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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는 왜 토마토 백을 만들었을까?

오한별 객원기자

2025. 09. 03

식문화를 마케팅의 핵심 언어로 삼고 있는 시대. 이제 음식은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각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거듭나고 있다.

자크뮈스 @jacquemus

자크뮈스 @jacquemus

디지털 환경 속에서 무수히 많은 이미지가 쏟아지는 요즘, 소비자의 손을 멈추게 하는 건 단순히 예쁜 비주얼이 아니다. 음식 이미지는 풍미는 물론 식감, 온도, 시각적 즐거움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뇌의 감각 회로를 전방위로 자극한다. 이를 오감을 자극하는 ‘멀티센서리 익스피어리언스(multisensory experience·다중 감각 경험)’라고 부르는데, 특히 오프라인 체험이 어려운 이커머스 브랜드에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제품을 직접 만지거나 사용해볼 순 없어도 음식 이미지를 통해 ‘이 제품이 어떤 느낌일지’를 직관적으로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콜릿, 꿀, 도넛처럼 친숙한 음식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해 행복감과 포근한 기분까지 함께 전한다. 

음식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소비 심리에도 작용한다. 디저트와 함께 제시된 립글로스는 ‘2만 원짜리 화장품’이 아니라 ‘라테 한두 잔 값’ 정도로 인식되기 쉽다. 또 감각적인 느낌의 제품명까지 더해지면 브랜드와 제품을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친근한 이미지도 더해진다. 브랜드는 결국 음식을 통해 경험을 설계하고, 감정을 움직이며,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소비자와 연결되는 것이다.

감각적인 푸드 비주얼로 캠페인을 선보인 자크뮈스.

감각적인 푸드 비주얼로 캠페인을 선보인 자크뮈스.

사고 싶은 욕망과 연결되는 먹고 싶은 이미지 

스킴스 @skims

스킴스 @skims

음식을 단순히 예쁘게 곁들이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의 세계관 곳곳에 녹여낸 브랜드도 있다. 킴 카다시안이 이끄는 속옷 브랜드 스킴스(SKIMS)는 최근 미국 LA에 새 매장을 열면서 매장 내부가 아닌 바로 옆에 자리한 레스토랑 멜스 드라이브인(Mel’s Drive-in)과 손잡고 특별한 브런치를 선보였다. 팬케이크 위에 슈거 파우더로 새긴 SKIMS 알파벳, 대표 컬러인 브라운 베이지 톤의 밀크셰이크, 햄버거와 프라이까지 기존 멜스의 메뉴에 스킴스 로고를 입힌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심지어 모든 메뉴가 고칼로리라는 점도 스킴스의 유쾌한 메시지를 암시한다. 보정속옷 ‘스킴스’가 있으니 걱정 말고 마음껏 즐겨도 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자크뮈스는 늘 익숙한 사물을 뒤틀고, 평범한 오브제를 특별한 감각으로 되살려 ‘패션계의 장난꾸러기’로 불린다. 최근 공개된 ‘GOING BANANAS FOR JON’ 캠페인에서는 미국 HBO 시리즈 ‘화이트 로터스’로 잘 알려진 배우 존 그리스가 등장해 바나나 셰이크를 마시고, 골프 선수가 되고, 우주복을 입고, 헬스 트레이너로 변신한다. 각기 다른 설정 속에서 바나나 소품이 중심에 등장하며, 자크뮈스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능청스럽게 펼쳐진다. 

로에베는 일상의 농담마저 예술로 완성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X(옛 트위터) 유저가 올린 독특한 생김새의 토마토 사진에 “이거, 설명은 안 되는데 왠지 로에베 같다”는 멘트를 덧붙였고, 이 짧은 트윗은 순식간에 퍼지며 ‘로에베 토마토’ 밈을 낳았다. 그리고 이 유쾌한 상상은 결국 현실이 됐다. 로에베 디자인팀이 해당 밈에서 영감을 받아 부드러운 나파 가죽에 골드 애너그램을 더한 ‘토마토 클러치 백’을 제작한 것. 출시 직후 이 가방은 원 트윗 작성자에게 선물로 전달되며 훈훈한 뒷이야기까지 남겼다. 



로드 @rhode

로드 @rhode

‘레몬티니’ 립밤 출시 기념으로 캔음료를 선보인 로드.

‘레몬티니’ 립밤 출시 기념으로 캔음료를 선보인 로드.

헤일리 비버가 이끄는 스킨케어 브랜드 로드(Rhode)는 ‘먹고 싶은 피부’라는 감각을 누구보다 영리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드의 광고에는 기능 설명이 없어도 괜찮다. ‘파인애플 리프레시’ ‘배리어 버터’ 등 제품명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빛나는 피부를 도넛에 비유한 ‘글레이즈드’ 시리즈는 로드를 상징하는 대표 라인업이다. 출시 당시 크리스피 크림의 ‘글레이즈드 도넛’을 활용한 캠페인은 제품의 텍스처와 결과를 직관적으로 떠올리게 만들었고, 단번에 브랜드의 비주얼 언어를 각인시켰다. 최근에는 ‘레몬티니(Lemonade+Martini)’ 립밤 론칭과 함께 이를 그대로 딴 노란색 캔 음료를 출시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이 아닌 기억에 남을 무언가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푸드 마케팅은 이 원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 전략이다. 음식이라는 익숙한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은 감정을 느끼고, 연결되며, 기억하게 된다. 그 감각의 잔상은 오래도록 남아 브랜드를 더 깊고 유쾌하게 각인시킨다. 결국 우리는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에 끌리게 되어 있다.

로에베 @loewe

로에베 @loewe

#푸드코어 #푸드마케팅 #스킴스 #여성동아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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