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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ESG 투자 A to Z

글 정다솜 서스틴베스트 선임 애널리스트

2022. 04. 07

세계 투자자들이 ESG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참고할 만한 지침서를 준비했다.

2022년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전남 광주 건물 외벽 붕괴 사태 이후 주가는 3월 15일 기준 36% 넘게 빠졌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건 또한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현재 거래정지 상태다. 이 두 사건은 대표적인 ‘ESG 리스크’ 관리 실패 사례다. ESG를 고려하지 않고 두 종목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이로 인해 큰 손실을 입게 됐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ESG는 각각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각 영역 아래 다양한 이슈가 있으며, 여러 이슈에서의 성과를 종합해 기업의 ESG 성과를 평가하게 된다. ESG 성과가 좋은 종목에 투자할 경우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ESG 경영으로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곳은 미국 의류 회사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보호하는 유기농 소재와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튼튼한 의류를 생산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자 한다. 최근에는 어떤 의류 제품이든 무상으로 수선해주는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심지어 매출의 1%를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이렇게 소비를 권장하지 않으면서 이윤을 기부까지 하면 회사 수익이 나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코리아는 2017년부터 3년간 연평균 35%의 성장률을 보였다.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자를 열렬한 지지층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며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앞으로 더욱 강화될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비용 측면에서도 좋은 투자처로 인식된다.

요즘 소비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민감하다. 여기에 가속화하는 기후 위기는 기업에게 더 많은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앞으로 ESG 성과를 관리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내 시장에서 어떻게 ‘ESG 모범생’을 찾아내 ESG 투자를 시작할 수 있을까.

모범생 찾기부터 재무 통합 모델까지

ESG 투자의 시작은 ESG 성과가 좋은 모범생 종목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글로벌 주요 투자회사들은 세계 최대 ESG 평가기관인 MSCI 자료를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서스틴베스트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기업의 ESG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두 회사 홈페이지에서 높은 ESG 등급을 받은 종목 중 관심 가는 회사를 찾아보자. 서스틴베스트 평가 등급은 7단계(AA, A, BB, B, C, D, E)로 BB 등급 이상에 대해 투자를 권고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또한 7단계(S, A+, A, B+, B, C, D) 구조를 갖고 있으며 B+ 등급부터 보통 대비 양호한 성과를 낸다고 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년 ESG 우수 기업을 발표하니 이 결과를 눈여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ESG 성과가 우수한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방법을 ‘포지티브 스크리닝(positive screening)’이라고 한다.



반대 방법도 있다. 현재 내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ESG 성과가 낮은 종목을 찾아 제외하는 것이다. 이를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이라고 하는데, 최근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석유 관련 기업을 네거티브 스크리닝 대상으로 삼고 있다. ESG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은 리스크 관리 부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거나 법 위반이 적발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종목을 미리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면 급작스러운 수익률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ESG 투자 방식으로 ‘ESG 테마 투자(thematic investing)’도 있다. 특히 친환경 테마 투자가 인기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종목에 투자하거나, 같은 업종 내에서 탄소배출권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친환경 종목으로는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꼽힌다. 다만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 하더라도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많이 발생하거나 사업장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면 ESG 리스크가 높아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친환경 종목=ESG 성과가 우수한 종목’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투자 방식은 ‘ESG 통합(integration) 전략’이다. 재무 성과와 ESG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의미에서 ‘통합’ 전략이라고 한다. 이 방식은 보통 투자에서 고려하는 매출액 성장률, 부채비율 등의 재무 성과와 ESG 성과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을 산정할 때 ESG 관련 비용을 계산해 ESG가 반영된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살펴보는 것 등이 가능하다. 통합 전략은 필요한 정보의 양이 많고 분석에도 전문성이 필요해 개인투자자가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할 동반자 펀드 찾기

통합 전략이 아니더라도 투자자가 관심 종목의 ESG 성과 등을 일일이 살펴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쉽게 ESG 투자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ESG 펀드’가 적합하다. 2021년 말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된 ESG 펀드는 총 114개. 종류가 많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ESG 펀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ESG 투자를 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바로 ‘ESG 워싱’이다. ESG 워싱은 ESG 성과를 과대·허위 포장해 소비자 및 투자자를 기만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ESG가 인기를 끌면서 가짜 ESG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아직 적절한 규제 기준이 없으니 ESG 투자를 할 때는 회사 또는 해당 상품이 강조하는 ESG 성과가 사실인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늬만 화려한 ESG 상품에 속지 않도록 외부 기관의 평가 결과나 인증 등을 살펴보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ESG 투자를 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장기투자’다. ESG 투자는 기본적으로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성장이 느릴 수도 있고, 특정 시기 수익률이 안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드러나듯 ESG 성과가 좋은 기업은 오랜 기간 두고 보면 다른 기업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인다. 노동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성 다양성 및 성 형평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고, 횡령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단단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를 결정해놓고 겨우 1년 수익률이 안 좋다는 이유로 이를 철회한다면 그것은 ESG 투자가 아니다.

ESG 투자는 나와 함께 미래를 살아갈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며, 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ESG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앞으로 5년,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 ESG 리스크를 잘 관리하고 있는 동반자 기업, 동반자 펀드를 찾아 오랫동안 함께할 계획을 세우길 추천한다.

#ESG투자 #ESG펀드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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