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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WITH SPECIALIST 맛집 탐험가 김지영의 테이스티 맵

맛없는 키즈 카페는 가라

연희동 KIZZLY

기획·한여진 기자 | 글·김지영 | 사진·이상윤

2014. 12. 16

맛없는 키즈 카페는 가라
아이가 있어 키즈 카페에 많이 가본 편인데, 갈 때마다 느끼는 바지만 음식이 형편없다. 그냥 맛없다 수준이 아니라 못 먹을 지경인 곳도 많다. 아무래도 아이들 놀이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음식에는 신경을 덜 쓰게 되고, 단체 손님을 많이 받다 보니 음식 맛에 대해 불평을 하는 사람이 적은 탓으로 생각된다. 단체로 우르르 와서 대충 분식점 맛 내는 천편일률적인 메뉴를 먹고 나가는 손님과 애 보느라 정신없어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라면 음식에 승부수를 두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갤러리형 키즈 카페라는 뜻에서 키즐리로 이름 지은 이곳은 바닥부터 테이블, 의자, 조명까지 신경 써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벽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정혜선의 그림과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다. 알록달록하고 크기가 다양한 그림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복층으로 되어 있어 널찍하다든가, 토들러 존이 따로 있어 아이들이 놀기도, 엄마가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는 점은 제쳐 두고라도 일단 음식이 맛있다. 키즈 카페지만 엄연히 식당이니 마땅히 맛있는 음식을 내놓아야 한다. 이곳에서는 화덕에 구운 제대로 된 피자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상큼한 루콜라와 자몽이 올라간 감베리티 맛이 일품이다. 일일이 벗겨 올린 탱글탱글 살아 있는 자몽 과육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알싸한 루콜라와 뒷맛이 쓴 자몽이 만났는데도 쓰다는 느낌보다는 싱그러운 맛이 느껴진다. 다른 피자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맛보았을 테니 꼭 드셔 보시길 권한다. 이곳의 피자는 토핑 맛으로만 먹는 피자가 아니다. 도우의 담백함과 치즈 고유의 맛이 살아 있다. 키즈 카페도 이런 수준의 음식을 낼 수 있다니. 피자 외에도 파스타, 필라프, 그리고 키즈 카페에서 빠질 수 없는 떡볶이도 인기 메뉴다. 엄마와 아빠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한 메뉴 구성이 눈에 띈다. 커피 맛도 좋아서 일반 카페처럼 들러 티타임을 갖는 주부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아이 돌볼 걱정 없이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맛없는 키즈 카페는 가라
김지영

미식가라기보다는 대식가. 아침을 먹고 나오며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보도 자료에 의존한 레스토랑 소개 글에 지쳐 식당들을 직접 탐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는 못 되고 보통 아줌마가 먹어보고 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있다. 광고 대행사 TBWA KOREA에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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