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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단추·구김·셔츠칼라… 작지만 강력한 마이크로 디테일의 힘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6. 03. 26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이번 시즌 컬렉션이 그렇다. 칼라의 높이나 단추 위치의 변화처럼,
언뜻 지나치기 쉬운 마이크로 디테일이 올봄 스타일의 방향을 좌우한다.

SHIRT COLLAR SHIFT

올 시즌 셔츠 칼라는 요란한 변화 대신 미묘한 변주를 택했다. 길이를 늘이고, 각도를 틀고, 네크라인을 느슨하게 풀어내는 식으로 익숙한 셔츠의 균형을 조금씩 비튼 것이다. 작은 차이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커먼스웨덴은 길게 뻗은 셔츠 칼라를 미니멀한 슈트와 매치해 긴장감을 더했다. 반대로 지방시는 네크라인을 한 뼘쯤 낮춘 듯한 느슨한 셔츠로 보다 여유로운 오피스 룩을 제안했다. 좀 더 장난기 있는 접근도 이어졌다. 바움운드 페르드가르텐은 단정한 재킷과 쇼츠 차림에 셔츠 칼라 한쪽이 밖으로 삐져나오도록 연출해 균형을 흐트러뜨렸고, 셀린은 하이넥 셔츠의 중앙을 양 갈래로 접어 내린 듯한 칼라 형태로 예상치 못한 변주를 보였다. 마치 종이접기라도 하는 듯 셔츠 칼라의 흥미로운 변주가 이번 시즌 컬렉션을 가득 메웠다.

CUTTING LINE

절개선은 옷의 실루엣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선 하나만 달라져도 실루엣은 확연히 바뀐다. 베이식한 룩이 단숨에 힘 있는 스타일로 돌아서는, 작지만 강력한 디테일 효과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도 디자이너들은 이 단순한 선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정통 테일러링을 선보인 빅토리아베컴이 좋은 예. 여유로운 모노톤 슈트들 사이에서 시선을 붙잡은 건 재킷 칼라 사이사이에 더해진 절개선이었다. 느슨한 실루엣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미하며 슈트의 인상을 한층 또렷하게 만들었다. 지암바티스타발리는 팬츠 전면을 V 자로 커팅하고 핀턱을 넣어 걸음마다 스커트를 연상시키는 풍성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그런가 하면 카르벤은 옆면 절개선에 패널을 이어 붙인 달항아리 같은 입체적인 형태의 드레스를 빚어냈다. 질샌더의 접근은 더욱 간결하다. 담백한 톱과 스커트 차림에 얇게 그은 사선 커팅을 추가해 정적인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었다.



BUTTON PLAY

재킷의 인상을 좌우하는 건 단추다. 디자이너들은 슈트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단추만으로 크고 작은 변주를 시도했다. 단추 위치를 옮기고, 간격을 줄이고, 때로는 과감히 비워두는 방식으로 말이다. 일례로 샤넬은 잔잔한 하운드투스 체크 슈트를 오프닝 룩으로 내세웠다. 익숙한 슈트인데 어딘가 달라 보이는 이유는 띄엄띄엄 배치한 단추에 있다. 플라워 모티프의 금장 단추를 라펠 시작 지점과 밑단에만 배치하고 라펠을 자연스럽게 여며 칼라리스 디자인을 완성했다. 비워둔 단추 라인 덕분에 전체 인상이 훨씬 더 세련돼 보인다. 톤 다운된 더스티 핑크 슈트를 선보인 스텔라맥카트니도 눈길을 끌었다. 어깨를 강조한 남성적인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단추를 허리선 아래로 낮게 달아 느슨한 태도를 유지했다. 반면 페티코는 셔츠 단추만큼 촘촘히 채운 재킷에 허리까지 길게 떨어지는 칼라 셔츠를 매치해 특유의 개성을 드러냈고, 페라가모는 사선으로 튼 단춧구멍이 돋보이는 재킷으로 전통적인 테일러링에 위트를 한 스푼 더했다.

LOW WAISTLINE

허리선은 옷의 중심선이다. 몇 센티미터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것만으로도 전체적인 인상은 크게 달라진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그 기준점을 조금 아래로 끌어내렸다. 셔츠에 골반쯤 걸친 미디스커트 차림으로 런웨이를 누빈 토리버치와 디아티코가 이런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낮아진 허리선은 벨트로 다시 한번 단단히 여몄다. 여성복에서 오랫동안 강요해온 잘록한 실루엣 대신 뭉툭하고 직선적인 비율이 오히려 더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팬츠도 예외는 아니다. 레이첼코미는 롱 블라우스에 와이드 팬츠를 매치하고 벨트를 골반 아래로 느슨하게 착용해 로 웨이스트라인 비율을 만들었고, 뮈글러는 같은 베이지 톤의 톱과 팬츠로 낮은 허리선을 더욱 강조했다. 허리선이 몇 센티미터 내려왔을 뿐인데 입는 사람의 분위기까지 달라 보인다.

WRINKLE TEXTURES

올봄에는 다리미를 잠시 내려놓아도 좋겠다. 의도적으로 구김을 준 소재가 컬렉션에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토템은 미세한 주름으로 가득한 브이넥 드레스와 재킷 셋업으로 트렌드 선봉에 섰다. 저마다 다른 형태의 주름들이 빛을 받아 소재에 깊이를 더하며 단조로운 실루엣에 입체감을 부여한다. 재킷을 손에 쥐고 걷는 무심한 태도까지 더해지면 여유로운 분위기가 살아난다. 캘빈클라인 역시 한층 구겨진 인상의 슬립 드레스로 약간은 반항적인 인상을 남겼고, 하이엔드 스포츠 정신을 잇는 오니츠카타이거는 장롱에서 막 꺼낸 듯한 구겨진 블라우스에 지퍼 장식 미니스커트를 매치해 캐주얼의 품격을 높였다. 한발 더 나아가 보스는 단정한 셔츠 위에 굵직한 주름이 진 가죽 재킷과 스커트를 셋업으로 입어 오피스 룩으로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살다 보니 잘 다린 옷보다 자연스럽게 주름 잡힌 옷이 더 멋있어 보이는 날도 온다.

MATERIAL VARIATION

이번 컬렉션을 감상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숨은 디테일 찾기다. 멀리서 보면 지나칠 만큼 담담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소재의 변주가 이어졌다. 특히 한 몸처럼 통일된 오브제를 활용한 옷들이 눈에 띄었다. 보테가베네타는 하우스의 상징인 위빙 기법을 트렌치코트 라펠과 견장 일부에 적용했다. 별다른 장식 없이도 위빙 특유의 질감만으로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스텔라맥카트니는 뱀의 비늘을 떠올리게 하는 비즈 장식을 덧입힌 화이트 재킷으로 실루엣에 힘을 보탰고, 프로엔자슐러는 블랙 베스트와 스커트 셋업 위에 같은 색 자수로 꽃과 식물을 새겨 은근한 입체감을 만들었다. 올이 살짝 풀린 듯한 마감 덕에 일반 자수와는 다른 공예적인 질감이 살아난다. 발망 역시 소재 자체로 승부를 걸었다. 해변의 모래를 떠올리게 하는 거친 직물 위에 작은 조개와 따개비 조각을 더해 표면의 입체감을 강조했다. 과장된 장식 대신 소재와 기법만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린 룩들이었다.

#마이크로디테일 #마이크로패션 #여성동아

기획 강현숙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레이첼코미 바움운드페르드가르텐 지방시 카르벤 캘빈클라인 커먼스웨덴 토템 페라가모 페티코 프로엔자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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