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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그냥 옷이 아니라, 삶을 담는 브랜드가 되길 바라요”

아틀리에 나인·로라로라, K-패션을 이끄는 전혜진 대표

이혜진 객원기자

2025. 09. 04

아틀리에 나인의 감성, 로라로라의 유쾌함, 그리고 카페 코제트의 여유까지. 바이와이제이를 이끄는 전혜진 대표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며 새로운 K-패션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첫발을 내디딘 작은 시작이 어느새 20년 가까운 세월을 지나왔다. 이제 국내 패션 트렌드를 이끄는 굵직한 이름으로 자리한 기업, 바이와이제이. 패션 브랜드 ‘아틀리에 나인(Atelier Nain)’과 ‘로라로라(rolarola)’, F&B 브랜드 ‘코제트(KOSSETTE)’까지 3개의 브랜드를 아우르는 바이와이제이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회사를 넘어 패션과 문화,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감성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혜진 대표는 ‘패션은 곧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믿음으로 각 브랜드에 고유한 세계관을 심어왔다. ‘Take Your Time’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아틀리에 나인은 일상의 작은 행복을 아카이빙하는 컨템퍼러리 브랜드로, 전시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결합해 ‘느림의 미학’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반면 로라로라는 ‘Make All Happy’라는 메시지 아래 뮤즈 장원영과 함께 밝고 경쾌한 에너지를 전하며 MZ세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카페 코제트는 맛과 향, 그리고 공간을 통해 브랜드 감성을 풀어내며 패션을 넘어선 F&B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변화를 즐기고, 다르게 생각하며, 진심을 다하고, 한계를 넘어선다.’ 전혜진 대표가 바이와이제이를 이끌며 늘 가슴에 새겨온 철학이다. K-패션의 이름으로 더 넓은 무대를 준비하는 그녀를 만났다.

압구정로데오에 자리한 아틀리에 나인 도산 플래그십스토어.

압구정로데오에 자리한 아틀리에 나인 도산 플래그십스토어.

브랜드를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패션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늘 옷을 좋아했어요. 사람들이 옷이나 소품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큰 관심이 있었고, 저 역시 제 취향을 꺼내 보여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받는 게 즐거웠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을 완성해가는 일을 돕고 싶다’는 생각까지 뻗어나갔죠. 매일 새로운 옷을 보는 일이 즐겁기도 했고요. 자연스럽게 ‘내가 정말 입고 싶고, 쓰고 싶은 상품을 만들자’라는 마음으로 창업을 하게 됐어요. 때마침 온라인 쇼핑몰이 막 태동하던 시기라 자연스럽게 온라인에서 첫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죠. 



브랜드 이름에는 어떤 의미와 감성을 담았나요.

아틀리에 나인은 말 그대로 ‘나만의 작은 작업실’ 같은 공간이에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깐 숨 고르며 나다운 감성을 채워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로라로라는 이름처럼 자유롭게 굴러다니듯 유쾌하고 낭만적인 에너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당돌하면서도 진심이 있는 MZ세대 특유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거죠. 코제트는 프랑스어로 ‘작은 상자’라는 의미를 담은 합성어인데, 누구나 일상에서 잠시 멈춰 작은 보물 상자를 연 것처럼 기분 좋은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오감으로 감성을 체험하는 작은 여행지 같은 공간이 됐죠.

창업 당시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솔직히 응원보다는 “괜찮겠어?” 하는 우려가 많았어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게 더 불을 지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걸 시도해보기에 아직 젊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그냥 앞만 보고 달렸어요.

브랜드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고 싶어요.

히트 아이템 1~2개만으로 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늘 ‘시대와 같이 가자’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운영했어요. 아틀리에 나인 초반에는 클래식한 룩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직장 여성을 위한 의류라는 이미지가 있었죠. 그렇다고 딱딱한 정장이 아니라 모던하면서도 편하게, 게다가 가격까지 합리적으로 풀어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요즘은 또 캐주얼 트렌드가 강하다 보니 티셔츠나 데님이 압도적으로 반응이 좋아요. 그래서 사실 ‘이 제품이 브랜드를 키웠다’기보다는, 브랜드가 가진 무드와 감성 자체를 꾸준히 좋아해주신 분들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해요.

로라로라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키치하고 발랄한 무드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함께 변했어요. 초반에는 핑크빛의 귀여운 옷을 좋아하셨던 분들이 지금은 프렌치 무드 스타일을 더 사랑해주시거든요. 결국 브랜드도 시대와 함께 변하며 성장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고 아이덴티티를 놓치지는 않아요. 저는 늘 ‘우리 브랜드가 어떤 세계관과 감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돌아보고, 그걸 동시대적으로 어떻게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자기 색깔만 고집하다 보면 소비자와 멀어질 수 있고, 반대로 트렌드만 좇다 보면 금세 사라지는 브랜드가 되잖아요. 그래서 늘 유연하게 변화하려고 노력해요. 그 변화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고민하고요. 

