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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급행열차 올라탄 분당 시범‧우성 아파트

김명희 기자

2025. 04. 24

[빠숑과 함께하는 부동산 임장기] 빠숑이라는 필명으로 부동산 시장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과 함께 동네 임장기를 연재한다.

지난해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된 이후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경기도 분당 ‘시범 우성·현대 아파트’ 임장기를 소개한다. 

경기 성남 분당구 서현동 ‘시범 우성·현대 아파트’는 1991년 분당 1기 신도시 개발 당시 가장 먼저 입주가 시작된 단지 중 한 곳이다. 용적률은 시범 우성 191%, 시범 현대 194%지만 대형 평형 위주인 데다, 건물 간 간격이 넉넉해 답답함이 덜하다. 4월 초 기자가 찾았을 땐 단지 안에 벚꽃을 비롯한 봄꽃이 만개해 공원 속에 들어온 듯 했다. 하지만 외관의 노후도는 숨기기 어렵다. 건물 외피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고, 일부 동은 지하 주차장이 협소해 불편을 겪는다. ‘관리가 잘 된 구축 아파트’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시범 우성·현대 아파트는 장안타운 건영 3차와 함께 지난해 11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지정돼 ‘THE 시범’이라는 이름으로 통합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시범 우성이 1874세대로 가장 규모가 크고, 시범 현대는 1695세대, 장안타운 건영 3차는 4층짜리 빌라 7개동, 144세대 규모다.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되면 안전진단 완화,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심의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 단지 곳곳에는 선도지구 지정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총 4개 아파트로 이뤄진 서현동 일대 시범단지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일면서 1구역(시범 삼성한신·한양)과 2구역(우성·현대)으로 나뉘었다. 당초 서현역과 가까운 1구역이 사업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과 함께 선도지구 지정에도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2구역이 주민 동의율 등에서 앞서면서 재건축 급행열차에 올라타게 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분당 시범 현대(왼쪽)와 우성 아파트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분당 시범 현대(왼쪽)와 우성 아파트

분당초·서현중 품고 있고 공원에 둘러싸여 전국에서 손꼽히는 주거 환경 

시범 우성과 현대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교육 환경이다. 시범 현대 단지 안에는 분당초등학교가 있고, 시범 우성 안에는 특목고·영재고 진학률이 높은 서현중학교가 있다.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단지 전체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었다. 명문 서현고도 도보권에 있다. 과거 비평준화 시절 ‘강남 8학군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서현고는 현재도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은 편이다. 인근에는 잘 갖춰진 학원가도 있어 교육열 높은 지역 분위기를 반영한다. 분당 중앙공원, 서현수변공원, 율동공원 등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환경이 좋으며, 생활 인프라도 충실하다. 병원, 마트, 카페, 공공시설이 모두 도보 생활권에 있으며 단지 내 상권도 활발하다. 수인분당선 서현역까지 도보 10~15분 거리이고, 단지 앞 광역버스 노선도 다양해 서울 출퇴근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건축업계에서는 1960년~80년대에 지어진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 없는 아파트를 1세대, 1990~200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를 2세대, 2010년경부터 지어진 전면 지하주차장, 수준 높은 조경과 커뮤니티를 갖춘 아파트를 3세대로 분류한다. 1세대 아파트는 허허벌판에 일단 아파트를 짓고 나서 인프라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면 2세대 아파트부터는 교통, 교육, 편의시설 등을 조화롭게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이 바로 분당 시범아파트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전국 226개 시군구가 있는데 키 바잉 팩터(Key Buying Factor 교통·교육·상권·자연환경이 골고루 갖춰진 곳) 면에서 분당은 서울 강남 못지않게 매력적인 입지라고 말한다. 덕분에 분당 신도시 조성 초기 강남, 여의도, 동부이촌동 등 서울 부촌의 주민들이 대거 이주해왔다. 김학렬 소장은 “지금까지의 재건축은 1세대 아파트를 3세대로 바꾸는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2세대 아파트의 재건축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며 “분당 시범이 성공해야 평촌, 산본, 중동, 일산 등 다른 1기 신도시들도 그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단지 안에 곳곳에 선도지구 선정을 축하하는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위). 시범 우성·현대는 분당초와 서현중을 품고 있으며, 분당의 명문인 서현고도 도보권이다.

단지 안에 곳곳에 선도지구 선정을 축하하는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위). 시범 우성·현대는 분당초와 서현중을 품고 있으며, 분당의 명문인 서현고도 도보권이다.

현재 3713가구 규모인 THE시범은 최고 68층, 약 5200가구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하이엔드 브랜드 유치와 랜드마크 타워 건립도 검토되고 있으며,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공원과 연계한 ‘지상공원형 아파트’ 구상도 눈에 띈다. 재건축 방식은 신탁 방식이며, 현재 한국자산신탁과 예비사업시행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주민 동의율은 95.5%로 매우 높은 편이다. ‘THE 시범’은 복잡한 통합 재건축 구조임에도 추진력은 안정적이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학렬 소장은 “같은 시기 선도지구로 지정된 양지마을의 경우 수내역 앞단지와 뒷단지들이 재건축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에 반해 시범 우성과 현대는 소형평형 비중(12.5%)이 적고 가구당 평균 대지지분(시범우성 17평, 시범현대 20평)이 커서 사업성이 좋은 데다 입지가 비슷해 갈등의 소지가 많지 않다. 단지 내 상가들과만 잘 조율한다면 선도지구들 가운데 사업 진행이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분당 신도시 내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윤곽을 드러내며, 재건축 단지들의 향후 분양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최근 총회에서 일반 분양가를 3.3㎡당 5800만 원으로 제시했다. 전용 84㎡ 기준으로는 약 2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넘보는 수준이다. 앞서 시범 우성과 현대, 양지마을 등 분당 선도지구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올해 초 주민설명회에서 향후 일반 분양가를 3.3㎡당 6000만 원으로 추정한 바 있다. 공사비는 3.3㎡당 900만 원 수준으로 예측됐다. 김학렬 소장은 김학렬 소장은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세대 수의 일부를 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 해도 일반 분양 물량이 꽤 되기 때문에 추가 분담금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도지구 지정으로 시장의 기대감은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된 상태다. 시범 현대·우성의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4억80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최근에는 16억 원대 후반에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 재건축 로드맵으로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조합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라 여러 변수가 많은 상황이다. 

김 소장은 “분당 서현동은 입지, 학군, 일자리 접근성 면에서는 서울 일부 지역보다 뛰어난 면이 있다”며 “강남권에서 이주한 실거주자들이 많아 재건축 이후에도 수요층은 충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빠숑 #분당시범 #선도지구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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