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1688.com(1688닷컴)이 한국에 플랫폼을 오픈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1688닷컴은 높은 가격 경쟁력과 방대한 상품군을 갖춘 B2B 플랫폼이다. 중국과 한국의 유통회사들이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1688닷컴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연동하고, 한국어 메뉴·검색 기능과 국내 결제 시스템을 탑재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도 중국 현지 플랫폼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유통되는 공산품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부터 소싱되고 있는데, 그 중간 유통 구조가 생략되는 변화가 예고된 셈이다.
알리바바 그룹의 B2C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는 이미 2018년 11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넘긴 지난해 3월,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에 1000억 원 이상의 인프라 투자를 하는 등 본격적으로 한국 해외 직구 시장을 겨냥해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당시 “간편한 로그인과 간편한 결제, 5일 무료 배송 등의 서비스 도입과 현지 고객센터 개설 등으로 앞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국내 쇼핑처럼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특이한 만한 점은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자 중에 남성이 많고, 10~30대 등 젊은 층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여성, 중장년 고객까지 사로잡으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의미다. 알리익스프레스뿐 아니라 저가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B2C 플랫폼인 중국의 테무(Temu)도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이 상황에서 B2B 모델인 1688닷컴의 한국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B2B는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B2C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각각 도매와 소매시장인 것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인데 압도적인 생산력에 더해 한국 도소매 시장까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리는 중국에서 만든 상품을 중국의 유통망을 통해 사게 되는, 결국 공급체 전반을 중국 업체에 지배당하는 형편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에 대항할 준비가 돼 있는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거래액 기준으로 연평균 20.7%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국내 전체 이커머스 거래액은 210조 원이었는데, 2010년의 25조 원과 비교하면 8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2021년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매출은 약 2조6996억 달러(3590조 원)였으나 2025년에는 약 3조4533억 달러(4593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각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면, 2022년 순손실을 낸 8개 업체의 결손금은 총 10조7708억 원에 이른다. 놀랍게도 순손실을 기록한 업체에 쿠팡(5조9824억 원), 마켓컬리(2조645억 원), 티몬(1조2644억 원), 위메프(6576억 원), SSG닷컴(2898억 원), 야놀자(2367억 원) 등 알 만한 기업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이비즈니스 기업들이 한국에 상륙하면 한국 이비즈니스 시장의 지각변동은 필연적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싱가포르 업체 큐텐(Qoo10)은 지난해 쇼핑 앱 사용자 순위 5, 7, 18위인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티메파크)를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입했다. 이마트는 이베이에 이어 옥션과 지마켓을 인수해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구축하며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려 하고 있다. 쇼핑 앱 사용자 순위 2위인 11번가는 희망퇴직으로 몸집을 줄이고, 콜옵션 포기로 값을 낮춘 채 시장에 나와 있다.
2022년 3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쿠팡과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네이버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투톱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외국의 이비즈니스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중국 이비즈니스 업체의 한국 진출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의 경쟁을 심화할 것이다. 그런데 경쟁이 심화하는 것은 단지 중국 업체 때문만은 아니다. ‘빅 블러(Big Blur)’는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한 현상을 의미한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대표적인 경우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를 들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자사 몰을 구축해 D2C를 실현한다. 농민들과 어민들이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D2C를 실현하고 있다. 모두 온라인 쇼핑 시장의 훌륭한 플레이어들이다.
‘옴니채널(Omnichannel)’은 모든 유통 채널을 통합하여 오프라인 스토어, 앱, 웹사이트 전반에서 통일되고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고객 중심 접근방식을 의미한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닷컴에서는 이마트몰,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모두 접속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LOTTEON에서는 롯데ON,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모두 접속할 수 있다. 결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플레이어인 것이다.
