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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차인표·박상원·김승현·정준호의 유쾌한 수다

“알려지지 않은 서로의 가정생활, 성격, 술버릇까지 생생 공개합니다”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4. 12. 01

개성 넘치는 네 남자 차인표, 박상원, 김승현, 정준호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각자 활동으로 바빠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이들 네 남자가 모인 이유는 최근 2천 회를 맞은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아침’의 진행자 김승현이 기념 방송을 위해 다른 세 남자를 초청했기 때문.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서로 상의할 정도로 돈독한 정을 나누고 있다는 네 남자의 요절복통 솔직 토크.

차인표·박상원·김승현·정준호의 유쾌한 수다

지난 11월14일 SBS 등촌동 공개홀에 좀처럼 만나기 힘든 네 남자가 모였다. SBS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아침’을 진행 중인 MC 김승현(45)을 비롯해 SBS 드라마 ‘토지’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박상원(45), MBC 드라마 ‘영웅시대’에 출연 중인 차인표(37), 영화 ‘공공의 적 2’를 촬영 중인 정준호(34)가 그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11월25일 방송되는 ‘김승현 정은아의 좋은아침’ 2천 회 특집방송을 녹화하기 위해서다. 박상원, 차인표, 정준호는 각자 활동으로 바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김승현과의 각별한 친분 때문에 기꺼이 출연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김승현과 친구들’이라는 밴드를 결성해 축하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정준호가 드럼을, 차인표가 기타를, 박상원이 보컬을, 김승현이 키보드를 각각 맡아 추억의 가요 ‘나 어떡해’와 팝송 ‘Can’t take my eyes off you’로 오프닝과 엔딩 무대를 장식한 것.
그들 가운데서도 중·고교 시절 ‘동그라미’라는 교내 밴드그룹에서 드러머로 활동한 바 있는 정준호의 연주 실력은 단연 돋보였다. 또한 차인표는 이날 공연을 위해 따로 화려한 무대 의상을 준비해 오는 정성으로 김승현을 감동시켰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고 종종 가족 동반 모임 가져
김승현(이하 김) 공연 준비를 위해 얼마 전 하루 날을 잡아 연습을 했는데, 그날도 차인표씨는 목소리가 잘 나와야 한다며 날계란을 한 꾸러미 싸가지고 왔더라고요.
그날 너무 기타를 열심히 쳤더니 관절염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정준호(이하 정) 밴드 결성을 하자고 한 것도 꽃남방을 입자고 제의한 것도 차인표씨에요. 그런데 박상원씨만 혼자 튀려고 흰 티셔츠를 준비해 오셨네요.
노래방에 가서도 박상원씨는 다른 사람들이 다 박수 치면서 하라고 해야 노래해요.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는 건 정준호씨고, 그 다음에는 박상원씨, 저, 차인표씨 순으로 불러요.
차인표·박상원·김승현·정준호의 유쾌한 수다

박상원(이하 박) 난 오늘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는 걸로 알았지. 어쨌든 꽃남방이 더 튀잖아. 어떤 노래를 부를지 정할 때도 지금처럼 의견이 분분했는데 밝고 신나는 대학 축제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그 두 곡을 택했어요.
밴드 이름을 놓고도 별의별 의견이 다 나왔어요. ‘김승현과 벌떼들’로 하자는 사람도 있었고, ‘김승현과 폭풍전야’로 하자는 사람도 있었고, 그래서 정말 많이 고심했어요. 그래도 밴드 생활을 해본 제가 이름 정하는 데 일가견이 있어 ‘김승현과 친구들’로 정했죠(웃음).
제가 아는 미모의 탤런트는 저희가 밴드를 결성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해 이름을 뭘로 정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아직 못 정했다고 했더니 ‘큰바위얼굴과 꽃미남들’로 하는 건 어떠냐고 하데요(웃음).
한편 이들 세 연기자들이 MC 김승현과 어떻게 절친해졌는지 자못 궁금하다. 이들은 과연 어떤 인연으로 김승현을 만난 것일까.
김승현씨를 안 지 벌써 15년 정도 됐어요. 90년 초 한 카드회사의 행사에 갔는데 한 무명 MC가 사회를 너무 잘 보는 거예요. 그 사람이 바로 김승현씨였죠. 그때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고, 또 제가 한창 방송을 하고 있을 때라 제가 먼저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갖고 왔는데 서너 달 후 TV에 나오더라고요.

