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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역대 최고 도전이었던 캐릭터, 해보고 싶은 거 다 했어요”

‘900만’ 관객의 로맨틱 코미디 여신 임윤아

정세영 기자

2025. 08. 27

풋풋한 소녀부터 엽기적인 악마까지.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를 통해 1인 2역에 도전한 배우 임윤아를 만났다.

배우 임윤아가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이후 약 3년 만에 ‘악마가 이사왔다’로 돌아왔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지난 2019년 개봉한 재난 액션 코미디 영화 ‘엑시트’를 연출한 이상근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당시 두 사람은 ‘엑시트’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나 약 94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에 ‘악마가 이사왔다’는 한국 영화 역대 흥행을 일군 임윤아와 이상근 감독의 재회 자체만으로 개봉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감시하는 일에 휘말린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물이다. 길구는 첫눈에 반한 선지에게 남모를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얼떨결에 보호자 역할을 떠맡게 된다. 임윤아가 연기한 선지는 낮에는 프랑스 유학을 꿈꾸며 평범하게 빵집을 운영하다 밤이 되면 무시무시한 악마로 깨어나는 캐릭터다. 임윤아는 말투와 눈빛, 의상과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변신하며 선지와 악마,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지난 8월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임윤아를 만났다. 그는 “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차분한 낮 선지부터 에너지 넘치는 밤 선지까지 극명하게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걸 그룹 멤버로 출발해 연기자로 급성장한 임윤아는 주위의 칭찬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직은 걸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배들과 작업하며 배우고 느낀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 순간 진정한 연기자로 자리 잡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포스터.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포스터.

처음 영화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언론시사회가 열린 날(8월 7일) 처음 영화를 봤어요. 생각보다 더 재미있고 훈훈하더라고요.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신선하면서도 기묘한 시나리오 때문이었어요. 관객들이 제 연기의 감정선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모든 신을 집중해서 촬영하려 노력했고요. 그 의도와 분위기가 영화에 잘 묻어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1인 2역을 소화했어요. 윤아 씨에게 도전적인 작품이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극명하게 다른 캐릭터를 한 작품에서 표현해야 했으니까요. 낮 선지는 맑고 청순한 스타일에 내향형 인물처럼 보이려 차분한 목소리 톤으로 연기했어요. 반면에 밤 선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한 패션에 볼륨이 크고 빠른 템포의 말투를 설정했죠. 가장 신경 쓰였던 건 밤 선지 특유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예요. 이 소리가 조용한 낮 선지와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톤으로 웃음소리를 만들지 감독님과 함께 의논하며 맞춰나갔어요. 결과적으론 밤 선지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웃음소리가 완성된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밤 선지의 표현 수위에 대해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자칫 오버로 비칠 수도 있었으니까요.

시나리오에 적힌 만화 같은 묘사를 어느 수위까지 보여줘야 하나 걱정됐어요. 또 촬영장에 있는 많은 스태프 앞에서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신경도 쓰였고요. 그런데 막상 카메라가 돌아가니 밤 선지의 자유로운 감정이 느껴져서 더욱 신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배역에만 집중한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고요. 저는 무슨 일이든 ‘후회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임해요. 이번 촬영을 통해 ‘뭐든 열심히 하면 결국은 즐거움으로 돌아오는 구나’를 깨닫게 됐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밤 선지가 무서운 악마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상처나 외로움 때문에 자기방어적 행동의 일환으로 스스로에게 “나는 엄청 무서운 악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죠. 그런 모습에서 짠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다양한 면이 모여 선지가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된 것 같아요. 

장르 특성상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요. 

억지로 재미를 줘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자연스러운 연기에서 나오는 웃음이 진짜라고 여기거든요. 사람마다 웃음 포인트가 다르잖아요. 대부분이 캐릭터에 몰입했을 때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과 대사에서 더 크게 터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어진 대본을 가이드라인 삼아 뭐든 내추럴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한강에 뛰어들거나 케이크를 입안에 가득 넣고 씹어 먹는 장면 등 그간 보여주지 않은 연기를 펼쳤어요. 표현하기 힘들진 않았나요. 

참고로 한강 장면을 찍기 위해 제가 직접 원효대교에 뛰어들었어요. 딱 한 번의 기회라 미리 수중 촬영하는 곳에 가서 여러 번 연습했죠. 물에 뛰어드는 타이밍, 포즈, 카메라 각도 등 스태프와 합을 맞추니 힘들거나 긴장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덕분에 한 번에 OK 사인이 났고요. 극 속에서 밤 선지가 먹는 빵은 감독님이 직접 구상해서 만드신 거예요. 빵의 모양, 맛, 이름까지 모두 감독님의 머릿속에서 나온 결과물이죠. 맛보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는데, 먹어본 사람으로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웃음).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보호, 감시하는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새벽마다 악마로 깨어나는 선지(임윤아)를 보호, 감시하는 길구(안보현)의 이야기를 그렸다.

