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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녀의 매력

‘인기 폭발’ 강금실 법무장관이 속시원히 털어놓은 ‘나의 삶, 일 그리고 사랑’

“장관 오래 하고 싶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식사량 조절 안돼서 고민이에요”

■ 글·이영래 기자 ■ 사진·김성남 기자

2004. 01. 09

참여정부 출범 1년,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지만 강금실 신드롬은 식을 줄 모른다. ‘인기 폭발’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최근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인간 강금실의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본 강금실 장관의 숨은 매력,삶, 그리고 여자로서의 인생.

‘인기 폭발’ 강금실 법무장관이 속시원히 털어놓은 ‘나의 삶, 일 그리고 사랑’

강금실 법무부장관(47)을 세간에선 ‘강효리’라고 부른다. 이효리만큼 섹시하다는 뜻인지, 인기가 많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강금실 장관에게 사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뭇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그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섹시하지 않으면 죽어버려라’는 말이 나도는 연예계에서 이효리는 핑클 시절부터 중성적이고 보이시한 매력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 그가 ‘10분 안에 어떤 남자도 내 남자로 만들 수 있다’는 섹시 이미지로 어필하기 시작했을 때, 대중은 열광했다. 보이시한 여자가 더 섹시할 수 있다는 역설이 바로 이효리 신드롬의 구조인 셈이다.
반면 ‘강효리 신드롬’은 전혀 반대의 논리로 만들어졌다. 힘과 권력, 남성성을 상징하는 법 체제 중심에 너무나 여성스러운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서로 상대의 폐부를 찌르는 독설을 남발하고 ‘너 죽고 나 살기’식의 정쟁을 벌이던 참여정부 출범 이후의 정계에서 다소곳이 고개 숙여 사과를 거듭하는 법무부 장관의 너무도 여성스러운 포즈는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는 지난 한해 국감과 대정부 질의 때 집중 공격을 받으며 수많은 사과 발언을 해야 했지만, 그의 사과 중 최고의 백미는 지난 11월14일 국회법사위에 나와 ‘코미디’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그는 국회법사위에서 특검법이 통과될 때 “코미디야 코미디” 하고 웃었는데 이것이 하필 방송 카메라에 잡힌 탓에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하고 연속 사과 발언을 해야 했다.
그는 최근 시사월간지 ‘신동아’와 한 인터뷰에서 이때의 상황에 대해 “한심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때 (의원들끼리) 주고받은 말 자체가 정말 웃겼어요. 그래서 웃은 거예요. 말이 너무 웃겨서”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잘못한 건 사과해야죠. 그런데 또 사과 너무 자주 한다고 법사위 의원 한분이 야단치던데요” 하고 웃었는데 바로 이런 부드러운 태도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그의 여성스러운 면모를 확인해주는 것 중 하나가 그가 춤을 배웠고 좋아한다는 것. 그의 이력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춤이나 음악 등에는 아무 관심도 없을 듯싶지만 그는 인간문화재인 김숙자씨의 딸에게 1년이나 춤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북 두드리는 걸 좋아하는데 하도 배우다 말고 배우다 말고 해서…. 대학 2학년 때 탈춤반에서 활동했는데, 법대 왔으니까 이런 건 그만둬야 한다, 뭐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그만두고. 그런 식으로 20년, 30년 가버린 거죠. 춤은 85년에 처음 배웠는데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에 배우다 말고. 그후에 또 한 차례 배우다 말고. 정신이 산만하면 춤을 못 춰요. 머리를 비워야 춤을 출 수 있어요. 너무 피곤하거나 신경 쓸 일이 많고 잡념이 있으면 못 춰요. 손발은 움직이지만 몸이 무겁죠. 오래 추다 보면 호흡이 저절로 배 밑으로 가라앉거든요. 명상 호흡법과 원리가 같죠. 명상 수준에 이르러야 제대로 몰입해 출 수 있어요. 내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아요, 춤 배운 게. 사람들한테 권하고 싶죠” 하며 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인기 폭발’ 강금실 법무장관이 속시원히 털어놓은 ‘나의 삶, 일 그리고 사랑’

