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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마감 취재

결혼 8년6개월만에 파경 맞은 고현정

이혼 속사정 & 차량 도난 사건의 전말

■ 글·조득진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3. 12. 03

지난 95년 톱탤런트에서 재벌가의 며느리로 변신,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고현정이 결혼 8년6개월만에 파경을 맞았다. 그동안 불화설, 이혼설 등 소문으로 떠돌던 이야기들이 현실로 드러난 것. 최근 차량 도난 사건으로 스캔들에 휩싸이기도 했던 그의 알려지지 않은 이혼 속사정과 도난 사건의 전말, 그리고 본지가 파악한 연예계 복귀 계획.

결혼 8년6개월만에 파경 맞은 고현정

정용진 고현정 부부의 이혼 소식은 지난 11월19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서류가 접수된 사실이 법원 출입기자들에게 밝혀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서울가정법원은 고현정(32)이 이날 오전 9시경 남편인 신세계백화점 정용진 부사장(35)을 상대로 이혼 조정신청을 냈으며, 같은 날 오전 11시 재판장과 양측 법정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조정이 이뤄져 2시간여만에 이혼이 성립됐다고 밝혔다.
지난 95년, 정용진씨와 결혼 이후 ‘유학설’ ‘불화설’ ‘50억 위자료 합의설’ 등 온갖 소문에 시달렸지만 일체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증폭됐던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고현정과 정용진 부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혼사유는 성격차에 따른 가정불화이며, 정 부사장이 고씨에게 위자료로 15억원과 시가 40억 상당의 인사동 소재 스타벅스 커피숍을 지급하되 자녀 양육권은 정 부사장이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조정 신청이 접수되더라도 조정위원회가 열리기까지 통상 1∼2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날 접수 2시간만에 속전속결로 조정이 이뤄진 것은 사전에 이미 충분한 이혼합의가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고현정씨네 집이죠?”
“아니요”
“정용진씨 집인가요?”
“예”
이혼 소식이 알려진 11월19일 오후, 한남동 소재 정용진 고현정 부부가 살던 집을 찾아 벨을 누르자 경비원이 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미 고현정은 정씨 집안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답이었다.
집 앞에 많은 취재진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들의 집은 인기척 하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맞은 편에 위치한 시어머니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집도 마찬가지. 이웃에 따르면 며칠 전부터 고현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지만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목격되는 등 평소와 다름이 없어 이혼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이혼 소식이 알려지면 취재진이 몰릴 것을 염려한 듯 고현정 본인과 친정 부모는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또한 고현정 측 변호사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태. 일주일에 두세번 고현정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최측근을 만나 그간의 사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동안 연락이 끊겨 무슨 일이 있나 싶었죠. 사실 저희도 충격적이에요. 그동안 많이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봐서라도 참고 살아야겠다고 했는데…. 세간에는 재벌가 며느리로서 화려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알아요.”

