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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거실 공간 분리로 두 배 넓어진 아파트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4. 11. 20

조현범·윤주현 부부는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판교 금토산 아래 첫 ‘내 집’을 마련했다. 벽을 허물고 창을 넓히는 정도의 변화를 넘어 공간 자체를 바꾸는 과감한 리모델링을 시도한 부부의 집은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표본이다.

탁 트인 LDK형 거실. 아이보리 컬러의 레놀릿 필름, 원목 등 따뜻한 색감을 활용해 넓지만 아늑한 느낌이다.

탁 트인 LDK형 거실. 아이보리 컬러의 레놀릿 필름, 원목 등 따뜻한 색감을 활용해 넓지만 아늑한 느낌이다.

결혼 5년 차에 접어든 조현범·윤주현 부부는 올해 초 세 번째 신혼집을 꾸렸다. 판교 금토산 아래 위치한 126m²(약 38평) 규모의 아파트로, 빼곡히 들어찬 울창한 나무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사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부부가 내 집 마련에 욕심이 생긴 건 올해 초, 임신 소식을 접하고 부부는 지금이 ‘첫 내 집’을 준비하기에 적기라고 생각했다고. “결혼 후 첫 번째 신혼집이 판교였어요. 동네가 조용하고 주변 환경이 만족스러워 저희 부부에게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던 곳이죠. 분당으로 이사한 후 아이가 생긴 걸 알았는데, ‘이제 집을 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기 좋았던 판교를 중심으로 남편과 발품을 꽤 팔아 이 집을 만나게 됐어요.”

대나무가 맞이하는 현관. 집의 첫인상을 만드는 데코 공간으로, 시즌에 맞춰 다양한 아이템으로 변화를 줄 예정이다.

대나무가 맞이하는 현관. 집의 첫인상을 만드는 데코 공간으로, 시즌에 맞춰 다양한 아이템으로 변화를 줄 예정이다.

조현범·윤주현 부부 집의 하이라이트는 38평 아파트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개방감이다. 현관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긴 복도를 지나자마자 거실 창 너머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숲 뷰’을 보고 있으면 60평 이상의 아파트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일으킨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남편과 집을 보러 다녔어요. 집의 위치와 구조, 평수, 연식, 단지 분위기 등 기본적인 스펙 위주로 집을 살폈는데 이것 외에 또 하나 체크한 것이 있었어요. 리모델링할 때 구조 변경이 어디까지 가능한가였죠. 구조 변경을 염두에 두고 집을 매수했는데 허물 수 없는 내력벽이 있어 계획이 틀어져버리면 곤란하잖아요.”

‌우리나라 대부분 아파트는 기둥 없이 내력벽으로 천장을 받치는 벽식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내력벽은 철거할 수 없기에 자유롭게 공간을 구성하고 활용하는 데 장애물이 되기 쉽다. 이에 조현범·윤주현 부부는 구조 변경이 비교적 자유로운 내력기둥 구조의 집을 최종 선택했다. “저희는 집을 구할 때부터 시공업체의 도움을 받았어요. 살고 싶은 집 최종 리스트에 든 2~3곳의 도면을 디자이너에게 보여주고, 철거가 불가능한 벽면 등 구조 변경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한 후 원하는 레이아웃으로 변신이 가능한 집을 선택했어요. 숲 뷰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이 집도 구조 변경에 제약이 많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지 몰라요.”

과감한 구조 변경으로 완성한 그림 같은 거실

커튼을 치는 순간 호텔 라운지로 바뀌는 훌륭한 뷰의 다이닝 룸.

커튼을 치는 순간 호텔 라운지로 바뀌는 훌륭한 뷰의 다이닝 룸.

조현범·윤주현 부부 집의 백미는 126m² 공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 트인 LDK형 거실(리빙룸과 다이닝 룸,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구조)이다. 같은 평수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거실의 개방감은 단순한 구조 변경을 넘어선 공간 치환(공간의 위치를 바꾸는 것) 작업이 있었기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현재 다이닝 룸과 주방 자리가 원래는 침실이었어요. 거실과 침실 모두 숲을 향하고 있거든요. 사이 벽을 없애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숲 뷰가 더 극대화될 것 같더라고요. 시각적으로도 시원해질 것 같고 말이죠.” 부부가 머릿속에 그린 거실의 모습을 구현해내기 위해 시도한 것이 ‘공간 치환’이다. 쉽게 말해 주방과 침실의 위치를 완전히 바꾼 것. 그 결과 침실 자리에는 주방과 다이닝 룸이, 거실 맞은편에 위치하던 주방엔 침실과 드레스 룸, 부부 욕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아일랜드 조리대는 앞면을 모두 서랍으로 제작해 수납력을 높였다.

아일랜드 조리대는 앞면을 모두 서랍으로 제작해 수납력을 높였다.

LDK형 거실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아일랜드 조리대다. 상판 기준 가로세로 4400×1100mm 크기로, 일반적인 아일랜드 조리대보다 대폭 크기를 키웠고 키가 큰 부부를 위해 높이도 높였다. “거실과 주방 인테리어의 핵심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창밖 뷰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것이었어요. 이런 이유에서 아일랜드 조리대도 창을 바라보게 대면형으로 설치했죠. 아일랜드 조리대를 유독 크게 제작한 것은 자칫 휑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중심을 잡아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기둥 때문이기도 해요. 이 집은 내력 기둥 설계로 지어진 집이라 철거한 벽 옆으로 꽤 두꺼운 기둥이 자리하고 있었거든요. 기둥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도록 벽과 비슷한 규모로 제작한 아일랜드 조리대를 벽과 이어진 하나의 구조물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죠.” 시공을 맡은 벤디자인 김민정 실장의 말이다.

실용성을 높인 공간의 재구성

거실의 창밖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다면 이젠 침실 차례다. 침실은 주방과 보조 주방 그리고 다이닝 공간이 있었던 곳으로, 이 중 다이닝 공간은 침실로, ‘ㄱ’ 자 주방이 자리하던 곳은 화장대와 붙박이장으로, 보조 주방이었던 곳은 드레스 룸으로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결혼 후 세 번째 집이라 원하는 바가 확실했어요. 첫째, 아이보리나 베이지 계열의 따뜻한 색감을 주조색으로 할 것. 둘째, 수납공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것. 셋째, 침실에는 침대 양쪽에 간접 조명을 달아 생활의 편의를 더할 것 등이었죠. 옷의 양이 적지 않아서 3개의 방 외에 별도의 드레스 룸도 요청드렸고요.

침실은 바라던 것들이 응축된 공간이라서 그런지 저희 부부가 가장 만족해하는 곳 중 하나예요.” 미니멀한 침실의 관전 포인트는 침대 헤드 뒤 벽면. 철거할 수 없는 기둥 사이 비어 있는 공간을 선반과 패턴이 강한 세라믹 타일로 디자인했는데, 실용성은 물론이고 보기에도 아름답다. 공간 치환을 통해 만들어진 세탁실과 드레스 룸 사이의 동선도 신박하다.

보조 주방이었던 드레스 룸 옆 공간을 이전과 같이 그대로 세탁실로 둔 덕분에 탈의와 세탁, 건조 후 드레스 룸에서의 보관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져 집안일의 효율이 확 높아졌다고. 올가을, 해인이가 태어나며 비로소 완전체가 된 조현범·윤주현 부부. 새집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예쁜 딸, 고양이들과 함께 언제나 숲처럼 푸른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아파트리모델링 #아파트구조변경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허완(HW studio) 설계·시공 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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