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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washing

‘I AM NOT PLASTIC’이라는 거짓말

글 오홍석 기자

2022. 04. 10

플라스틱만큼 편리하면서도 환경친화적이라는 “I AM NOT PLASTIC” 제품들. 당신은 그들의 마케팅에 속고 있을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 매니저 A 씨는 최근 대표를 설득해 매장에서 사용하는 빨대를 ‘I AM NOT PLASTIC’이라고 적힌 PLA 빨대로 바꿨다.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가격이 두 배 넘게 비싸지만 환경을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PLA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식물성 전분으로 만든 것.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달리 자연환경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생분해 플라스틱’ 또는 ‘친환경 플라스틱’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요즘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PLA는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여겨진다.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소재 제품을 PLA로 교체할 정도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 상당수는 PLA가 결코 환경친화적이지 않다고 강조한다.

왜 그럴까. PLA 판매업체들은 PLA가 ‘특정 조건’에서 6개월~1년 사이에 분해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201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과학산업연구심의회가 실험한 결과 미생물이 살아 있는 68~70도 환경에 PLA를 두자 200일 만에 완전히 분해됐다. 반면 온도 조절 없이 일반 토양에 PLA를 매립한 뒤 관찰했을 때는 200일 경과 후 분해율이 채 10%도 되지 않았다. PLA 제조사가 말하는 ‘특정 조건’을 자연 환경에서 맞추기 쉽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우리나라 환경부는 PLA를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도록 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로 배출하는 쓰레기는 대부분 소각장으로 가는 게 현실이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52.7%가 소각되고 28.9%만 매립됐다.

X축은 실험 기간, Y축은 생분해율. 68~70도 환경에서는 PLA(파란색 네모)가 200일 만에 완전히 분해됐다

X축은 실험 기간, Y축은 생분해율. 68~70도 환경에서는 PLA(파란색 네모)가 200일 만에 완전히 분해됐다

반면 일반 토양에 PLA를 매립한 뒤 관찰했을 때는 200일째 분해율이 채 10%도 되지 않았다.

반면 일반 토양에 PLA를 매립한 뒤 관찰했을 때는 200일째 분해율이 채 10%도 되지 않았다.

비싼 가격에 PLA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해당 물건을 사용하고 버려도 토양에서 ‘생분해’돼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대부분 소각돼 탄소를 발생시킨다. 일부 땅에 묻히는 것도 한국 환경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어렵다.



환경부는 이런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올 1월부터 PLA를 포함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친환경’ 인증 부여를 중단한 상태다. 기존 인증의 유효기간은 2024년 말까지다. PLA를 분리 배출할 별도 시설을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홍수열 자연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의 설명이다.

“PLA를 비롯한 생분해 플라스틱 처리 시설을 만든다 해도 생산 및 분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친환경적인 선택은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IAMNOTPLASTIC #PLA #그린워싱 #여성동아

사진 오홍석 기자 
그래프출처 JOURNAL OF RENEWABLE MATERI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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