결혼 8년6개월만에 파경 맞은 고현정

지난 95년 결혼 당시의 모습. “연예생활에 미련 없다. 탤런트로서 성공하기보다는 한사람의 아내로서 성공할 생각이다”고 했던 그의 이혼소식을 접한 팬들은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측근에 따르면 이미 수년전부터 이들 부부 사이에 파경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95년 당시 최고 인기의 톱스타와 재벌가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지만 정작 결혼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 못했다는 것. 부부간의 성격 차이와 고씨와 시집 식구들간 불화가 갈등의 원인이었다고 한다.
“대기업이라서 그런지 집안 분위기가 엄한 편이라고 하더군요. 연예활동을 하다 시집온 그로서는 답답하고 힘겨웠을 거예요. 간혹 외출했다가 매스컴에 등장하게 되면 그걸로 질책을 받았나 봐요. 이따금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며 한숨을 쉬곤 했어요.”
이는 결혼 당시에도 우려됐던 일. 그러나 그의 결혼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힘겨웠다고 한다. 대부분 재력가나 권력가 자녀들인 집안내 다른 며느리들과 비교되기 일쑤였고, 가족 모임에서도 늘 뒷자리일 정도로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것. 보통 재벌가의 며느리들이 자기 소유의 차량은 물론, 어느 정도 회사의 주식까지 소유하고 있는 것에 반해 그는 자신의 명의로 된 신용카드 한 장, 통장 하나 없었다는 것이 측근의 이야기다.
“시집의 입장에서도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있었겠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표적이 됐고, 게다가 항상 ‘신세계의 며느리 고현정’이 아닌, ‘고현정의 남편 정용진’ ‘고현정의 시어머니 이명희’로 다루어졌으니 어느 시집인들 좋아했겠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고현정의 입지와 활동의 폭이 좁아졌을 것이라는 게 측근의 이야기다. 게다가 지난해 겨울 발생한 이태원 교통사고와 최근 한강 둔치에서 발생한 차량 도난 사건 등으로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시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남편 정용진씨와 관련한 무수한 소문이었어요. ‘어느 연예인과 사귄다’ ‘부부간에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들릴 때마다 굉장히 힘들어하고 아파했죠. 사업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소문 속에서도 잦은 출장에, 늘 새벽에나 들어오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마음이 어땠겠어요? 스트레스 탓인지 한동안 신우염을 앓아 병원에 다녔어요.”
여기에 두 사람의 성격 차이도 불화를 불렀다. 늘 손에 책을 들고 다닐 정도로 연예인답지 않게 조용한 성격인 고현정과 달리, 정 부사장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시집 쪽에선 이미 이혼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지난 9월이 시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생일이었거든요. 그것도 회갑이었죠. 그런데 하와이로 아들과 딸만 불러들인 모양이에요. 저희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죠.”
그러나 부부는 화해를 위한 노력도 보였다. 지난 10월 중순 일주일 가량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것. 하와이에 있던 시부모까지 함께 간 여행이었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연락이 왔더군요. 평소 늘 집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가족 나들이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게다가 시부모와 함께 여행을 한다고 해서 ‘그래 그렇게 참고 살아야지. 어느 부부나 조금씩은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시부모와 남편에게 잘해라’ 하며 격려까지 했어요.”

결혼 8년6개월만에 파경 맞은 고현정

재벌가에 시집가며 ‘신데렐라 신드롬’을 일으켰던 고현정. 자신과 남편에 얽힌 갖은 구설수 속에서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려고 했던 그는 끝내 이혼을 선택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어쩐 일인지 고현정에게서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25일 한강 둔치에서 고현정이 포르셰 승용차를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한강 둔치에 잠시 세워둔 1억7천만원 상당의 포르셰 승용차와 차안에 있던 이브생로랑 가방, 1백만원권 수표 1장, 10만원권 수표 40장, 현금 50만원, 1만엔권 엔화 10장 등 8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 당한 것. 단순한 도난 사건으로 보였던 이 사건은 그러나 도난 시간에 대한 범인과 고현정의 진술이 밤 10시30분과 새벽 3시로 각각 다르고, 당시 고현정이 술에 취한 채 한 남자와 동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무수한 의혹을 만들었다. 그 밤에 왜 한강에 갔는지, 동승한 남자는 누구인지, 도난 시간이 서로 엇갈리는데 과연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그리고 사건의 배경으로 ‘불화설’이 또다시 불거졌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내일 부부동반 모임이 있다’고 들었어요. 그 뒤로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상태죠. 이미 그때 이혼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싶어요. 이혼을 앞둔 여자의 쓰라린 마음을 이해한다면 그가 한강을 간들, 누구와 간들 그게 뭐 그리 중요한 문제겠어요.”
측근은 그동안 남편과 시집과의 불화로 힘겨워하던 고현정이 도난 사건으로 다시 구설수에 오르자 이혼을 결심한 것이 아니겠냐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평소 행동으로 보아 그 늦은 밤에 한강 둔치에 왜, 어떤 남자와 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현정의 여섯살배기 아들과 네살배기 딸을 걱정했다. “평소 고현정은 아이들 없이 단 하루도 못 살 것 같다고 했다”며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가 앞으로 흘려야 할 눈물을 안쓰러워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고현정의 연예계 컴백 의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영화시사회와 패션발표회장 등에 얼굴을 비쳤던 그가 연예계 복귀를 염두에 두고 이미 매니저까지 점찍어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그는 최근 동료 탤런트, 방송 관계자 등과 함께 한 식사 자리에서 연예계 복귀의 뜻을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신세대 탤런트 B씨 등을 집으로 초대, 연예계 동향에 대해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톱스타 출신의 재벌가 며느리’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연인으로 돌아간 고현정. 이혼 후 그에게 쏠리는 팬들의 시선은 “남들이 잠든 시간에 강물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을 텐데….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는 한 네티즌의 말처럼 연민과 안타까움이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그의 발걸음에 많은 팬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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