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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폭풍 다이어트에 정치국 상무위가 나선 까닭

글 오홍석 기자

2022. 02. 0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홀쭉해진 모습이 화제다. 그가 공식 석상에 나타날 때마다 반복돼온 건강이상설. 이번에는 진짜일까?

북한 이슈 보도에 빠지지 않는 주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다. 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국가이다 보니 김 위원장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면 어김없이 그의 신상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최근에는 갑자기 줄어든 몸무게가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17일 김 위원장은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를 맞아 열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다. 아버지 제사인 만큼 검은색 가죽 코트 차림이었다. 그의 침통해하는 듯한 표정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되자 깊게 팬 팔자 주름에 이목이 쏠렸다. 김 위원장은 1984년 1월생으로 이제 38세다. 그러나 얼굴 하관에 이미 주름이 뚜렷이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일부 외신은 이를 급격한 노쇠화의 조짐으로 분석하며 김 위원장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쏟아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2월 29일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 모습을 공개한 뒤 건강이상설은 더욱 확산했다. 김 위원장 목둘레가 줄어들어 셔츠 목 부분에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남은 모습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과거 그가 셔츠를 입은 모습을 보면 항상 목 부분이 꽉 들어차 있었다. 같은 행사에서는 김 위원장 목 뒤에 의료용 테이프를 붙였다 뗀 흔적도 포착됐다. 일각에서는 달라진 외모와 시술 흔적 등을 근거로 ‘김정은 대역설’까지 제기했다. 정말 김 위원장 신변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일까.


노동당 중앙위원회까지 참여한 김정은 다이어트 프로젝트

결론부터 말하면 김 위원장의 체중 감량은 의도적인 다이어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소식에 밝은 외교안보부처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정은은 아파서 살이 빠진 게 아니다. 체계적으로 살을 뺐다. 부인 리설주와 동생 김여정이 전부터 김정은에게 체중을 좀 줄이라고 한 것으로 안다. 여러 번 말해도 듣지 않으니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까지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위원회 전문가와 의료진이 참여해 체계적인 다이어트 계획을 세운 끝에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고 들었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는 김정은 와이셔츠 목 부분이 헐렁해진 사실만 주로 보도됐는데, 당시 공개된 화면을 보면 손목에서 시계가 돌아가는 모습도 보인다”며 “그만큼 살을 많이 뺐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가정보원(국정원)도 김 위원장 신상에 이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은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한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보면 일각에서 제기된 김정은 대역설은 근거가 없다”며 “김 위원장은 체중을 20㎏가량 감량했고, 건강에는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들 또한 체중 감량이 건강이상설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다. 오상우 동국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급격하게 살을 빼다 보면 피부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일시적으로 팔자 주름이 깊게 파여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목 뒤 테이프와 다이어트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며 “사진으로 보면 지방종 제거 같은 시술을 받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임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보통 체중을 10% 이상 감량하면 눈에 띄게 살이 빠져 보인다”며 “김 위원장이 140kg으로 알려졌던 기존 체중에서 최소 14kg은 감량한 것으로 추정되니 겉으로 보이는 변화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날 현장 기온이 영하 20도였던 것으로 안다”며 “추운 날 아버지 추모식에 참석해 침울한 표정을 짓다 보니 팔자 주름이 더 부각됐을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심장질환 가족력, 혈당·혈압 지표 악화 영향 미쳤을 것

김 위원장은 2011년 집권한 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닮은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체중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2020년 11월 국회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신장이 170cm 전후로 추정되는 김 위원장 몸무게는 2012년 90kg 수준에서 2020년 140kg대로 늘었다. 이처럼 빠른 체중 증가 배경에 김 위원장의 나쁜 생활 습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정원은 2016년 국회에 “김정은은 폭음과 폭식 습관이 있어 성인병 발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김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 시절 맛본 에멘탈 치즈를 너무 좋아하며 그것이 과체중의 원인이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김 위원장이 큰 폭으로 살을 뺀 이유는 심장질환 가족력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1994년,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모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오상우 교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아직 30대이긴 하지만 비만 정도를 볼 때 혈당, 혈압 등이 동시에 나빠졌을 개연성이 있다. 그 상태에서 나이가 들면 건강상 위험이 더 커지니, 심장질환 등 가족력을 고려해 체중 감량을 시작했을 수 있다.”

그럼 김 위원장은 어떤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했을까. 임수 교수는 “단기간에 빠르게 체중을 감량한 것을 보면 식욕억제제 같은 약을 처방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몸무게는 세계인의 관심사?

지난해 12월 21일 독일 통계분석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21년 세계인이 가장 많이 검색한 정치인 순위를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월평균 190만 회의 검색 횟수를 기록해 3위에 올랐다. 1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월 700만 회), 2위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월 200만 회)였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2개월간 세계 네티즌이 김정은 위원장을 검색하며 같이 찾은 연관검색어는 ‘체중 감량(weight loss)’과 ‘웃음(laughter)’이었다. 김 위원장 다이어트에 관한 세계인의 관심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웃음이 순위권에 오른 이유는 김 위원장이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밈(meme·인터넷에 유행하는 사진)으로 자주 쓰이는 영향으로 보인다. 정대진 센터장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안위는 수많은 사람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건강이상설은 계속 제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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