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이 여름 더위를 이기는 정석이라지만, 땡볕 아래 땀을 쏟아내고 나면 심장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冷 요리가 그립다. 차가운 육수에 쫄깃하고 부드러운 국수를 담은 면 요리는 더위를 잊게 하는 구원투수! 그중에서도 정갈하고 깔끔한 메밀국수는 내가 사계절 즐겨 먹는 별미다. 물론 여름에 먹는 메밀 맛이 가장 매력적이다.
이른 점심시간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는 메밀 전문점 미진(02-732-1954)은 광화문에서 줄서서 먹는 음식점으로 유명하다. 최소 20~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오후 4시쯤 가면 썰물 빠지듯 사람들이 빠져나가 한가하다. 뙤약볕에 서서 한없이 기다려야 해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깊고 깔끔한 맛 때문이다. 1954년 종로 피맛골 골목에서 시작해 반 세기 동안 한결같은 맛을 낸다고 정평이 나 있다. 테이블에는 장국이 담긴 주전자와 곱게 간 무, 다진 파, 구운 김, 고추냉이가 기본으로 차려져 있다. 면발을 기다리는 동안 기호에 맞게 육수를 만들어놓으면 된다. 시원한 맛을 내는 무를 넣고 장국을 부은 다음, 파와 고추냉이를 넣어 간을 맞춘다. 2층으로 된 대나무 발 사각 그릇에 가지런하고 푸짐하게 담긴 메밀 면발을 넣고 마지막으로 김을 올려주면 준비 완료! 한 젓가락씩 휘휘 저어 먹으면 메밀 면은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 쫄깃하고 찰진 메밀 면발은 씹는 맛이 고소하고 소화도 잘된다. 가다랑어포, 다시마, 멸치, 쑥갓 등 13가지 재료를 푹 우려 맛을 낸 국물은 비리지 않고 깔끔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양이 많은 편이지만 살 찔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된다. 메밀국수 열량은 1인분에 220kcal으로, 1인분에 500kcal가 넘는 라면과 435kcal인 물냉면의 반이 채 되지 않는다. 채소를 듬뿍 올린 새콤달콤 비빔메밀과 메밀가루를 반죽해 김치와 두부, 각종 재료를 넣어 부친 강원도 별미 메밀전병도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맛뿐만이 아니다. 5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냉메밀 6천원, 메밀전병 5천원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동에 위치한 혜교(02-518-9077) 역시 내가 사랑하는 메밀 요리 전문점이다. 정통 일식 소바인 교면과 매콤한 비빔국수 홍면, 따뜻한 메밀국수 온면, 얼큰한 메밀 해물국수 진해면 등이 대표 메뉴다. 담백하면서 칼칼한 육수에 각종 채소와 해물이 더해진 진해면이 특히 인기가 많은데, 먹으면 땀을 뻘뻘 흘려 더위를 날려 보내는 이열치열 음식이다. 맷돌 기계에서 직접 면을 뽑아 사용하는 신사동 맷돌소바(02-540-4578)는 냉메밀, 온메밀, 메밀연잎밥 등을 판매하는 메밀 요리 전문점이다. 면은 메밀 80%와 100%, 소스는 가다랑어포로 만든 염도 10의 일본식과 멸치로 뽑은 염도 5의 한국식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소화도 잘되고, 비타민 B1도 풍부하며, 루틴이라는 성분이 함유돼 뇌출혈과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메밀. 올여름 무척 더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는 메밀국수로 시원하고 건강하게 이겨낼 계획이다.
홍석천씨는… 1995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 각종 시트콤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있는 방송인이자 이태원 마이타이를 비롯해 마이첼시, 마이차이나 등을 성공시킨 레스토랑 오너다. 미식가로 소문난 그는 전문적인 식견으로 맛은 물론 서비스, 인테리어, 분위기 좋은 베스트 맛집을 매달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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