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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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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디저트 스타벅스 푸딩의 출생 비밀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김진 채널A 〈먹거리 X파일〉 진행자 | 사진 · 김도균 | 디자인 · 김영화

2016. 08. 04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 여기에 무심한 듯 시크한 디자인의 용기 때문에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여성들 사이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스타벅스 푸딩. 그런데 똑같은 DNA를 가진 쌍둥이 푸딩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떠돌면서 출생의 비밀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찌는 듯한 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아이스커피, 소프트아이스크림, 팥빙수 같은 시원한 음료나 디저트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여름 먹거리는 바로 푸딩이다. 연두부 같기도 하고, 젤리 같기도 한 특유의 부드러움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함 때문에 푸딩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많다. 결정적으로 팥빙수나 아이스크림보다 왠지 더 고급스럽다는 이유로 푸딩을 선호하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다.

푸딩이 17세기 유럽, 그중에서도 영국에서 탄생했다는 걸 알고 있다면 당신은 푸딩 마니아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우유와 달걀을 주재료로 만든 푸딩. 케이크처럼 달콤하지만 케이크보단 말랑말랑하고, 젤리보단 부드러운 이 새로운 디저트가 당시 영국 상류층 여성들에게 안겨준 충격은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푸딩이 본격적으로 사랑받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2010년 즈음 서울 한남동 등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디저트 카페들이 생겨났고 이곳에서 작은 유리 접시에 담겨 고가에 팔리던 디저트가 푸딩이었다. 그러다 2013년 꽃미남 스타 김수현이 등장한 푸딩 CF가 수많은 여심을 뒤흔들었고, 이름도 예쁜 쁘띠첼 푸딩이 편의점과 마트에서 품절 사태를 빚으며 ‘푸딩 대란’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푸딩계의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지난해 스타벅스에서 출시한 푸딩이 그것. 특히 이 푸딩은 작고 앙증맞은 용기 때문에 더 인기가 높다. 흰색과 검은색 두 종류의 용기에는 스타벅스 로고만 무심한 듯 ‘시크하게’ 박혀 있는데, 푸딩을 먹고 나서 이 예쁜 용기에 작은 다육식물을 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물론 다육식물이 스타벅스 푸딩 용기에서 더 잘 자라는 것은 아니겠지만,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 다육식물은 스타벅스 푸딩 용기에 심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인스타그램 평정한  ‘스타벅스 다육이’

스타벅스 푸딩은 밀크 맛과 초콜릿 맛 두 종류가 있으며 가격은 3천3백원(100g)이다. 스타벅스 푸딩보다 앞서 인기를 끌었던 CJ 쁘띠첼(2천원)보다 1.5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푸딩 좀 먹어봤다는 이들 사이에선 전통의 강자 쁘띠첼이냐, 뉴 페이스 스타벅스냐를 두고 종종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먹거리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못 참는 필자의 성격상 두 푸딩의 우열을 가리고 싶었다. 자칭 푸딩 전문가인 20대 여성 한 명과 30대 여성 한 명이 실험에 나섰다. 눈을 가린 채 스타벅스 푸딩과 쁘띠첼 푸딩을 맛보게 한 뒤 어떤 것이 더 맛있는지 평가해달라고 주문했다. 실험 대상은 스타벅스 밀크 푸딩 vs. 쁘띠첼의 밀크커스터드 푸딩, 그리고 스타벅스의 초콜릿 푸딩 vs. 쁘띠첼의 크림쇼콜라 푸딩이다.

먼저 밀크 맛 푸딩의 테이스팅 실험을 해봤다. 흥미로운 사실은 푸딩을 질리도록 먹어봤다는 두 사람 모두 스타벅스 밀크 푸딩과 쁘띠첼의 밀크커스터드 푸딩의 맛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여러 차례 맛을 보게 했지만 결론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는 평이었다. 이번에는 눈가리개를 벗고 다시 평가를 부탁했다. 그러자 20대 여성은 스타벅스 푸딩에 높은 평가를, 30대 여성은 쁘띠첼 푸딩에 높은 점수를 줬다.