외국 업체의 한국 진입과 국내 빅 블러 현상이 온라인 쇼핑 시장의 경쟁을 강화하는 것은 시장을 황폐화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서로의 경쟁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풍요롭게 하고 고객 만족을 높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빅 블러를 한 번 더 소환해본다. 최근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신선한 딸기를 판매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딸기를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당일 배송한다고 했다. 물류가 되니 외국 역시 상권이 된 것이다. 중국발 거대 유통 공룡이 한국으로 들어오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한국 이비즈니스 업체들은 중국, 베트남 그리고 더 먼 나라들로 유통의 선(線)을 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이커머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쿠팡 큐텐 SSG
알리바바 그룹의 B2C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는 이미 2018년 11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넘긴 지난해 3월,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시장에 1000억 원 이상의 인프라 투자를 하는 등 본격적으로 한국 해외 직구 시장을 겨냥해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당시 “간편한 로그인과 간편한 결제, 5일 무료 배송 등의 서비스 도입과 현지 고객센터 개설 등으로 앞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국내 쇼핑처럼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 10조 원 적자
알리익스프레스의 성장세는 무서운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위해 이용하는 앱(app) 현황을 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앱 설치는 증가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 한국인 사용자는 2022년 10월 297만 명에서 2023년 10월 613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아직 긴 배송 기간과 가품 문제가 발목을 잡지만, 알리익스프레스 측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와 물류센터 건립도 고려하고 있다.특이한 만한 점은 알리익스프레스 앱 사용자 중에 남성이 많고, 10~30대 등 젊은 층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여성, 중장년 고객까지 사로잡으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의미다. 알리익스프레스뿐 아니라 저가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B2C 플랫폼인 중국의 테무(Temu)도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이 상황에서 B2B 모델인 1688닷컴의 한국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B2B는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B2C는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각각 도매와 소매시장인 것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인데 압도적인 생산력에 더해 한국 도소매 시장까지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리는 중국에서 만든 상품을 중국의 유통망을 통해 사게 되는, 결국 공급체 전반을 중국 업체에 지배당하는 형편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에 대항할 준비가 돼 있는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거래액 기준으로 연평균 20.7%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2022년 국내 전체 이커머스 거래액은 210조 원이었는데, 2010년의 25조 원과 비교하면 8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2021년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매출은 약 2조6996억 달러(3590조 원)였으나 2025년에는 약 3조4533억 달러(4593조 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각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면, 2022년 순손실을 낸 8개 업체의 결손금은 총 10조7708억 원에 이른다. 놀랍게도 순손실을 기록한 업체에 쿠팡(5조9824억 원), 마켓컬리(2조645억 원), 티몬(1조2644억 원), 위메프(6576억 원), SSG닷컴(2898억 원), 야놀자(2367억 원) 등 알 만한 기업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이비즈니스 기업들이 한국에 상륙하면 한국 이비즈니스 시장의 지각변동은 필연적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싱가포르 업체 큐텐(Qoo10)은 지난해 쇼핑 앱 사용자 순위 5, 7, 18위인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티메파크)를 인수해 한국 시장에 진입했다. 이마트는 이베이에 이어 옥션과 지마켓을 인수해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을 구축하며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려 하고 있다. 쇼핑 앱 사용자 순위 2위인 11번가는 희망퇴직으로 몸집을 줄이고, 콜옵션 포기로 값을 낮춘 채 시장에 나와 있다.
2022년 3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선 쿠팡과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네이버는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투톱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외국의 이비즈니스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유통의 새 트렌드, 빅 블러와 옴니채널
쿠팡과 네이버가 온라인 쇼핑 시장 투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왼쪽). 2023년 12월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대표는 국내 물류센터 건립 가능성을 시사했다.
‘옴니채널(Omnichannel)’은 모든 유통 채널을 통합하여 오프라인 스토어, 앱, 웹사이트 전반에서 통일되고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고객 중심 접근방식을 의미한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닷컴에서는 이마트몰,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모두 접속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LOTTEON에서는 롯데ON,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모두 접속할 수 있다. 결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플레이어인 것이다.
외국 업체의 한국 진입과 국내 빅 블러 현상이 온라인 쇼핑 시장의 경쟁을 강화하는 것은 시장을 황폐화하는 것이 아니라 풍부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서로의 경쟁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풍요롭게 하고 고객 만족을 높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빅 블러를 한 번 더 소환해본다. 최근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나라 대형마트에서 신선한 딸기를 판매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딸기를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당일 배송한다고 했다. 물류가 되니 외국 역시 상권이 된 것이다. 중국발 거대 유통 공룡이 한국으로 들어오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한국 이비즈니스 업체들은 중국, 베트남 그리고 더 먼 나라들로 유통의 선(線)을 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이커머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쿠팡 큐텐 S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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