차인표·박상원·김승현·정준호의 유쾌한 수다

제가 김승현씨를 공식석상에서 처음 만난 건 지난 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갓 데뷔했을 때 김승현씨가 진행하던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통해서였지만 실은 그 전에 봤어요. 친구들이 정말 MC를 잘 보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한 클럽에 갔는데 그 사람이 바로 김승현씨였죠. 또 박상원씨는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형님인데,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와 ‘황금시대’라는 드라마를 같이 했어요. 정준호씨와는 ‘왕초’라는 드라마에서 만났고요.
저는 김승현씨를 10년 전 운동하러 갔다가 목욕탕에서 처음 봤어요. 그러다 5년 전 ‘왕초’ 끝내고 미국 LA로 교포 위문 공연을 갔다 만나 친분을 쌓았죠. 박상원씨와는 같이 작품을 해본 적은 없지만 좋아하는 형님이고, 차인표씨도 너무 훌륭하고 좋은 분이고요. 또 이 자리에는 미처 못 나왔지만 이정길, 이서진, 정재영씨도 자주 모이는 멤버들이에요.
여기서 잠깐 서열을 정리하자면 박상원씨는 동갑이라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고, 차인표씨와 정준호씨는 믿음직스럽고 좋은 동생들이에요.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죠. 사실 저희는 새 프로그램이나 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서로 상의하고 조언도 해주고 그래요. 제가 처음에 ‘…좋은아침’ MC 제의를 받고 망설일 때도 차인표씨와 정준호씨가 ‘기회가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다. 꼭 하라’고 용기를 줬어요. 박상원씨는 저를 지금도 한창 때라고 보는지 ‘아직 나이가 있으니 좀더 기다려보라’는 입장이었고요(웃음).
저희끼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이고, 가끔 가족 동반 모임도 갖곤 하는데 언뜻 생각하면 홀몸인 정준호씨만 외로울 것 같지만 그 반대예요. 워낙 형수들에게 잘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족 모임을 가지면 저희는 남자들끼리 얘기하고, 여자들은 모두 정준호씨와 얘기해요. 그래서 계속 두면 인기를 독식할까봐 빨리 장가를 보내려고 해요.
그래서 우리끼리 ‘정준호장가보내기추진위원회’를 결성했어요. 정준호씨는 여자한테 자상하고, 신체 건강하고, 요리도 아주 잘 하는 일등 신랑감이에요.
혼자 살다보니 요리를 잘해야 먹고 살 수 있거든요. 촬영이 없을 때는 요리책 뒤져서 거기에 나온 재료들을 사다 해먹곤 해요.
정준호씨가 정말 요리를 잘하는데, 제가 보기엔 눈이 높아서 장가가기 힘들 것 같아요. 이상형이 우리 와이프 같은 여자거든요. 저는 정준호씨처럼 잘하는 요리가 하나도 없어요. 저 나름대로는 요리를 해서 아내를 감동시키고 싶은데 우리 와이프가 손에 물을 조금도 못 묻히게 하거든요. 어머니와 살 때는 설거지도 도와드리고 그랬는데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웃음).
왕 대접 받는 아빠 김승현, 친구 같은 아빠 박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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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자기 관리 잘하는 친구들이라 실수하거나 황당한 행동 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대신 각자 집에 가보면 새로운 면을 많이 보게 되죠.
맞아요. 저는 박상원씨가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3∼4년 전에 박상원씨 집에 갔는데 아이와 나란히 응접실 바닥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더라고요. 지금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니까 그때는 대여섯살쯤 되었을 거예요. 그런데 둘이 서로 이 집은 자기 집이라고 우기며 막 싸우더라고요. 결국 상원이 형이 아들을 이겨먹더라고요. 그때 아! 상원이 형은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친구처럼 놀아주는 아빠구나 하고 느꼈죠(웃음).
저는 김승현씨 집에 갔다가 좀 당황스런 경험을 했어요. 밖에서 볼 때는 굉장히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아빠일 것 같은데 정작 집에서는 안 그러세요. 꼭 왕이 신하를 거느리고 사는 것 같더라고요. 손가락 두 개를 벌리고 있으면 딸들이 알아서 담배 갖다주고 ‘물’ ‘과일’ 하면 바로바로 대령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이 말을 안 듣더래요. ‘더 이상 이런 핍박과 박해 속에서 살 수 없다. 우리의 인권을 찾기 위해서는 합심해야 한다’며 형님을 상대로 투쟁을 벌인 거예요. 그래서 형님이 타협을 볼 수밖에 없었대요.

