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매일 가도 즐거운 서울의 재발견

윤혜진 객원기자

2026. 05. 19

서울은 끊임없이 바뀌는 역동적인 도시다. SNS에서 입소문 타고
뜨는 의외의 서울 곳곳을 찾았다.

오브는 토요일 오후 12시에서 5시까지만 문을 연다. 2·3동 196호. @ofjec_t 

오브는 토요일 오후 12시에서 5시까지만 문을 연다. 2·3동 196호. @ofjec_t 

오래돼 더 핫한 골동품 개미지옥
답십리고미술상가

1980년대 초 형성된 서울 답십리고미술상가가 MZ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부터다. ‘고복희’ ‘호박포크아트갤러리’ ‘가화’ ‘Of(오브)’ 등 젊은 감성의 현대적인 상점들이 연이어 입점하면서 SNS에서 재미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1일 토요일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인근의 답십리고미술상가를 방문했다. 답십리고미술상가는 삼희아파트 상가 1층의 2·3동과 약 3분 거리의 5동, 6동 등 3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SNS에서 핫한 상점들은 주로 2·3동에 몰려 있다. 5호선 장한평역 인근 송화빌딩·우성빌딩 일대에도 장안평고미술상가가 있다. 오전 11시, 2·3동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연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과 친구, 커플 단위 젊은이들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느 곳이든 사진 촬영과 질문을 반겼다.

작은 기물부터 직접 제작한 누비 소품을 판매하는 ‘예명당’의 경우 한가한 시간대에는 차와 주전부리도 내준다. 30년 가까이 예명당을 운영 중인 정영섭 대표는 1000년 된 고려청자 잔에 차를 따라주며 “예전엔 실구매자 상인들이 주로 오갔는데, 요즘은 젊은이들이 한 바퀴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차를 권하면 섞여 앉아 얘기 나누다 간다”며 젊어진 상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예명당에서 마주친 30대 홍자민 씨와 박정현 씨는 정 대표의 아내 장옥순 작가가 만든 누비 매트에 반한 듯 꽤 오랜 시간 차를 마시며 머물렀다. 정 대표는 “한번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가 와서 ‘유물에 입을 대고 차를 마시게 될 줄 몰랐다’며 감동했다더라”면서 “직접 만져보며 가까이에서 살필 수 있는 점이 이곳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오브’의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가 말하는 답십리고미술상가의 매력도 결이 비슷하다. 2018년 성수동에 오프라인 플랫폼인 프로젝트 렌트를 창업하고 성수동 팝업스토어 열풍을 이끈 최원석 대표는 답십리고미술상가에 끌린 이유로 “이야기가 담긴 그 시대의 ‘마스터피스’를 보물찾기하듯 고르는 재미와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실용성”을 꼽았다. 실제로 오브 매장에는 근대에 만들어진 작은 사이즈의 좌불이 북스탠드로 쓰이고, 조선시대 청사초롱으로 만든 등과 권대섭 작가의 5000만 원대 달항아리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최 대표는 “사람들은 좋은 소프트웨어에 반응을 보이는데, 그동안 답십리고미술상가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갖고 있음에도 그걸 잘 설명해줄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힙해진 것도 ‘사유의 방’ 프로젝트 이후”라면서 “오브는 창이 없어 빛이 안 들어오는 매장이다 보니 오히려 온통 검게 해서 오브제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책가도’ 콘셉트로 선반을 만들고 디스플레이했다”고 말했다.

골동품부터 현대미술 작품, 빈티지 의류, 직접 만든 굿즈까지 판매하는 호박포크아트갤러리. 2·3동 118호(위). 예명당에 가면 14세기 고려청자에 차를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2·3동 164호. @hobakfolkartgallery  @yemyungdang

골동품부터 현대미술 작품, 빈티지 의류, 직접 만든 굿즈까지 판매하는 호박포크아트갤러리. 2·3동 118호(위). 예명당에 가면 14세기 고려청자에 차를 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2·3동 164호. @hobakfolkartgallery  @yemyungdang

이야기 담긴 골동품에 대한 즐거운 공부

답십리고미술상가를 둘러보다 보면 골동품 자체도 아름답지만, 그 골동품을 사면 지금 시대에 맞게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다. 패션 빈티지 숍 ‘수박 빈티지’ 김정열 대표와 동료들이 연 ‘호박포크아트갤러리’의 경우 이름에서부터 지향하는 바가 드러난다. 김정열 대표는 “‘호박’은 보석 호박으로 시간을 가둬놓는다는 메타포로 썼고, 민속공예라는 뜻의 ‘포크아트’와 ‘갤러리’를 넣은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던 가격대가 아주 높지 않은 골동품을 베이스로 다양한 전시를 열고 판매도 하겠다는 정체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호박포크아트갤러리에서 판매하는 아이템은 대부분 50만 원 이하로, 시대와 장르가 섞여 있다. 전시는 2개월 정도 주기로 바뀐다.



