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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이방원’이 왜 거기서 나와

윤혜진 객원기자

2025. 12. 31

4세대 걸 그룹 미모 3대 천왕으로 불리는 ‘장카설(장원영·카리나·설윤)’을 잇는 5세대 ‘이방원(이안·방지민·원희)’이 벌써 등장했다.

냉미녀 스타일이지만 뼛속까지 INFP라 더 매력적인 방지민(왼쪽부터), 동생 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예쁜데 성장하는 맛까지 있는 원희, 중안부가 짧은 트렌디한 고양이상의 이안.

냉미녀 스타일이지만 뼛속까지 INFP라 더 매력적인 방지민(왼쪽부터), 동생 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예쁜데 성장하는 맛까지 있는 원희, 중안부가 짧은 트렌디한 고양이상의 이안.

퀴즈를 하나 내겠다. “당신의 ‘이방원’은 누구인가요?” 그간 드라마 ‘용의 눈물’(1996~1998)의 유동근을 비롯해 ‘뿌리깊은 나무’(2011)의 백윤식, ‘정도전’(2014)의 안재모, ‘육룡이 나르샤’(2015~2016)의 유아인, ‘태종 이방원’(2021~2022)의 주상욱, 가장 최근에는 ‘원경’(2025)의 이현욱 등 다양한 배우가 태종 이방원을 연기해왔다. 나에게 이방원은 ‘뿌리깊은 나무’의 백윤식이다. ‘성균관 스캔들’을 통해 푹 빠진 배우 송중기의 차기작이 ‘뿌리깊은 나무’여서 보기 시작했다가 아들 세종 송중기와 대립하는 아버지 이방원 백윤식의 카리스마가 기억에 오래 남아서였다. 

그런데 최근 K-팝 팬들 사이에서 이따금 언급되고 있는 ‘이방원’은 배우가 아니다. 5세대 걸 그룹 하츠투하츠(이하 하투하)의 이안과 이즈나의 방지민, 아일릿의 원희 3명의 첫 글자를 따 이방원이라 부른다. 처음 이방원이란 조합이 등장한 곳은 2025년 10월 18일 방영한 tvN ‘놀라운 토요일’이다. 5세대 K-팝 보석들이란 콘셉트로 이안·방지민·원희와 보이넥스트도어 명재현까지 4명이 출연했는데, 여자 게스트 셋을 이방원으로 칭했다. 방송 출연 이후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방원 조합에 대한 얘기들이 오갔다. 

이방원은 한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강렬한 네이밍이다. 그러나 이름값을 제대로 떨치지는 못했다. ‘놀라운 토요일’ 방송 이후로 2개월 남짓 흐른 지금까지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이방원’이란 단어를 사용한 연예 기사는 12월 17일 기준 딱 5개다. 그렇다면 왜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킹덤: 레전더리 워’에 함께 출연했던 4세대 보이 그룹 스트레이키즈·더보이즈·에이티즈를 칭하는 ‘즈즈즈’나 아이브 장원영·에스파 카리나·엔믹스 설윤을 아우르는 ‘장카설’처럼 신조어 급으로 널리 통용되진 않았을까.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팬들 사이에서조차 “신선하다”는 긍정적인 반응부터 “‘장카설’이 건재한데 벌써 뒤를 잇는다는 표현은 성급하다” “각자 잘하고 있는 세 그룹을 왜 엮느냐” 등 다양한 말이 나왔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동의가 있을 때 더 붐업이 되는 법이다. 

또 각 소속사에서도 다른 그룹과 함께 언급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안이 속한 하투하는 2025년 2월 24일에 데뷔했고, 방지민이 속한 이즈나는 Mnet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I-LAND2 : N/a’를 통해 결성돼 2024년 11월 25일 정식 데뷔했다. 원희가 속한 아일릿 역시 2024년 3월 25일에 데뷔, 만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인이다. 지금은 세 그룹 다 정체성을 정립하고 코어 팬을 모으는 데 더 신경 써야 할 시기다.   

세상 예쁜 얼굴들로 홍보에 진심이라 더 매력 있었던 이방원 결성(?) 첫날.  