자신의 성격이나 가치관을 브랜드에 어떻게 투영하는지 궁금합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패션을 통해 저를 표현해온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를 ‘조용한 관종’이라고 생각해요(웃음). 화려하게 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배경에 숨어 있지도 못하는 성격이에요. 옷도 그런 것 같아요. 과하게 주목받는 옷은 부담스럽고, 아무 개성이 없으면 재미가 없잖아요. 우리 옷은 입었을 때 ‘자연스럽게 세련돼 보인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이길 바라요. 그게 우리 브랜드에 제 성격이 반영된 부분 같고요. 은은하게 드러나는 멋, ‘억지스럽지 않은 나’를 브랜드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솔직히 말하면 매 순간이 쉽지 않았어요. 시작할 땐 자본도 인력도 부족했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서는 ‘이제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졌죠. 특히 성장 속도가 빠를 때는 갑자기 매장이 늘어나고 소비자가 몰리면서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더라고요. 브랜드를 운영하며 여러 차례 리브랜딩을 해야 했는데, 사실 그게 가장 큰 도전이었어요. 브랜드를 사랑해주고 응원해준 방식을 새로 뜯어고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였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들이 브랜드를 더 단단하게 만든 힘이 된 것 같아요. 

MZ세대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MZ세대는 단순히 옷을 사는 게 아니라 ‘경험’을 원하잖아요. 그래서 늘 감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요. 로라로라에서 장원영 씨를 뮤즈로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원영 씨가 가진 밝고 당당한 에너지가 브랜드 슬로건 ‘Make All Happy’와 잘 맞았거든요. 또 SNS에서도 단순히 정보를 주기보다는 그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 요소를 담으려고 해요. 그래야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아틀리에 나인은 조금 더 내면을 들여다보는 MZ세대와 공감하려 해요. ‘Take Your Time’이라는 슬로건처럼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를 제안하죠. 옷도 미니멀하면서 감성적인 무드를 담고 있어서, 바쁜 도시 속에서도 자기 균형을 지켜가려는 MZ세대에게 조용한 울림을 주려고 해요. 반대로 로라로라는 훨씬 더 직접적이고 경쾌하죠. 감정에 솔직하고 순간을 즐기는 기운과 잘 맞기 때문에 장원영 씨와 함께한 캠페인이나 유쾌한 티셔츠, SNS 콘텐츠를 통해 ‘나다워지는 경험’을 전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만들어주는 것 같고요.

프렌치 스타일 외관으로 꾸며진 로라로라 쁘띠 메종 성수.

프렌치 스타일 외관으로 꾸며진 로라로라 쁘띠 메종 성수.

플래그십스토어도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경험 공간으로 꾸몄어요.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담고 있는 콘셉트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궁금해해요. 그래서 매장을 단순히 옷을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아틀리에 나인의 한남 스토어는 4층으로 이뤄졌는데, 의류와 주얼리뿐 아니라 지하에는 카페 코제트가 자리해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브랜드 감성을 함께 경험할 수 있어요. 도산 스토어는 ‘페이디드 비앙코 가든’이라는 테마로 유럽 빌라 정원을 옮겨온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잠실점은 ‘Atelier 사색’이라는 테마로 전시형 공간을 구성했어요. 로라로라 매장도 마찬가지예요. 한남 플래그십 매장은 파리지앵 감성을 담은 아파트먼트 콘셉트로 꾸몄고, 성수동 ‘쁘띠 메종 성수’는 참여형 체험을 강조해서 ‘가챠(Gacha·랜덤 뽑기)’ 머신이나 시즌 한정 굿즈 같은 재미 요소를 더했죠. 이런 시도가 단순한 쇼핑을 넘어 ‘머물고 싶은 공간, 경험하고 싶은 브랜드’를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인 관광객들도 일부러 찾아올 만큼 반응이 좋아요. 보람 있죠. 

앞으로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요.

바이와이제이가 내년이면 벌써 창립 20주년을 맞아요. 사람으로 치면 이제 성인이 되는 셈이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한 기업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라고 생각해요. 성인이 된 만큼 책임도 커지고, 표현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잖아요. 앞으로는 그런 성숙함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해외에서의 러브 콜도 점점 늘고 있는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옷을 파는 브랜드를 넘어 ‘K-패션을 대표하는 문화 기업’이 되는 거예요. 한국 패션은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고,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어요. 단순히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사람들이 ‘저 브랜드는 내 삶의 일부야’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목표하는 바예요.

패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요. 

패션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남들 눈치 보느라 진짜 입고 싶은 옷을 못 입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사실 제일 멋진 건 자기가 좋아하는 걸 자신 있게 입는 거예요. 우리 브랜드도 그런 순간에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입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하루가 조금 더 즐거워지는 옷, 앞으로도 계속 그런 옷을 만들고 싶어요.

#아틀리에 나인 #로라로라 #장원영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바이와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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