젊은 사장의 고미술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돋보이는 가화. 2·3동 106호. @gahwa_antique 

젊은 사장의 고미술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돋보이는 가화. 2·3동 106호. @gahwa_antique 

지난해 7월 문을 연 ‘가화’는 주력 아이템이 여기저기 매치하기 좋은 소반과 토기다. 가화 관계자는 “소반은 상판의 형태와 다리의 구조, 운각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지녀 살펴볼수록 매력이 깊어진다. 소박하면서 깊이 있는 미감을 가진 토기는 현대적인 공간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인테리어 오브제로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는 소반은 40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까지, 1000년이 넘는 시간을 품은 토기는 1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다양하다. 

답십리고미술상가는 25만여 점의 고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보니 가장 상점이 많은 2·3동만 둘러봐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각 상점 대표들에게 답십리고미술상가에 처음 와보는 고미술품 새내기들을 위한 팁을 달라고 하자 “자주 와서 많이 봐야 감이 온다. 질문도 많이 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열 호박포크아트갤러리 대표는 “골동품 특성상 모호한 지점이 있다. 고미술품을 처음 접한다면 일단은 답십리고미술상가 각 공간의 분위기를 좀 즐기다가, 인테리어용으로 뒀을 때 나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20만 원 이하의 아이템부터 도전해보라”고 조언했다. 또 가화 관계자는 “고미술품은 같은 종류의 기물이라도 각기 다른 기법과 멋이 있어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다 보면 자연스럽게 보는 눈이 깊어진다”면서 “고미술 감상의 즐거움은 결국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2채의 한옥이 연결된 구조인 르라보 북촌 한옥. 중정을 그대로 살리고 창과 문이 풍경을 액자처럼 감싸도록 설계했다.

2채의 한옥이 연결된 구조인 르라보 북촌 한옥. 중정을 그대로 살리고 창과 문이 풍경을 액자처럼 감싸도록 설계했다.

체험형 공간으로 재탄생 
북촌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자리한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다. 한옥마을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예술 콘텐츠를 한 지역에서 체험할 수 있어 오래전부터 관광객들이 많이 찾았다. 그런데 고즈넉한 북촌이 최근 몇 년 사이 체험형 마케팅의 중심지로 떠오르며 힙해졌다. 지난해에만 ‘뉴발란스’ ‘마르헨제이’ ‘슈퍼드라이’ ‘비비씨어스’ ‘베리시’ 등 패션 브랜드가 대거 북촌에 매장을 냈다. 향수 브랜드 ‘본투스탠드아웃’ ‘르라보’ ‘취’ ‘리베르’ 등도 연달아 북촌에 매장을 내 이른바 ‘향기 투어’도 가능해졌다. 

지난 4월 10일 늦은 오후 찾아간 북촌은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젊은 데이트족, 취미 생활을 즐기는 4050세대가 어우러져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첫 오프라인 쇼룸으로 북촌을 택한 이유도 유동 인구의 다양성에 있다. 오늘의집 관계자는 “성수동이나 한남동은 패션·뷰티 위주의 팝업스토어·쇼룸이 많은 반면, 북촌은 고즈넉하면서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집은 가족이 함께 사는 공간인 만큼 여러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북촌이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구성된 ‘오늘의집 북촌’의 백미는 3층 크리에이터들의 아틀리에다. 최근에는 ‘1인 가구’ ‘신혼’ ‘아파트’라는 테마로 크리에이터 5인의 취향이 담긴 홈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오늘의집 북촌에서는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다양한 느낌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오늘의집 북촌에서는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다양한 느낌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전통을 입고 더 힙해진 북촌 풍경.

전통을 입고 더 힙해진 북촌 풍경.

특히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점은 북촌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고즈넉한 한옥 골목 사이에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과 갤러리가 존재하고, 상업적인 공간도 거리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에스티로더 그룹의 향수 브랜드 르라보의 경우 한국에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면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한옥을 택했다. 기존의 석조 구조를 보존하고 정교한 나무 패턴의 마루로 공간에 깊이를 더했으며, 한지와 수작업으로 완성한 삼베 마감재를 활용해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완성했다. 르라보 관계자는 “‘무질서 속의 질서’를 주제로 한 공간은 르라보의 브랜드 철학인 ‘와비사비(wabi-sabi·불완전한 것의 아름다움)’를 더욱 섬세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채의 한옥 중 1채는 카페로 활용 중이다. 

