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된다는 건 내려놓고 기다려주는 일의 연속이다. 그런 의미에서 2026년 2월 딸 출산을 앞둔 은가은·박현호 부부는 준비된 예비 부모다. 2013년 발라드 가수와 아이돌로 각각 데뷔해 2020년 트로트 가수로 전향한 두 사람은 긴 무명 시간을 이겨냈다.
살아온 결이 비슷하다 보니 마음도 잘 맞는다. 두 사람은 2024년 봄 KBS 예능 ‘불후의 명곡’을 통해 처음 만나 8월 공개 열애를 시작, 이듬해 4월 결혼식을 올렸다. 엄마와 아빠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 ‘은호’라 태명을 짓고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중 한 기획사에 함께 새 둥지를 트는 겹경사도 맞았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이 행복함을 가득 담아 박현호는 최근 신곡 ‘좀 치네’를 발표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 날아갈 것만 같아’ ‘오늘날 이런 기분 난생처음 느껴봤어’. 예비 아빠가 작사·작곡한 경쾌한 노래의 가사처럼 촬영 내내 웃음이 쏟아졌다.
섬세한 연하 남편과 털털한 연상 아내

2025년 4월 12일 부부의 연을 맺은 은가은·박현호 부부. 오는 2월 딸을 출산할 예정이다.
현호 ‘좀 치네’라는 표현에 ‘잘한다’ ‘멋있다’ 이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잖아요. 결혼 후 뭔가 승승장구하는 듯해서 ‘나 좀 치네?’ 이런 느낌으로 풀어낸 곡이에요. 정말 이런 기분은 난생처음이에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막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라 뭔가 벅차서 또르르 눈물이 흘러요.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에요.
가은 연애할 때 자기는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 앞에서 벌써 몇 번 울었어요. 임신했다고 알렸을 때도 울었어요.
이 좋은 임신 소식을 6개월이 돼서야 공개적으로 알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은 일부러 숨기려 한 건 아니에요.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임신 후 병원에서 받아야 할 검사가 많더라고요. 의사 선생님이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오면 그때 주변에 알리라고 해서 마무리될 때까지 약 5개월 정도 기다렸어요. 괜히 알렸다가 혹시라도 안 좋은 소식을 전하게 될까 봐 겁이 났죠. 아이가 건강하단 걸 확인하고 방송을 통해 ‘짠’ 하고 알려드리다 보니 최종적으로 6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불후의 명곡’에서 임신 사실을 공개했는데, MC 이찬원 씨는 먼저 알고 있었다고 하던데요.
현호 찬원이에게는 방송 출연하기 몇 주 전 미리 말했어요. 찬원이가 우리 결혼식 사회를 봐줄 때부터 “둘이 아이를 낳으면 내가 돌잔치 사회를 보겠다”고 맨날 말했었거든요. 임신 소식을 전하니까 축하해주면서 돌잔치 사회는 자신이라고 하더라고요. 찬원이가 참 의리 있어요. 그래서 저도 기쁜 소식이 있으면 찬원이한테 가장 먼저 얘기해주는 편이에요.
가은 정말 고맙죠. 요즘 정말 많은 축하 인사를 받고 있어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축하와 박수, 응원을 받아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현호 조금 웃긴 게 많은 분이 보기에 제가 5세 연하이다 보니 좀 철없는 남편일 줄 알았나 봐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까 이제 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인정해주는 느낌이에요.
불러오는 배로 힘들어하는 아내를 가장답게 잘 챙겨주고 있나요.
현호 안 그래도 주변에서 아내가 임신했을 때 남편이 잘 안 하면 아내의 불만이 평생 간다고 했거든요. 감사하게도 아내는 입덧도 없었고, 임신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서 제가 편해요. 티를 안 내니까 제가 더 자주 물어보고 필요한 부분을 캐치하려고 해요.
가은 제가 원래 성격이 무덤덤한 편이에요. 남편이 엄청 섬세해서 오히려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챙겨줘요. 얼마 전에는 제가 샤워할 때 좀 오래 걸렸어요. 그랬더니 화장실용 의자를 주문해 갖다 놨더라고요. 힘들면 앉아서 씻으라고요. 알아서 척척 잘해요.
그럼 은호를 맞이할 준비도 잘하고 있나요.
