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청조가 누군가와 나눈 카톡내용.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제목은 일본 작가 요시노 겐자부로의 청소년 소설에서 빌려온 것이다. 의문형으로 적힌 이 제목은 사실 영화 제목으로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다. 영화보다는 인생론이나 자기 계발 강의와 어울린다. 요시노 겐자부로의 원작은 1937년에 출간된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다. 한창 일본이 군부를 중심으로 파시즘에 물들기 시작한 시기에 나왔다. 인생론이니만큼 아이(코페르)와 외삼촌의 인생 상담이 담겨 있다. 당시 이 책은 금서로 지정되었다. 전쟁을 반대하는 부분 때문이다. 하야오는 어릴 적 어머니의 추천으로 이 책을 접했고, 이는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반전(反戰)에 영향을 주었다. 그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이 책을 영화화한 것은 의미심장하지만, 살펴보면 제목만 같고 내용은 전혀 다르다. 제목만 빌린 것이 신의 한 수다.
전청조가 맛집이라고 부른 곳의 리뷰에는 그의 말투를 흉내낸 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실 이 놀이는 낯설지 않다. 어떤 단어나 문장, 심지어 노래의 뉘앙스만 공유하는 일도 흔하다. 특정 뉘앙스가 형성되는 규칙이 생기면 어떤 웃긴 장난도 허용된다. “그대들 ~것인가” 인터넷 밈이 유행할 즈음에 또 다른 밈이 화제가 됐다. 최근 황당한 혼인빙자사기로 화제가 된 전청조의 말투를 흉내 낸 밈이다. 자산이 51조 원에 달하는 재벌 3세라고 상대를 속여야 하는 만큼 그녀는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교포 말투를 썼다. 전청조가 누군가와 나눈 카톡이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네티즌은 그 말투를 따라 했다. 전청조가 한 말 중 “I am 신뢰에요”는 문법상 말이 되지 않는다. 네티즌은 물론 광고 등에서도 “I am ~”를 따라 하면서 그 파급력이 커졌다. 네티즌에 의해 ‘무한도전’과 합쳐지기도 하고, 전청조가 맛집이라고 부른 곳에 가서 전청조 문체로 후기를 남기기까지 한다. 이 두 인터넷 밈이 동시에 유행한 것은 왜인지 의미심장하다.
광고까지 확산된 전청조의 밈.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인간이 두려워하는 일 중의 하나다. 잘못된 것을 교정하든, 서로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든 웃음은 우리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끈다. 두 인터넷 밈의 가치는 거기에 있는 듯하다.
#전청조 #그대들은어떻게살것인가 #미야자키하야오 #여성동아
디자인 강부경 사진제공 한국일보 JT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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