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디지털 카메라는 코닥의 이지쉐어 C875,
MZ세대를 광역 저격한 Y2K 트렌드
르세라핌 사쿠라는 라이카의 C-LUX 기종을 들고 있다.
세븐틴 정한이 손에 든 제품은 니콘의 쿨픽스 S02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필름 카메라를 장만했던 이들이 만난 또 다른 장벽은 물가 인상이다. 꾸준히 감소해온 필름 카메라 인구에 맞춰 필름 생산량도 줄어든 까닭에, 급증한 수요를 맞추지 못해 가격이 껑충 뛰어버린 것. 필름 가격에 인화료까지 의외로 비싼 취미가 되어버리자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사이 SNS를 지배하는 인플루언서들의 손에 들린 아이템이 필름 카메라에서 캠코더나 디카로 바뀐 것도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하다.
실제로 빈티지 디카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빈미사’에서 Z세대가 디카를 선호하는 이유를 묻자 “어린 시절 경험했던 감성이 그리워서” “고도로 디지털화된 분위기가 지겨워서”라는 아날로그 지향적 의견이 가장 먼저 도출되기도 했다. “필름 사진을 취미로 하다가 필름 가격이 상승해서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이 생겼다”는 답변에서도 레트로를 지향하나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하는 트렌드를 짚어낼 수 있었다. 아이돌 멤버가 사용하는 아이템을 따라 구매하거나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위해 샀다는 리뷰까지, 그야말로 유행에 빠르게 반응하는 젠지다운 구매 후기도 많다.
스타의 SNS에서 찾아낸 같은 사진, 다른 감성
Z세대의 중심에 선 K-팝 아이돌이 디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정교하게 구축해나가야 하는 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촬영하고, 엄선해 올리는 #디카셀피에서도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먼저 가능한 한 작은 사이즈의 이른바 똑딱이 디카를 마련할 것. 거울이 있다면 그 앞에 서거나, 앵글을 잘 조정해 얼굴의 절반 정도를 디카로 가릴 수 있도록 설정할 것. 그러니까 얼굴의 일부를 디카의 프리뷰 액정을 통해 노출하는 것이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노이즈가 낀 듯한 저화질의 이미지를 더욱 분위기 있게 만들기 위해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디카셀피를 공개한 아이돌은 수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디카셀피의 법칙을 이상적으로 완성해낸 인물은 트와이스의 나연이다. 특히 촬영 장소를 연습실과 백스테이지로 정해 디카 사진의 지글거리는 빈티지 감성을 극대화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세계를 주름잡는 트렌드세터이자, 빈티지 카메라부터 캠코더를 거쳐 똑딱이 디카까지 레트로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블랙핑크의 제니도 빼놓을 수 없다. 운영하던 필름 카메라 계정(@lesyeuxdenini)은 업로드를 멈췄지만, 본인의 계정에 꾸준히 빈티지한 느낌의 감도 높은 이미지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블랙핑크의 리사와 지수, 에스파의 지젤, 르세라핌의 사쿠라, 아이오아이 출신 가수 겸 배우 전소미 등이 제각각 매력 넘치는 디카 사진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바 있다.
제니의 필름 카메라는 1990년대 초반에 생산된 콘탁스 T2.
현재 인기 있는 디카 모델 대부분은 오래전 단종된 것이다. 다시 말해 중고 거래가 필연적이라는 것.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디카를 검색하면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가격은 대체로 10만 원대다. 다만 뉴진스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모델이나 아이돌 인스타그램 속 제품은 구매 수요가 많아 20만~30만 원대까지 뛰어오르기도 한다. 뉴진스 ‘Ditto’에 등장한 제품은 파나소닉의 PV-DV910 미니 DV 캠코더로 알려졌는데, 구하기 힘들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그 외에도 캐논과 니콘, 루믹스의 디카가 꾸준히 인기 있는 모델로 꼽힌다. ‘빈미사’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기술적 진화도 잘 이루어낸 제품들이고, 디자인이 출중해서 소품으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산요의 ‘작티’와 JVC ‘VHS’는 영상과 사진 촬영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성비 아이템으로 알려졌지만, 디지털로 변환했을 때 화질이 크게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빈티지디카 & 빈티지연구소라는 이름의 온라인 스토어(@ruri_over_dose)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은 씨는 본인이 실사용할 디카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배운 점을 기꺼이 공유했다. “처음 입문하는 분들은 카메라의 디자인에 시선이 끌리기 쉽죠. 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도구예요.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사용하기 불편하면 손이 가지 않죠. 만약 빈티지 디카 구매를 고려하는 분이 있다면 전원장치는 배터리 대신 건전지형을, 저장 매체는 SD 타입을 추천해요. 부품이 단종됐더라도 대체 가능해야 오래 쓸 수 있거든요.”
#빈티지디카 #Y2K #여성동아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사진제공 캐논코리아 소니코리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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