가은 진짜 준비할 게 많더라고요. ‘육아는 템빨’이라고 하잖아요. 최대한 고르고 골라서 필요한 물건만 사려고 하는 데도 어찌나 좋은 아이템이 많은지 주말마다 아이 용품 보러 다니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침대를 들였어요. 보기만 해도 귀엽고 설레요.
임신 중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현호 아내가 좋은 음식만 챙겨 먹고, 필라테스도 열심히 하고, 노력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옆에서 보면 아기한테 좋은 건 다 하는 듯해요.
가은 일단 아기 건강에 신경 많이 쓰고 있고, 저를 위해선 튼살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한 13~14kg 정도 몸무게가 늘었어요. 임신 8개월 접어들면서부터는 확실히 몸이 무겁고 배안에 아기가 있다는 느낌이 확 들어요.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더라고요”
은가은 씨가 결혼 전 ‘메리지 블루’를 겪기도 했는데, 출산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은 어떤가요.가은 ‘우리가 이 생명을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이게 제일 큰 걱정이에요. 또 요즘 금쪽이들이 많잖아요.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예의 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제가 육아 공부도 열심히 하곤 있는데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현호 결혼식을 앞두고 불안감이 생기더라도 식을 올리고 나면 그 증상이 거의 사라지잖아요. 결혼식은 끝이 있는 불안함인 반면 출산은 상상 그 이상이에요. 정해진 끝이 없고 어떤 상황들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런 부분에서 오는 불안감이 있죠.
가은 엄마, 아빠는 처음이니까 걱정돼요. 태어날 아이의 성향도 모르고, 나랑 잘 맞을지 등등 지금 모르는 것 투성이예요. 하지만 둘이 함께라면 어떤 상황이 오든 헤쳐나갈 수 있겠죠?
잘 헤쳐나갈 것 같아요. 박현호 씨가 딸보단 아내가 먼저라고 한 방송을 봤어요.
현호 딸도 당연히 소중하죠. 지금은 일단 아내가 건강해야 뱃속의 딸도 건강하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아내가 1번이고요. 딸이 태어나면 정말 사랑하고 예뻐하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행복해야 딸도 행복할 테니 아내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연애부터 결혼, 임신까지 일사천리였는데 둘이 다툰 적도 있나요.
가은 있긴 한데 정말 드물어요. 둘 다 눈치가 빠른 스타일이라 상대방이 뭘 싫어하는지, 싸우고 나서는 어떻게 풀어줘야 하는지 빨리 캐치하는 편이에요. 평소에도 한 명이 좀 예민한 듯하면 눈치껏 신경 쓰일 행동은 피하고 덜 싸우려 노력해요.
현호 같은 직업이다 보니 어떤 부분이 스트레스이고 무얼 좋아할지 잘 알잖아요. 그래서 여러모로 편하죠. 간혹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같이 사는 게 더 편해요.
가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것 같아요. 신기하게 웃음 코드나 식성, 생활패턴도 비슷해요. 그래서 우리 진짜 잘 만났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이 정도 환상의 호흡이면 육아도 두렵지 않겠는데요. 육아는 어떻게 할지 정했나요.
현호 한 사람이 일을 나갔을 때 남은 사람이 아이를 돌보면 된다고 생각해 주 양육자를 나누지 않았어요. 지금도 집안일을 그렇게 하고 있고요. 가은이가 일하러 가면 제가 청소와 설거지를 해놓고, 제가 일하러 가면 가은이가 정리를 싹 해요. 그리고 제가 안 하면 가은이가 해야 하니 그냥 제가 할 수 있을 때 해버려요. 육아도 비슷하겠죠. 신생아 시기도 별로 걱정이 안 되는 게, 제가 원래 잠귀가 밝고 깊이 자질 못해요. 보기보다 예민한 스타일이에요. 잠이 부족한 상황에 대해서는 도가 터 있어요.
가은 저는 걱정이긴 해요. 잠이 많아 머리만 대면 자거든요. 제가 빨리 체력을 충전해서 남편을 도와줘야겠어요.
하긴 두 분 훌륭한 부모가 될 자질이 충분해 보여요. 무명 시절을 이겨낸 인내심과 끈기가 있잖아요.
가은 우리 부부가 살아온 길이 좀 비슷해요. 남편은 아이돌로 데뷔해 뮤지컬하고 이제 트로트로 왔고, 저도 발라드 장르 하다가 트로트로 전향했고요. 아마도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있다면 기다림이지 않을까요.