차인표·박상원·김승현·정준호의 유쾌한 수다

요즘 그렇게 가부장적인 아빠가 어디 있겠어요. 아이들이 저한테 “아빠, 일찍 들어오라”고 한 것을 일부러 재미있으라고 과장되게 말한 거예요.
아무리 일찍 방송하러 나오는 날도 아침밥을 꼭꼭 들고 오신다고 하던데 정말 부럽습니다. 앞으로 예쁜 따님들 데리고 영화 구경도 다니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그러세요.
정말 제가 형인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몰라요. 후배였으면 이 정도로 끝나겠어요. 두 사람이 저를 형님 대접해주는 것만도 황송할 따름이에요.
맞아요. 요즘은 후배들이 더 무섭다니까요.
박상원씨는 꼼꼼한 성격이라 집에 놀러 가면 굉장히 잘 챙겨줘요. 아껴두었던 와인은 물론 집안을 다 뒤져 안주를 잔뜩 갖고 오죠. 또 2박3일 여행을 가면서도 얼마나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겨 오는지 몰라요. 재미있는 건 여행 가서 꼭 엽서를 써요. 그것도 자기 앞으로 써서 집으로 보내요. 그래서 내일모레 가는데 뭘 쓰냐고 놀리곤 했죠. 이해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저한테 그런 식으로 편지 써온 지도 벌써 20년 됐네요.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데 여행 다녀와서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것들을 다 모아놓고 나중에 읽어봐도 재미있고요. 내가 그때는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면서요. 원래 수집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동안 출연했던 드라마 대본, 저에 관한 기사들도 거의 다 갖고 있어요. 일일이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하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다 있어요.
박상원씨는 술버릇도 좀 별나요. 술이 센 편인데 좀 취하면 잠이 들어요. 그래서 재미가 없어 가자고 깨우면 자기만 멀쩡해져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야. 원샷!’ 그러죠(웃음).
싸울 때도 신사 차인표, 논리정연하게 푸는 정준호
저는 모여도 술을 잘 안 마셔요. 다들 술꾼들이라 저밖에 뒤치다꺼리를 할 사람이 없거든요. 술 취하면 정신없으니까 계산도 결국 제가 하죠.
차인표씨도 잘 안 마셔서 그렇지 술이 무척 세요.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한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저도 술이 좀 센 편이에요. 아주 컨디션이 좋을 때 양주를 스트레이트 잔으로 30잔까지 마셔봤어요.
차인표·박상원·김승현·정준호의 유쾌한 수다

재기 넘치는 이들 네 남자의 혈액형을 알아보니 박상원과 차인표는 O형, 정준호는 A형, 김승현은 B형 남자다. 거짓말했을 때 혈액형별 반응을 살펴보면 ‘O형은 남의 말을 잘 믿어 조금의 의심도 없이 속고, A형은 절대 안 속을 듯하면서도 속고, B형은 관심이 없으면 잘 듣지도 않고 속지도 않는다’고 한다.

저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O형 같은 B형이라 누가 거짓말하면 잘 속아요.
전 맞는 것 같아요. 의심은 많이 해보는데 결국은 속거든요.
저도 맞는 것 같아요. 아직 개인적으로 누구한테 속아서 피해를 당한 적은 없지만 잘 믿는 편이거든요. 대신 눈빛을 보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감이 오죠.

차인표·박상원·김승현·정준호의 유쾌한 수다

전 남의 말도 잘 믿지만 그래서 은근히 상처도 잘 받아요. 시즌이 바뀌면 한 번씩 양복 광고사진을 찍는데 폼 잡고 앉아 있으면 감독이 다리를 더 펴보라고 해요. 저는 다 편 건데 그런 말 들으면 마음 상하죠. 또 B형은 정말 남의 말에 잘 안 속고, 감동도 잘 안 해요. 우리 와이프가 B형이거든요. 제가 결혼 반지로 10만원짜리 금반지를 해준 게 마음에 걸려서 한번은 호주에 갔다 큰맘 먹고 돈 좀 써서 좋은 시계를 사왔어요. 그걸 선물이야 하면서 건넸더니 아내는 좋아하기는커녕 당장 반품시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선물 줄 때도 “당신을 위해 준비했어” 하는 게 아니라 “이거 반품 안된대” 하고 말해요(웃음).
맞아. B형은 감동을 잘 안 받아요. 좋아도 겉으로 표현을 잘 안 하거든요.



그렇다면 방송가에 젠틀맨으로 알려져 있는 이들도 과연 싸움을 할까. 또 싸울 때는 어떤 모습일까. 혈액형별 싸움 유형을 보면 O형은 쉴 새 없이 쏴대고, 흥분하면 사고력이 더욱 빛을 발해 뇌를 90% 활용하는 싸움의 달인이라고 한다. 또 A형은 잘 싸우지 않지만 싸울 때는 미리 철저하게 대비해놓는 사전 준비형이고, B형은 일단 싸우고 보자는 막무가내형으로 너무 흥분하면 말이 꼬이고 그 다음엔 주먹이 나간다고.

싸움의 달인이라고요? 글쎄요. 저는 싸움을 잘 안 해요. 싸울 때도 큰 소리를 내거나 화내면서 싸우지 않고요.
저도 싸움의 달인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말하는 속도가 빠르지 못해서 주로 듣다가 끝나거든요.
박상원씨는 워낙 이성적인 사람이라 싸움이 안 돼요.
전 정말 참을 수 없을 때는 싸우는데, 그렇다고 욕을 하거나 주먹을 쓰지는 않아요. 말로 논리정연하게 풀어가면서 싸우는 스타일이에요.
네 남자의 거침없고 솔직한 수다는 아쉬움을 남긴 채 네 시간 만에 끝이 났다. 모처럼 만에 만나 유쾌한 시간을 가진 이들 네 남자는 이날 저녁 단골 노래방을 찾아 못다한 회포를 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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