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말 이른 여름휴가를 보낸 기자는 연차휴가의 일분일초도 허투루 소진하지 않으려 레이오버에 도전했다. 환승지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정했다. 핵심은 두 손 가볍게 동네 나들이하듯 둘러보는 것.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의 최대 도시로 화물과 여객 교통의 중심지다. 동서양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덕에 국제항공선 환승지로 최적화돼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공항으로 가는 직항 편이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가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두바이국제공항은 2018년 기준 연간 이용객 877만 명으로 전 세계 주요 국제공항 1202개 중 1위를 차지했다. 그 위상답게 두바이의 관광 난도는 쉬운 편이다. 지하철, 숙박 시설, 쇼핑센터 등 기반시설 및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여행 초보도 레이오버로 들렀다 가기 좋다.
비자, 백신, 유심 걱정 NO! 몸만 가면 해결되는 두바이

무료 유심과 호텔에서 운영하는 관광지 무료 셔틀.
레이오버로 공항 밖을 나설 계획이라면 당연히 두바이 입국심사를 거쳐야 한다. 비자니 백신접종증명서니 머리가 복잡해지겠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두바이는 대한민국 국적의 레이오버 관광객에게 백신접종증명서나 비자 등 별다른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다. 한국인이라면 아랍에미리트 입국 시 여권을 제시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0일간의 무료 관광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현지 연락을 위해 유심(USIM)을 걱정하는 여행객이 있을 수 있겠다. 환승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가 우수한 두바이답게 입국심사를 마친 여행객에겐 24시간용 1GB 용량의 무료 5G 유심을 제공(2023년 4월 기준)한다. 환승지 유심 준비를 깜박해 하루 동안 속세와 연락을 끊으려던 기자는 졸지에 5G 속도 통신을 얻었다. 말 그대로 몸만 가면 다 해결된다.
따로 환전도 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에 등록된 애플페이와 한국에서 쓰던 비자카드를 이용해 결제했다. 해외 결제 수수료가 붙긴 했지만 큰 금액은 아니라서 23시간 동안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햇살은 쨍쨍 신기술은 반짝, 사막 한복판에 첨단도시가!
입국도 했겠다, 숙소에 짐도 맡겼겠다, 이제 놀기만 하면 될 때 마침내 동이 텄다. 호텔에서는 주요 관광지로 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오전 9시 30분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대신 두바이 콜택시 앱 ‘카림(Careem)’을 이용해 시내로 이동했다. 카카오택시나 우티와 유사하다. 시내까지 9km 거리를 10분 만에 이동하고 26.5디르함(약 9630원)이 나왔으니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그렇게 오전 7시 ‘알 맘자르 비치 파크’에 도착했다.햇빛 충전, 알 맘자르 비치 파크

오전 7시에도 날이 쨍쨍하던 두바이의 해변.
이른 아침 너른 백사장엔 해변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가족 단위로 방문하거나 아침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다. 해변 공원엔 녹지도 많았다. 106만㎡ 규모의 공원엔 1600여 그루의 야자수, 300그루의 코코야자, 5만5000㎡ 이상의 잔디밭이 있다. 두바이 시민이 느끼는 ‘시원함’에 대한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날씨가 선선한 날엔 이곳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는 가족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두바이 관광청에 따르면 사전 예약 시 에어컨이 있는 오두막집도 빌릴 수 있다고.
해변가엔 작은 음식점이 여럿 있었다. 매장에선 ‘샤와르마’나 ‘사모사’ 같은 지역 음식을 판매한다. 샤와르마는 튀르키예의 케밥과 유사한 레반트 회전 구이 고기 요리이고, 사모사는 튀김만두가 떠오르는 인도·네팔 지역 튀김 음식이다. 아침부터 강행군에 배가 고팠기에 길가 벤치에 앉아 닭고기 샤와르마를 먹었다. 인도 음식점의 ‘탄두리치킨’ 향이 나는 게 맛도 모습도 어딘가 익숙했다.
압도적 존재감, 부르즈 할리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부르즈 할리파.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를 두바이 이색 경험으로 추천한다. 초속 35m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125층에 오르면 ‘두바이 마리나’ ‘팜 주메이라’ 등 유명 랜드마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앳더탑’ 입장권은 티켓 예매 전문 웹사이트 ‘클룩’에서 5만4000원(5월 16일 기준)에 판매되고 있다.
길 잃어도 좋아! 두바이 몰

실제로 보면 더 어마어마한 규모의 두바이 몰.
두바이 몰 인기 포토 스폿은 실내 분수다. 멋진 조형물에 조명이 더해진 실내 분수는 지나가는 사람 눈길을 자연스레 끌 만큼 엄청난 오라를 뽐낸다. 기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소는 지하철역과 몰을 잇는 지상 통로다. 몰에서 15분 남짓 투명 원통 통로를 따라 걸으면 레드라인 25번 ‘부르즈 할리파/두바이 몰’역을 만날 수 있다. 투명한 통로에서 바라보는 두바이의 베이지색 풍경이 인상 깊을 뿐 아니라 혈관 속을 떠다니는 적혈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현대 문명의 끝판왕을 느끼고 싶다면 뭐든지 큼직하고 반짝거리는 두바이 쇼핑몰이 딱이다.
어느덧 오후 5시가 지났다. 숙소로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1시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상대적으로 여행객이 많지 않고 공항 인력도 충분해 거의 5분 만에 모든 출국 수속이 마무리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눈을 붙이자 단 하루의 두바이 여행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환승·경유 항공권은 직항보다 저렴한 게 사실이다. 경비는 줄이고 추억은 더하고 싶은 이들에게 레이오버 여행을 추천한다.
#두바이 #레이오버 #해외여행 #여성동아
사진 이경은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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