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방미 경제인단 명단에 어떤 기업이 포함될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요 교역국인 미국을 대통령과 함께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사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 큰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 과거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직접 기업의 신청을 받아 동행 업체를 선정했다면, 이번에는 민간 단체인 대한상의가 모집부터 발표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청와대의 최종 승인을 받는 절차로 진행됐다.
이전 정부에서 사용한 ‘방미 사절단’이라는 명칭 대신 ‘방미 경제인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대한상의는 방미 경제인단 선정 배경에 대해 “대미 투자·교역, 미국 사업실적 및 사업계획, 첨단 신산업 분야 협력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하여 협회나 단체가 아닌 기업 위주로 선정했다. 아울러, 현재 불법·탈법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크게 빚고 있는 기업은 원칙적으로 참여를 제한했다”고 밝혔다.

방미 경제인단은 자동차 산업에 집중

대표적인 기업이 LS그룹과 대화연료펌프다. 전기·전자 산업으로 분류된 LS는 미국 남부에 4천만 달러 규모의 자동차 전장 관련 부품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환경 분야로 분류된 대화연료펌프는 차세대 소형 전기자동차 핵심 부품 개발 및 양산에 7천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무경 효림산업 회장
방미 경제인단 중 유일한 여성 기업인. 자동차 부품 제조 강소 기업인 효림산업은 미국 현지 공장 신설에 2천3백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
미국계 한국 기업인 한국지엠 제임스 김 사장은 2015년 6월 한국지엠에 합류해 지난해 1월부터 대표직을 맡았으며 올해 들어서는 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미국을 다녀온 뒤 한국지엠 사장직에서 물러나 암참에 상근직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엇갈린 표정

이들 중 몇몇은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기업인들로 꾸려졌다. 최태원 SK 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SK는 향후 5년간 에너지 분야 등에 최대 44억 달러를 투자한다. CJ 그룹은 미국에 총
10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한식브랜드 비비고와 연계해 우리 한식에 대한 홍보도 확대할 계획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재판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삼성전자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참석했다. 그는 삼성전자 부품 부문 대표이자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구본준 LG 부회장
‘형제경영’을 펼치는 LG의 경우 형 구본무 회장 대신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이 참석했다. 지난 청문회에 참석했던 구 회장은 지난 3월 임원 세미나를 끝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최근 그룹의 주요 업무는 대부분 구 부회장이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자동차에서도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정의선 부회장이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구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익장’을 과시했던 정 회장은 올 들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이를 두고 경영권 승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대신 신현우 한화테크윈 대표이사가 동행했다. 방위업체인 한화테크윈은 한화그룹 내 미국과의 사업 연관성이 가장 큰 회사다. 한화그룹은 오너가 가는 것보다는 미국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회사의 대표가 참석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방미 경제인단 포함된 ‘배달의 민족’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현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도 맡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직을 맡은 이승건 대표도 이번 방미 경제인단에 포함됐다. 이 대표가 이끄는 비바리퍼블리카는 미리 은행 계좌를 등록해두면 몇 초 만에 송금이 완료되는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개발한 회사다. 토스는 2015년 12월 정식 출시한 이후 1년 6개월 만에 6백만 다운로드, 실사용자 1백만 명을 기록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건실한 강소 기업들도 여럿 포함됐다.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개발 전문 업체 뉴트리바이오텍은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 2년 새 4배 넘게 자산 규모가 불어났다. 향후 미국 댈라스 공장의 생산설비 증설에 1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2015년 국내외 특허 3천1백여 건을 보유한 스마트폰 업체 팬택을 인수하며 화제를 모은 IT 업체 쏠리드도 눈에 띄는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방미 이후 보유하고 있던 팬택의 특허 11건을 애플에 판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친 중소기업 정부 기조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 임원진이 나란히 이름을 올린 것도 인상적이다. 박성택 산하 회장과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직과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기업인이다. 이재한 대표의 부친은 충북 보은군옥천군영동군괴산군 지역구 5선 국회의원 출신인 이용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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