세상 예쁜 얼굴들로 홍보에 진심이라 더 매력 있었던 이방원 결성(?) 첫날.  

2026년 한국 넘어 세계로 더 훨훨 날 이방원

그런데 요즘 K-팝 업계를 지켜보면 이방원이 턱도 없는 조합은 또 아니다. 아이돌 그룹의 인기나 화제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연말 가요 무대와 시상식들인데, 하투하와 이즈나 그리고 아일릿은 공중파 방송 3사의 연말 가요 무대에 전부 출연하고, 스페셜 무대도 꿰찼다. 특히 스페셜 무대는 그해 데뷔한 신인이나 저연차 그룹 중에서 화제성을 가진 팀에게 주로 기회가 주어진다. 하투하와 이즈나는 지난 12월 13일과 14일 일본에서 열린 ‘2025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 인 재팬’에서 스페셜 무대를 가졌으며, 아일릿 원희는 보이넥스트도어 운학과 ‘SBS 가요대전’에서 특별 무대를 꾸몄다. 



해외에서도 세 그룹의 음악성과 매력을 알아봤다. 영국의 저명한 음악 매체 NME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최고의 K-팝 25곡’에는 세 그룹의 곡이 모두 뽑혔다. 먼저 14위에 랭크된 하투하의 ‘STYLE’은 “풋풋한 설렘을 노래하는 가사와 멤버들의 달콤한 보컬이 더해져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호평을 들었다. ‘STYLE’에서 특히 이안의 파트가 화제를 모았다.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대고 엉덩이를 튕기는 듯한 안무는 ‘이안 챌린지’라는 이름까지 생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18위에 오른 아일릿의 ‘jellyous’는 “현란한 칩튠 사운드가 돋보이는 이 곡에서 아일릿은 밝고 활기 넘치는 음악에 옛 K-팝 특유의 촌스러운 듯한 매력을 더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중독성 있는 곡을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즈나의 미니 2집 수록곡 ‘Racecar’는 23위에 올랐는데, NME는 “점차 고조되다가 신스만으로 채운 코러스에서 한 번에 폭발한다. 그리고 곡이 끝날 듯한 순간 더 풍성해진 사운드가 이어지면서 듣는 사람을 몽환적인 세계로 이끈다”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 샀다. 

한번 엮이면 끊임없이 비교되는 것도 맞고,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언급되면 더 쉽게 기억되는 것도 맞다. 이방원을 이대로 사극으로 돌려보내기엔 이안·방지민·원희의 비주얼 합이 너무나 조화롭다. 모두 ‘확신의 센터상’으로 눈에 확 들어오는 미모인데, 결이 다른 예쁨이다. 무엇보다 2026년은 그룹 차원에서도 하투하와 이즈나, 아일릿 모두에게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최근 들어 대형 신인 그룹의 경우 첫 월드 투어를 진행하기까지 1~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 월드 투어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2026년은 세 그룹이 슬슬 월드 투어를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하는 해다. 실제로 2026년 2월 데뷔 1주년을 맞는 하투하는 2월 서울 올림픽홀에서 팬 미팅을 열고, 3월에는 미국 뉴욕과 LA로 건너가 쇼케이스와 팬 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2025년 한국과 일본에서 첫 팬 콘서트를 가진 아일릿은 2026년 1월 13일 일본에서 두 번째 디지털 싱글 ‘Sunday Morning’을 발매한다. 마찬가지로 2025년 11월 한국에서 데뷔 첫 팬 콘서트를 연 이즈나는 최근 이탈리아 주간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글로벌 팬들과 1 대 1로 소통할 수 있는 ‘챗(Chat)’ 서비스도 오픈했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아이 혹은 신입 사원과 대화가 통하기 위해 즈즈즈, 뉴아르(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 장카설까지 진도를 나갔다면 이제는 이방원을 알아둘 차례다.  

#이즈나 #아일릿 #하투하 #여성동아

사진출처 하투하 이즈나 아일릿 SNS ‘놀라운 토요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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