가 내살 가져갔나?’(동아일보사)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한 그는 “기성복 입기와 두자리의 몸무게를 갖는 것이 소원이었던 평범한 남자의 다이어트 성공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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