쁘띠첼과 스타벅스의 놀랍도록 똑같은 맛



스타벅스 푸딩을 선택한 사람은 “푸딩의 생명은 부드러움인데, 스타벅스 푸딩이 더 부드러운 식감을 줬다. 달콤한 바닐라 향이 혀끝을 맴돌았다”고 평했다. 반면, 쁘띠첼을 선택한 여성은 “스타벅스 푸딩은 너무 묽게 퍼지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쁘띠첼은 마치 물을 타지 않은 맥주 같은 느낌이다. 달걀과 바닐라의 향이 더 강하게 혀끝에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초콜릿 맛 푸딩의 차례. 역시 눈을 가린 채 테이스팅 실험을 진행했다. 20대 여성은 앞서와는 반대로 쁘띠첼 크림쇼콜라 푸딩을, 30대 여성은 스타벅스 초콜릿 푸딩을 선택했다.  

쁘띠첼 푸딩을 선택한 사람은 “쁘띠첼 크림쇼콜라는 초콜릿의 다크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첫맛은 부드러웠는데 끝으로 갈수록 강렬한 인상을 줬다”는 이유를 들었고, 스타벅스 초콜릿 푸딩을 선택한 여성은 “스타벅스 초콜릿 푸딩이 더 일정한 초콜릿 맛을 구현해냈다. 마치 푸딩이 아닌 얼린 초콜릿 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실험 결과다. 그런데 사실 실험에 나섰던 이들에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비밀’이 있었다. 아마 이 비밀을 아는 독자들도 거의 없을 듯하다. 그 비밀은 바로 스타벅스 푸딩과 CJ 쁘띠첼 푸딩이 똑같은 제품이란 사실이다. 스타벅스는 굳이 밝히려 하지 않겠지만, 스타벅스 푸딩의 뒷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작은 글씨로 ‘제조사 씨제이’라고 적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디저트류 강화가 필요했던 스타벅스가 씨제이에서 납품받아서 스타벅스 푸딩이란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타벅스 로고 및 이미지를 입혀서 사실상 똑같은 제품을 훨씬 비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굳이 두 제품의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밀크 맛 푸딩의 경우 스타벅스가 100g, 쁘띠첼이 95g으로 미묘한 양의 차이가 났다. 또 스타벅스가 우유 20.3%, 쁘띠첼이 우유 17.3%로 스타벅스 밀크 맛 푸딩이 묽고 말랑말랑하다면 쁘띠첼은 단단하고 향이 깊은 편이다. 초콜릿 맛 푸딩을 비교해보면, 스타벅스 초콜릿 푸딩은 초콜릿이 12.25%, 쁘띠첼은 다크 초콜릿이 11.1%로 배합 비율이 다르고 쁘띠첼은 크림 성분이 푸딩 표면 위를 덮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필자의 실험에 참가한 여성들이 밀크 푸딩 맛을 구분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두 제품이 쌍둥이였기 때문이다. 맛 평가를 예술적으로(?) 해준 여성들도 비로소 이 글을 읽고 나서야 그 비밀을 알아차릴 텐데, 필자에게 배신감을 토로할지도 모르겠다.

푸딩을 여름 디저트로 소개한 만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도 소개할까 한다. 푸딩은 달걀과 우유로 만든 식품인 만큼 온도가 맛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식품 전문가들은 푸딩이 가장 맛있는 온도는 4℃라고 조언한다. 푸딩을 맛있게 먹는 방법도 다양한데, 푸딩을 곡물 빵에 버터처럼 발라 먹으면 의외의 조합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망고나 딸기, 바나나 같은 과일을 잘라 푸딩과 잘 섞은 뒤 냉동고에 넣고 얼려먹으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환상적인 맛을 즐길 수 있다. 무더운 올여름을 푸딩으로 맛있게 이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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