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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특별한 자녀교육

여덟살배기 이언이 엄마 권애리씨가 공개하는 ‘평범한 내 아이 언어 신동으로 키운 육아법’

“흥미 유발시키고 동기 부여하면 아이가 절로 공부해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최승필 ■ 사진·김형우 기자

2004. 07. 12

한자능력검정시험 2급 합격, 외국영화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동시통역, 중국어 회화 실력까지. 강원도 양양에 사는 여덟살 변이언군의 이야기다. 그가 ‘언어 신동’이라 불리기까지의 ‘특별한’ 교육법을 어머니 권애리씨로부터 들어보았다.

여덟살배기 이언이 엄마 권애리씨가 공개하는 ‘평범한 내 아이 언어 신동으로 키운 육아법’

이언이(8·양양 한남초1)는 지금 외국영화를 동시통역할 정도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지만 한때는 언어능력 때문에 부모를 걱정시켰던 적도 있었다. 유난히 말문이 늦게 트였던 것.
“말을 늦게 배운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기억력이나 다른 지적 능력들은 괜찮은지 테스트해보고 싶어 한글을 가르쳤는데, 그게 이언이가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되었어요.”
이언이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어머니 권애리씨(40)가 사용한 방법은 ‘낱글자 찾기 놀이’였다. 어린 아이에게 적당한 동화책 한 권을 골라 여러 차례 읽어주고 이언이가 내용을 이해할 때쯤 동화책에 나오는 글자들을 네모난 카드 모양으로 오린 달력 종이 뒤에 적었다. 그리고는 그 ‘낱글자 카드’를 벽에 붙여놓고 외우도록 했다.
이언이는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점점 재미있는 놀이 하듯 글자들을 외우기 시작했고, 동화책에서 자신이 외운 낱글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이언이는 말을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한글을 깨쳤다. 말이 늦은 아이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작한 ‘낱글자 찾기 놀이’가 한글 조기교육으로 이어진 셈이다.
아버지 변희용씨(40)는 세 돌이 되기 전에 한글을 깨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두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있는 직장 동료에게 ‘낱글자 찾기 놀이’를 하도록 권유했어요. 그 아이 역시 같은 효과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36개월 된 꼬마아이가 신문을 보다가 ‘청와대가 뭐예요?’하고 묻는 광고가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죠. 이언이도 직장 동료의 아이도 36개월이 되기 전에 한글을 읽게 되었으니까요.”
그럼 이언이는 한글을 깨친 후에 어떤 학습을 통해 ‘언어 신동’이 된 것일까. 권씨는 어린 아이에게 학습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 조기영어교육을 시킬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한글을 깨친 후 책을 많이 읽도록 유도했다.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언어능력이 모든 학습능력에 근간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읽는 습관이 없었다면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력 수준의 수학 문제를 풀고, 단기간에 영어를 습득하는 학습능력을 갖출 수 있었을 지 의문이라고.
즐거운 놀이처럼 공부하는 습관 들여줘
여덟살배기 이언이 엄마 권애리씨가 공개하는 ‘평범한 내 아이 언어 신동으로 키운 육아법’

권애리씨는 아이가 흥미를 느낄 때 어학 공부를 시작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아이가 책읽기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언이는 요즘도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그건 아이가 선천적으로 독서를 좋아했기 때문은 아니다. 이언이가 책을 접하는 과정을 관찰하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언이는 ‘낱글자 찾기 놀이’를 통해 처음 책을 접했다. 공부가 아닌 놀이의 방식으로 책을 접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책은 장난감처럼 재미있는 것이었다. 또 권씨는 아이 앞에서 늘 책을 읽었는데 엄마가 책을 읽으면 아이는 다른 놀이를 하다가도 엄마 옆에 와서 책을 읽게 된다고 말한다.
이언이네 가족은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의 대형 서점을 찾는다. 창문을 열면 설악산과 남대천이 보이는 곳에 사는 이언이에게 서울의 대형 서점은 마냥 신기한 놀이터와 다름없다. 아이는 나들이라는 형식을 통해 자연스레 책을 즐거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책은 이언이가 직접 고르게 한다. 자신이 읽고 싶고 관심이 가는 책을 직접 선택하게 함으로써 독서의 흥미를 이어가게 하는 것. 또 한꺼번에 많은 책을 사줄 경우 아이가 책에 대해 부담을 느끼거나 한 권의 책을 다 읽기도 전에 다른 책에 눈길이 갈 염려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책을 사주지 않는다.

여덟살배기 이언이 엄마 권애리씨가 공개하는 ‘평범한 내 아이 언어 신동으로 키운 육아법’

‘언어 신동’으로 불리는 이언이는 어려서는 오히려 말이 늦어 부모를 걱정시켰다고 한다.


