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은 강한 호불호를 지닌다. 거부감이 드는 이미지와 의미 없는 괴상한 이름이 그야말로 뇌가 썩는 듯한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혹자는 요즘 밈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며 “인류가 이해할 수 없는 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성형 AI로 만들 수 있는 이미지가 거의 무한대에 달하면서 새로움에 대한 추구는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해할 수 없는 밈’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빠르게 지고 뜨는 밈이 ‘코인’이 된다는 것이다.
밈코인, 어떻게 만들어지나
어떻게 밈이 코인으로 발행되는 것일까. 거래 속도가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한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를 통해 가능하다. 솔라나는 중개자 없이 개인끼리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 계약’을 지원해 누구나 그 안에서 자체 토큰(코인)을 만들 수 있다. 토큰의 이름과 기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밈 이름과 이미지를 입력하면 ‘밈코인’이 완성된다. 거래자들은 솔라나에서 쓰이는 화폐인 SOL(솔라나) 코인으로 밈코인을 사고팔 수 있다.올해 밈코인의 인기를 입증하듯 솔라나의 수수료 매출은 알트코인 1위 플랫폼인 이더리움을 웃돌았다. 글로벌 블록체인 미디어 ‘우블록체인’에 따르면, 올해 수수료 매출에서 솔라나 기반 밈코인 발행 플랫폼 펌프펀(2억9400만 달러)이 이더리움(2억4900만 달러)보다 많았다.

일론 머스크가 ‘Literally(말 그대로)’라는 문구와 함께 달에 간 시바견, 가보수의 사진을 올렸다. 달은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
도지코인부터 사후르 코인까지
처음 인기를 끈 밈코인은 테슬라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샤라웃(shout out·공개적인 언급을 통해 지지를 표현)’한 도지코인이다. 도지코인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던 일본 시바견 ‘가보수’를 마스코트로 한 코인이다. 2021년 2월부터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현 X)에 도지코인을 집중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달에 간 가보수’ 사진을 X에 업로드하며 ‘달에 간 도지’라는 또 다른 밈을 낳기도 했다. 달은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격 급등을 의미한다. 그 결과 도지코인의 가격은 2월 이후 3개월간 13배가량 폭등했다. 2021년 2월 24일 기준 도지코인의 가격은 59원이었다. 4월 17일에는 345원까지 치솟더니 5월 8일에는 800원 선을 넘기도 했다.그 이후로도 2024년,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오묘한 미소를 짓는 강아지 캐릭터인 ‘칠가이’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었다. 바쁘고 어려운 세상을 칠(chill)하고 여유롭게 살자는 모토로 만들어진 이 캐릭터 역시 코인으로 제작됐다. 코인마켓캡 코리아에 따르면, 칠가이는 발행 12일 만인 지난 2024년 11월 27일 기준 하루 40% 급등하며 시가총액 6억 달러(약 8400억 원)를 돌파했다.
앞서 언급한 이탈리안 브레인롯 캐릭터들도 밈코인으로 만들어졌다. 솔라나에서 거래되고 있는 ‘사후르’ ‘트랄랄레로’는 5월 13일 기준 5일 동안 거래량이 2배가량 증가하며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밈코인 거래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해당 밈의 인기다. 밈의 인기가 치솟을수록 거래량과 가격은 급등한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가격 상승을 활용해 단기 투자로 차익을 실현한다.

솔라나를 기반으로 한 ‘퉁퉁퉁퉁 사후르’ 코인(왼쪽)과 ‘트랄랄레로 트랄랄라’ 코인이 5일간(5월 9~13일) 2배가량 상승했다.
트럼프 코인 수수료만 600억
가상화폐 시장은 2023년 하반기 이후 비트코인이 견인하고 다른 코인들(알트코인 등)은 비트코인 상승폭을 겨우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메이저 알트코인들이 부진한 사이, 일부 밈코인들은 매우 큰 상승폭을 보이며 화제가 됐다. 이때 자금이 밈코인으로 유입돼 한동안 밈코인 생태계가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러나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밈코인(TRUMP, MELANIA)을 발행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며 6달러(약 8400원)로 출시된 트럼프 코인은 이틀 만에 75달러(약 10만5000원)로 급등했다. 그러나 이내 거품이 꺼지며 5월 8일(현지 시각) 기준 11~12달러(약 1만5400~1만6800원)에 머물렀다. 개미 투자자들은 밈코인으로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본 반면 트럼프 일가는 코인 거래 수수료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가상화폐 데이터 플랫폼 플립사이드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는 밈코인 출시 이후 약 4300만 달러(약 606억 원)의 거래 수수료를 챙겼다. 이에 트럼프는 ‘대통령이 코인으로 가족 사업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밈코인 업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최근에는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며 위험 재산 소모 심리가 다시 커져 밈코인 투자가 재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 발표를 전후해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하며 ‘알트코인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졌다. 도지코인, 페페, 피넛 등의 가격이 각각 3일(5월 8~10일)간 45%, 66%, 128% 오르는 등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태국의 인기 하마 ‘무댕’을 따서 만든 무댕 코인의 가격은 5월 12일(한국 시각)에 전일 대비 110%가 올랐다. 밈코인은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때마다 높은 상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밈코인 투자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밈코인은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는 특정 현상으로, 논리를 가지고 전망을 따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승민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밈코인은 이름이 말하는 대로 ‘밈’ 기반 코인이며 생명주기가 매우 짧다”면서 “기업 관련 백서나 사업계획 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더불어 “가파르게 상승하는 만큼 빠른 폭락이 발생할 수 있으니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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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팬텀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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