이렇게 2003년 국민적인 사랑을 한몸에 받은 그이지만 사실 그의 삶은 생각처럼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81년 사시에 합격한 강장관은 2년 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부임했다. 이듬해인 84년 운동권 출신으로 출판업을 하는 김모씨와 결혼했다. 변호사 개업을 한 것은 96년. 남편의 출판사가 부도난 것이 원인이었다. 두 사람은 2000년 합의의혼했다.
“제가 원래 아무런 계획 없이 사는 사람이에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획 세우면 얼마나 좋겠냐만 여기서 이제 잘 해봐야지 하고 맘먹으면 꼭 다른 데로 옮기게 되더라고요. 판사 시절 초기엔 갈등이 많았는데 10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았지요. 비로소 법률 전문가로서 기량도 쌓고 정진하겠다고 맘먹었는데 가세가 기울어서 등 떠밀리다시피 개업을 하게 됐어요. 비참하게 개업한 거예요.”
강장관은 재산 공개 때 9억원대의 빚을 신고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바로 전남편 때문에 지게 된 빚이다. 로펌을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이중 일부를 갚아 현재는 6억원 가량 남았다고 한다.
강장관은 현재 언니와 함께 서울 강남의 64평형 빌라에 살고 있다. 강장관의 언니는 94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강장관 부부와 죽 한집에서 생활해왔다. 그는 동생 강장관의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명의로 돼 있는 이 집을 시가에 조금 못 미치는 6억5천만원에 내놓았다는데, 아직 팔리지 않은 상태다.
“빚 갚으려면 아직 멀었어요. (장관) 그만두고 빚 갚아야죠. 미련 없어요. 나는 왜 빚만 있고 재산이 하나도 없을까. 참 특이한 일이죠? 경제활동을 그렇게 오래했는데. 그래도 화사하게 호화롭게 살고 있죠.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원. 은행이자는 내고 있는데 원금은 못 줄이고 있어요.”
빚에 대해 지친 기색이지만 그는 돈 때문에 전남편과 헤어진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사랑은 하는데 돈 때문에 헤어진 게 아니고요, 그 문제를 겪는 과정에 사랑이 깨져나간 거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사랑한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 없죠. 고통을 주는 거죠, 상대방한테. 내가 깨달은 것은,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에게 고통을 줄 수 없다는 거예요. 결혼 전 연애할 때도 사랑과 고통의 문제가 해결이 안됐는데, 사랑한다면 고통을 줄 수 없는 거예요. 고통스러울 때는 이미 사랑이 아닌 거예요. 아! 이게 사랑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을 때 이혼한 거죠.”

‘인기 폭발’ 강금실 법무장관이 속시원히 털어놓은 ‘나의 삶, 일 그리고 사랑’

나름대로 상처가 클 터이지만 그는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사랑을) 마다할 리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이다”하며 웃기도 했다. 그의 꿈은 생각보다 소박한데 “50세 이후엔 정말 다르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일단 직업은 안 가질 생각인데, 어떻게든지 생활은 할 수 있으면서 노는 방법을 찾아야죠. 법률가말고 딴 것. 지금은 방향만 생각해둔 상태죠. 일단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맘대로 춤도 추고 연애도 하고(웃음).”
강장관은 법무부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과감한 검찰개혁을 단행했다. 검찰 인사위원회 운영 개선, 준법서약서 폐지, 수사권 남용 방지 방안 마련 등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을 법한데, 그가 장관 생활 최대의 걸림돌로 꼽는 것은 의외로 그런 것이 아니라 ‘수면 부족’이다.
“하는 데까지 하다 가야죠. 일 자체는 재미도 있어요. 검찰 개혁과 관련한 제도개선 방안이 시행되고 정착되기까지는 몇년 걸릴 것 같아요. 적어도 정착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교정행정도 개선할 게 많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오래 있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내일 그만둬도 좋거든요. 편하죠 뭐, 내일 그만두면. 가장 고통스러운 게 새벽에 일어나는 거예요. 아침 약속이 있으면 7시반에 집을 나서야 하는데 일어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에요. 가을 들어와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고민이에요, 잠 때문에.”
그리고 또 하나의 난적이 식사다.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해요. 아침 회의가 많으니 꼭 먹게 되죠. 점심 때도 회의 끝나면 먹어야 하고. 저녁 때 회식하면 또 먹어야죠. 식사량을 조절하는 게 안돼요. 음식을 앞에 두고 안 먹을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이것 때문에 오래 못할 것 같아. 오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오래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어찌 보면 검찰 제도 개혁은 이제 시작이거든요.”
‘수면 부족과 다이어트 문제 때문에 장관직을 오래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태연스레 할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강금실 장관의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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