현호 둘 다 포기하지 않는 법도 잘 알아요. 무엇보다 저는 아이 자체를 인정해 줄 자신이 있어요. 아이에게 안 되는 걸 억지로 시키면 안 된다는 걸 제가 경험해봤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운동을 좋아했는데, 부모님은 제가 차분히 공부하길 바라셨어요. 과외부터 클라리넷, 피아노 등 안 해본 게 없어요. 그렇다 보니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다면 밀어주고 싶어요.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면요.
현호 무조건 시킬 거예요. 학교 다닐 때, 아빠가 배우인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가 가는 길이 저보다 수월해 보여서 항상 부러웠어요. 그래서 은호가 이 길을 걷고 싶어 한다면 제가 무수히 도전해봤기에 자신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 이름표를 앞에 붙여주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아이가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고 싶어요.
가은 설사 좌절하더라도 자기가 선택한 일인걸요. 억지로 못하게 하면 더 병이 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해줘야죠. 실패해도 다 경험이 될 거예요.
현호 실패마저도 기다리는 시간이에요. 모든 일은 다 때가 있어요. 저는 아직 저의 때가 완벽히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진득하게 노력하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온다는 걸 지금 느끼는 중이라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딸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즉흥 공연 같은 결혼 생활
‘사랑은 소리없이’를 시작으로 ‘웃자’ ‘좀 치네’까지 아내를 만난 후 발표한 곡들이에요. 다음번 곡은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될까요.현호 부모가 되면서 그동안 몰랐던 감정을 알게 되잖아요. 더 깊이 있는 음악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돼요. 많은 분이 공감하고 사랑해주는 국민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가은 그리고 앞으로 우리 부부가 아이를 낳고 기르며 느낄 감정들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최적화된 장르가 저는 트로트라고 생각해요.
현호 평소에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앞으로 어떻게 살까” “이런 노래를 부르면 어떨까” 대화를 나누다가 생각나는 멜로디가 있으면 바로 스마트폰에 녹음해요. ‘웃자’는 그렇게 15분 만에 만들었어요. 이번 ‘좀 치네’도 즉흥적으로 나왔고요. 결혼 생활이 잼(즉흥 공연) 같아요.
은가은 씨는 출산 후 무대 복귀를 언제 할 계획인가요.
가은 일단 지금 진행 중인 라디오 프로그램의 출산 휴가가 3주예요. 그 후에는 복귀해야 하니까 무대에도 빨리 설 수 있지 않을까요. 또 5월부터는 행사가 많으니 일해야죠. 워킹맘이 된 제 모습을 상상해본 적은 없는데, 다들 척척 해내잖아요. 아이 넷 낳은 김혜연 선배님도 만삭 때까지 노래하고 출산 후 한 달 뒤에 바로 행사 무대에 서셨대요. 남편도 많이 도와줄 테고, 저라고 못 할 것 없죠.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습니다(웃음).
얘기를 듣다 보니 머지않아 둘째 임신 소식도 들려올 듯한데요.
현호 연년생으로 낳아보고 싶긴 해요. 또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쇼핑도 좋아하고 카페 가는 것도 즐겨서 나중에 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저 닮은 아들은 무섭습니다. 말 안 들으면 어떡해요. 예쁜 딸이 또 와준다면 좋겠지만 뭐 아니어도 괜찮아요. 자연의 순리대로 살자는 게 우리 부부의 목표예요.
자연의 순리대로 산 2025년은 만족하나요.
현호 만족합니다. 일단 저는 2025년에 효도를 했습니다(웃음). 꿈도 이뤘고요. 지금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여건이 된다면 2026년 말쯤 부부 토크 콘서트를 열어보고 싶어요. 한 300석 소극장 규모로 해서 사랑하는 팬들도 가까이에서 뵙고 우리 부부의 듀엣 무대도 보여드리면 참 좋겠어요.
가은 1년 후 부부 콘서트 할 때쯤이면 둘째 임신 중인 거 아냐? 하하하. 우리 부부가 좀 성격이 급한 편이에요. 만나자마자 결혼 얘기가 나왔어요. 연애와 결혼, 임신 이 모든 일이 2년 안에 다 이루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그래도 돌이켜 보면 현호를 만나고 함께 걸어온 이 길이 지금까지의 제 인생 중에서 가장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이제 아이가 태어나고 완전히 다른 길이 눈앞에 펼쳐지겠죠. 한 발 한 발 잘 걸어보겠습니다.
#은가은 #박현호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출처 박현호 인스타그램 스타일리스트 구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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