‘좀비딸’ 흥행 ‘악마가 이사왔다’가 이어받았으면

‘엑시트’에 이어 이상근 감독님과 6년 만의 재회예요. 같은 감독님과 다른 작품으로 다시 호흡을 맞추는 기분은 어땠나요. 

‘엑시트’ 때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며 디테일한 지점들에서 감탄한 부분이 많았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요. 감독님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캐치하는 점 같아요. ‘악마가 이사왔다’가 ‘엑시트’와 결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론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엑시트’는 누구나 경험해봤을 감정들을 특유의 재치로 잘 그려주셨다면, ‘악마가 이사왔다’는 각 캐릭터의 감정선을 더 짙게 표현하려고 하신 것 같아요. 그 의도가 명확하게 잘 드러나서 영화를 본 뒤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번 했었어요. 

함께 작업해본 덕분에 감독님과 통하는 부분도 많았겠네요.

이상근 감독님과는 ‘엑시트’ 때 호흡을 맞춰봐서인지 디렉팅의 의도나 표현력의 이해가 확실히 빠르고 쉬웠어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감독님과 함께했던 시절을 생각하니 표현 방법이 대충은 그려지기도 했고요. 이번 영화는 감독님과 ‘엑시트’ 때보다 소통을 더 많이 했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빨리 받아들일 수 있었죠. 저와 감독님은 데뷔 동기예요. ‘엑시트’는 감독님의 데뷔작이자 제 첫 주연작이거든요. 그렇기에 더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요. 덕분에 현장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은 윤아 씨의 어떤 점에 끌려 차기작까지 러브 콜을 보낸 걸까요.

쑥스럽지만 감독님께서 제가 이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전작을 같이해서가 아니라, 제가 선지라는 인물에 가장 적합한 배우라는 생각에 제안을 주셨다고요. 저 역시 기대되는 마음으로 흔쾌히 함께하게 됐어요. 감독님과 잘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엑시트’에 함께 출연했던 조정석 배우가 경쟁작 ‘좀비딸’로 순항 중이에요. 기분이 묘할 것 같아요. 

6년 전 같은 영화에 출연했던 조정석 배우와 올여름 극장가를 책임지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먼저 개봉한 ‘좀비딸’이 흥행에 성공해 저 역시 기뻐요.(7월 30일 개봉한 ‘좀비딸’은 손익분기점(220만 명)을 넘고, 8월 17일 기준 누적 관객수 450만 명을 돌파했다.) 그 힘을 이어받아 ‘악마가 이사왔다’도 많은 분이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해요. 개인적으론 더운 날씨에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 영화 한 편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악마가 이사왔다’를 선택하시면 더할 나위 없겠죠(웃음).

‘악마가 이사왔다’에 이어 공개를 앞둔 드라마 ‘폭군의 셰프’까지 상대역 교체라는 난관을 겪었어요. 심적으로 힘들진 않았나요.  

공교롭게도 상대 배우 이슈가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내 할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고요. 두 작품 모두 제가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져서인지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한 것 같아요. 또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된 배우들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커요. 

10대에 데뷔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어요. 스스로 변화했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30대에 이르니 “어른이 되는 건 참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웃음). 소녀시대 혹은 배우가 아닌 인간 윤아로서 무얼 좋아하는지 들여다보는 시간도 자주 갖게 됐고요. 그간 활동하며 보여드린 모습 중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에 대해 가끔 생각하게 돼요. 이런 고민하는 자체가 성숙해지는 과정이겠죠(웃음)?

도전하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요.

새로운 분위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코미디 장르를 많이 해서 임윤아라는 모습과 색깔에 한계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장르를 제한하거나 특정한 역할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에요. 악역, 어두운 인물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면 뭐든 도전하고 싶어요. 

18년 동안 바른 이미지를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요. 

저는 큰 목표를 세우지 않아요. 눈앞에 놓인 상황에 집중해 처리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스타일이죠. 그렇게 지냈던 시간이 지금까지 잘 쌓여온 것 같아요. 저는 그저 나답게 원하는 길을 갔을 뿐이에요. 많은 분이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죠. 앞으로도 이 모습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할게요. 

소녀시대 데뷔 20주년에는 완전체의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티파니 언니 생일(8월 1일)이 소녀시대 데뷔일(8월 5일)과 비슷해서 매해 8월 초쯤에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요. 이번에 만나서 데뷔 20주년에 무엇을 할까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 지은 건 없어요. 저희가 이제 나이가 있어서(웃음) 만나면 결혼 이야기를 하는데, 모두 결혼 생각은 있지만 시기에 대한 계획은 없는 것 같아요. 멤버들을 만나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것 같아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근황 토크만 해도 몇 시간은 흐르거든요(웃음).

#임윤아 #윤아 #악마가이사왔다 #여성동아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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