낮 동안 읽은 책의 내용은 퇴근 후에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면서 들어준다. 그러면 아이는 ‘아빠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는 동기 부여가 생겨 열심히 책을 읽게 된다. 실제로 이언이는 아빠에게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기도 한다.
이언이가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된 것은 이처럼 변희용씨 부부가 흥미유발과 동기부여를 해주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이언이의 모든 학습에 적용되었다.
이언이가 영어를 공부하게 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패트와 매트’라는 애니메이션 때문이었다. 인형들의 동작만으로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무성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권씨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대형 서점 나들이 길에서 ‘패트와 매트’ 시리즈 중에서 5편과 6편을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틀었더니 영어 자막과 더빙이 들어간 교육용 비디오였다.
“모르는 언어가 나오면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서 얼마 후에 다시 무성 애니메이션으로 ‘패트와 매트’ 시리즈 전체를 구입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5편과 6편만 보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영어를 했어요. 교육용 비디오를 반복해 보면서 외운 거죠. 그 모습을 보고 영어공부를 시킬 생각을 하게 됐고요.”
이언이는 한 교재를 반복해 보면서 시리즈 전체의 영어를 자연스럽게 외웠고, 그 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직접 골라 반복해 보면서 영어의 기초를 확실하게 다져나갔다.
권씨는 부모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어떤 교재를 선호하는지, 그리고 해당 교재에 대해 지겨워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집중력이 높을 때가 언제인지 알려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모가 이 시점을 알면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고 효과적으로 공부해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인식의 폭을 넓혀준 한자 공부
다음으로 이언이가 ‘언어 신동’이라고 할 만한 능력을 갖추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한자 공부였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면서 질문이 많아진다. 특히 단어의 뜻에 대한 질문이 많아지는데 어린이에게 단어의 뜻을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배우는 과정 그 자체다.
여덟살배기 이언이 엄마 권애리씨가 공개하는 ‘평범한 내 아이 언어 신동으로 키운 육아법’

우리나라 말에는 한자어가 태반이어서 한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뜻을 알 수 없는 말들이 너무나 많다. 이언이 역시 말을 배운 후에 한자어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권씨의 오빠가 ‘한자 공부’를 시켜볼 것을 권했다.
한자는 글자마다 뜻을 가진 문자. 한자를 공부하면서 이언이는 ‘효도’라는 관념을, ‘의자’라는 물체를 알게 되었다. 새롭게 알게 된 이런 단어들은 자연스럽게 영어학습으로 연결되었다. 기존의 학습을 통해 기억력이 발달해 있던 이언이는 빠른 속도로 한자를 습득했다.
또한 한자 교재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공맹사상 같은 이야기들이 예문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이언이에게 또 다른 학습으로 작용했다. 독서 습관으로 단련된 이해력은 이 낯선 글 앞에서 힘을 발휘했다. 이런 예문들과 씨름하면서 이언이는 또래 어린이들보다 복잡하고 체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확장된 어휘력을 바탕으로 이언이는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을 영화뿐 아니라 원서로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거기다가 한자능력검정시험에 합격하면서 성취감을 맛보았다. 이런 동기부여는 아이에게 학습에 대한 열의를 불러일으켰다. 학습에 대한 열의에 덧붙여 한자와 영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어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언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학습의 폭을 넓혀갔고 어느새 ‘언어 신동’으로 불리게 되었다.


여덟살배기 이언이 엄마 권애리씨가 공개하는 ‘평범한 내 아이 언어 신동으로 키운 육아법’

권애리씨 부부는 저녁이면 이언이를 데리고 아파트 뒤로 흐르는 남대천가를 찾는다.


이언이의 평균 학습시간은 하루 3~5시간 정도라고 한다. 주로 어머니 권씨가 교사 역할을 하고 아버지인 변씨는 놀이친구가 되어준다. 변씨는 회사에서 돌아오면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아이가 읽은 책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저녁시간에는 자주 외식을 한다. 외식이라고 해서 밥을 사먹는 것이 아니라 도시락을 준비해서 아파트 뒤로 흐르는 남대천 가에 돗자리를 펴고 먹는 외식이다. 엄마가 멋진 야외 밥상을 차리는 동안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강가에서 이런저런 놀이를 한다.
주말 역시 아이를 위해 투자하는데 서울의 대형서점으로 나들이를 가지 않으면 인근의 시골장터, 영월 외갓집을 주로 찾는다. 장터는 아이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영월 외갓집은 이언이가 마음껏 뛰어 놀면서 자연스럽게 건강을 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찾는 것.
“공부 때문에 이언이에게 매를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버릇없이 굴거나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는 매를 들어요. 이언이가 착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인성교사를 자임하는 이언이 아버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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