‘르라보 북촌 한옥’ 외에도 북촌에는 유독 한옥형 매장이 많다. 한옥의 목재 기둥과 마루형 동선을 활용한 비비씨어스의 북촌 매장, 목재가 주는 따뜻한 질감을 살린 K-뷰티 큐레이션 매장 ‘픽넘버쓰리’, 산수화 속 도원경을 연상시키는 구름 모양 오브제와 의자를 마당에 둔 ‘MLB 북촌 스타디움’ 등은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레트로 무드에 빠진 MZ도 사로잡았다. 길에서 만난 30대 요가 강사 손정 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요가 브랜드 매장이 여기에 있어서 와보고 용품을 구매했다”면서 “북촌은 한옥에 입점한 가게들이 많아서 트렌디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핫 플레이스면서도 북촌만의 매력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관악산은 바위가 많은 산이다. 등산 코스 정보를 얻고 싶다면 지하철 신림선 관악산역 1번 출구 근처 서울등산관광센터 관악산점을 들러볼 것. 

관악산은 바위가 많은 산이다. 등산 코스 정보를 얻고 싶다면 지하철 신림선 관악산역 1번 출구 근처 서울등산관광센터 관악산점을 들러볼 것. 

운 틔우고 싶은 사람 모여라 
관악산

운이 안 풀릴 때 관악산을 찾아 좋은 기운을 채우는 ‘관악산 개운산행(開運山行)’이 유행이다. 지난 1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역술가가 “관악산은 서울에서 정기가 가장 좋은 산이다. 연주대에서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준다”고 언급한 후부터 등산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말이면 관악산 정상 연주대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올해 3월 네이버 사이트에서 ‘관악산’ 검색량은 9만43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약 3.5배 증가했다.

관악산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등산 초보라면 서울대학교 안에 있는 건설환경종합연구소에서 출발해 연주대까지 오르는 최단 코스를 추천한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산행의 즐거움을 더욱 느끼고 싶다면 암릉 구간을 지나며 주변 산세와 서울 시내의 탁 트인 전망을 조망할 수 있는 자운암능선 코스를 선택한다. 곳곳에 급경사가 있고, 철제 난간과 밧줄을 잡고 오르는 암벽 구간도 3곳이나 있어 난도가 높은 코스로 꼽힌다. 총 소요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로 길다.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파전이 떠오르듯 산 정상에 오르면 김밥이 생각난다. 맺힌 땀 식혀가며 무얼 먹어도 맛있겠지만 지하철 2호선 사당역 근처 로데오김밥과 낙성대역 오월의김밥, 인헌시장 안의 이레김밥 등이 유명하다.

키보드 타건 숍과 LP 숍, 창고형 약국 등 다양한 아이템을 갖춘 매장이 늘어난 용산 전자랜드. 애니메이션 덕후들을 위한 ‘미라클쿠지’ 팝업스토어도 6월까지 운영한다.  

키보드 타건 숍과 LP 숍, 창고형 약국 등 다양한 아이템을 갖춘 매장이 늘어난 용산 전자랜드. 애니메이션 덕후들을 위한 ‘미라클쿠지’ 팝업스토어도 6월까지 운영한다.  

덕후들의 오프라인 집결지 
용산 전자랜드

1988년 서울 용산에 문을 연 국내 최초 전자 전문 백화점인 ‘전자랜드’는 개점 당시만 해도 가전의 성지로 불렸다. 그러나 제조사 직영점과 인터넷 판매처가 늘면서 빠르게 입지가 좁아졌다. ‘롯데시네마’에 영화 보러 가던 정도였던 전자랜드에 최근 다시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먼저 본관 1층 키보드 타건 숍 ‘세모키’가 2030의 관심을 끈다. ‘세상의 모든 키보드’라는 콘셉트대로 다양한 브랜드의 키보드를 직접 체험해보고 현장에서 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알록달록하고 독특한 모양의 키캡을 골라 나만의 커스텀 키보드를 만들 수도 있다. 

올 2월에는 신관 1층에 약 2645㎡(약 800평) 규모의 창고형 약국 ‘메디킹덤약국’이 입점했다.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반려동물 관련 제품까지 폭넓은 상품군을 갖췄다. 국내 주요 화장품까지 판매해 방문했던 날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보였다. 가격은 집 근처 약국에서 8500원에 샀던 약이 5000원일 정도로 저렴한 편이었다. “약사 추천”이라고 메모가 붙어 있는 약들은 약사 직원들이 실제로 많이 사거나 직접 추천한 제품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신관 2층의 후지필름 공식 대리점인 ‘즐거운 카메라’, 본관 4층 토이 숍 ‘ASEM HOBBY(아셈하비)’, 본관 2층 ‘올리버 레코드’ 등 각 장르 마니아들을 위한 숍도 운영 중이다. 특히 매월 마지막 주말에는 본관 2층 이벤트홀에서 유명 LP 셀러들이 참여하는 레코드 페어가 열린다. 

#답십리고미술상가 #관악산 #여성동아

사진 윤혜진 사진제공 서울관광재단 오늘의집 가화 오브 호박포크아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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