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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결혼 10주년 맞아 나란히 드라마 출연하는 부부 차인표·신애라

“10년 전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만 있었는데 지금은 아내를 존경하게 됐어요”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송주연‘일간스포츠 기자’ ■ 사진·일간스포츠 제공

2005. 03. 02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나란히 SBS 드라마에 출연한다. MBC 드라마 ‘영웅시대’를 끝낸 차인표는 ‘홍콩 익스프레스’에, 5년 만에 연기활동을 재개하는 신애라는 ‘불량주부일기’에 출연하는 것. 올해로 결혼 10주년을 맞는 이들 부부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 서로에 대한 바람을 들어 보았다.

결혼 10주년 맞아 나란히 드라마 출연하는 부부 차인표·신애라

올해로결혼 10주년을 맞은 차인표(38)·신애라(36) 부부에게 2005년은 그 어느 해보다 특별한 해가 될 것 같다. 부부가 같은 방송사의 드라마에 나란히 출연하기 때문. 남편 차인표가 2월 중순부터 방영중인 SBS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에, 신애라 역시 3월 방영 예정인 SBS 드라마 ‘불량주부일기’에 출연하는 것. 아들 정민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부모가 된 두 사람을 지난 2월 초 한 건설업체 광고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아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데,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아서 걱정이에요. 팀도 제대로 꾸려서 했으면 좋겠는데 운전해 주는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 한 명이 일을 도와줄 스태프의 전부라 그 점도 마음에 걸리고요.”
드라마 촬영 시작하는 아내 위해 손거울·화장품 선물한 남편
그는 지난 1월 한 달간 진행됐던 ‘홍콩 익스프레스’의 홍콩 현지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손거울, 화장품, 화장도구 등 아내가 일을 시작하면 꼭 필요할 만한 용품들을 잔뜩 사왔다고 한다.
신애라도 아내를 배려하고 걱정하는 남편 차인표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남편이 극중에서 악역을 맡는 것에 대해 “악역이어서 너무 못되게 나와 시청자들의 미움을 살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한 것.
“지난번 ‘영웅시대’는 친정어머니가 가장 아프실 때 방송을 해서 거의 보지 못했어요. 남편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죠. 솔직히 이번 작품은 아내 입장에서 권하고 싶지 않았는데 본인이 워낙 하고 싶어해 말리지 못했어요. 남편이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작품이니만큼 꼭 좋은 반응을 얻으면 좋겠어요.”
‘홍콩 익스프레스’에서 차인표는 재벌2세 강혁을 연기한다. 강혁은 대기업 기획이사이자 정연(송윤아)의 옛 연인으로 승부욕이 강한 인물. 하지만 성공을 위해 자신이 낸 교통사고의 누명을 민수(조재현)에게 씌우는 악역으로 주인공 조재현과 대립한다는 점에서 조연에 가까운 역할.
결혼 10주년 맞아 나란히 드라마 출연하는 부부 차인표·신애라

차인표가 출연 중인 드라마 ‘홍콩 익스프레스’의 한 장면.


“사실 조연에다 악역이고, ‘영웅시대’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당분간 드라마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함께 출연하는 조재현 선배가 따끔한 충고를 해주더라고요.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같은 연기파 배우가 출연한다고 하면 대중들은 50% 점수를 더 주고 들어간다. 그런데 네가 한다고 하면 50% 점수를 깎고 보기 시작한다.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왔다고 해도 네가 잘해서 잘 나왔다는 말은 듣지 못하지 않느냐. 이번 기회에 모범생 이미지를 벗고 너를 낮춰 악역과 조연을 해봐라’라는 말이었죠. 그 말을 듣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가 악역을 택한 건 ‘영웅시대’의 실패도 한 원인이 되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실패라는 느낌을 알았어요. 드라마가 잘될 때마다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을 했죠. ‘영웅시대’ 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준비도 잘 안 했고 부족한 점이 많더라고요. 연기를 다시 생각하게 한 약이 됐어요.”
차인표는 ‘홍콩 익스프레스’ 촬영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캐릭터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머리를 짧게 자르는 등 공을 들였다고 한다.

결혼 10주년 맞아 나란히 드라마 출연하는 부부 차인표·신애라

신애라는 지난해 아줌마 신드롬을 일으킨 오연수의 바통을 이어받아 ‘불량주부일기’에서 굳세고 똑똑한 아줌마를 연기할 예정이다.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생업 전선에 뛰어드는 주부로 출연하는 것.
“그동안 어머니가 투병 중이라 연기할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오연수, 하희라, 유호정 등 다른 주부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 ‘나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고생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 대본을 보고는 ‘절대 놓치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극중 부부의 모습이 참 예뻐 보였거든요. 부부생활하면서 있기 마련인 작은 싸움들이 때로는 서로에게 큰 활력소가 되기도 하잖아요.”
신애라는 오랜만에 방송국 대본 연습실에 들어갔을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스태프들이 많았기 때문. 그는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봐요” 하고는 웃었다.
차인표는 아내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빨리 극복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 등 밝은 모습을 보여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문득 그가 아내에게 농담을 던졌다. “드라마에서처럼 당신이 일하고 내가 집안일 하면 어떨까?” 하고. 하지만 신애라는 “어휴, 라면 하나를 끓여도 온 집안에 티를 내고 다니는 사람한테 어떻게 살림을 맡겨요(웃음)” 하고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올해는 남편이 꼭 담배를 끊으면 좋겠어요”
이처럼 차인표는 집안 살림에는 별 소질이 없지만 대신 아이에게만큼은 더없이 자상한 아빠라고 한다. “아이가 자라니까 말이 통하고 같이 운동을 하며 노는 게 즐겁다”는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홍콩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면서 ‘다음부터는 촬영지에 가족들과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신애라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남편이 아이를 많이 예뻐하는 것 같지 않아 걱정했다”는 의외의 말을 했다.
“보통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가 아이만 생각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아이가 어렸을 때도 ‘우리 신혼 때가 더 좋았지?’ 하면서 아이보다 저를 더 챙겼어요. 그래서 걱정을 조금 했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남편이 점차 아빠다운 모습을 찾아가고 있어 다행이에요(웃음).”
결혼 10주년 맞아 나란히 드라마 출연하는 부부 차인표·신애라

차인표·신애라 부부는 지난해 12월 남북한 어린이돕기 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12월 차인표 신애라·부부는 남북한 어린이돕기 기금으로 굿네이버스에 1억원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신애라는 유호정, 최지우, 이혜영 등 친한 동료 연기자와 연예계 관계자들이 함께 활동하는 모임을 통해 매년 소아암 어린이돕기 자선 바자회를 여는 등 이웃돕기에 열심이다.
“솔직히 5천만원만 기부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1억원을 하자고 했어요. 평소엔 작은 것도 아끼는 사람이라 조금 놀랐죠. 사실 우리 부부는 그런 면에서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저희가 쓸 만큼만 있으면 나머지는 좋은 일 하는 데 쓰기로 뜻을 같이 했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고 싶어요.”
차인표는 “10년 전 결혼하기 전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만 있었는데 10년을 산 지금은 아내를 존경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신애라는 그런 남편의 칭찬이 쑥스러운지 남편에게 “그럼 술 담배나 좀 줄여요” 하고는 눈을 흘겼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잖아요. 올해에는 남편이 꼭 담배를 끊으면 좋겠어요. 술도 조금 줄이면 좋겠고요. 다른 건 특별히 바라는 게 없어요. 지금처럼 서로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면 전 그걸로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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