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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잡은 ‘99원 생리대’ 남은 숙제는 ‘안전성’

이슬아 기자

2026. 03. 27

대통령의 한마디에 유통업계가 너나없이 저가형 생리대를 쏟아내고 있다. 그간 생리대 가격을 끌어올린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2023년 한국 생리대의 개당 평균 가격은 해외 생리대에 비해 약 40%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2023년 한국 생리대의 개당 평균 가격은 해외 생리대에 비해 약 40%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생리대를 쓸 것이냐. 매달 가임기 여성들을 고민하게 하는 주제다. 좀 비싸더라도 유기농 순면 커버와 흡수체를 사용한 프리미엄 생리대냐, 가성비는 있지만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남는 일반 생리대냐 하는 기로에 선다. 2017년 ‘생리대 파동’의 기억은 이때 상당수 여성을 전자 쪽으로 이끌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 유해성 조사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 물질의 독성 수치가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으나 여전히 학계 등에서는 식약처 계산법의 타당성, 장기 노출 시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강조한다. 

그 여파로 현재 한국 여성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돈으로 안전을 사는’ 소비 흐름이 나타나면서 유기농·친환경 생리대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 기존 생리대 제조사는 물론 스타트업에서도 고품질을 앞세운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를 줄줄이 론칭했고, 생리대 가격이 상향 평준화됐다. 2023년 한국 생리대의 개당 평균 가격은 해외 생리대에 비해 40%가량 더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여성환경연대 ‘2023 일회용 생리대 가격 및 광고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 국내 물가 상승 추이와 비교해봐도 생리대 가격 상승 폭은 두드러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생리대 물가지수를 100으로 설정했을 때 2025년 3분기에는 그 수치가 118.48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인 14%를 훌쩍 넘어선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이처럼 비싼 한국 생리대 가격을 거론하며 “기본적 품질의 싼 생리대도 팔아야 한다” “고급이라는 이유로 바가지 씌우는 것을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예 국가가 위탁 생산해 무상 공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유통업계는 즉각 ‘초저가 생리대’를 출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쿠팡이다. 쿠팡은 2월 자체브랜드(PB) 생리대 ‘루나미’ 가격을 최대 29% 내렸다. 중형 기준 개당 99원으로 가격 인하 이틀 만에 50일 치 재고가 동나며 품절 대란을 빚었다. 다이소는 생리대 제조사 깨끗한나라와 협업해 5월부터 개당 100원 수준인 ‘10매 1000원’ 생리대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홈플러스가 최초로 99원 생리대 ‘샐리의법칙 니즈원’(중형 기준)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LG유니참도 3월 저가형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소비자들은 생리대 가격 인하를 환영하고 있다. X(옛 트위터)에서는 “이렇게 내릴 수 있으면서 여태 비싸게 판 게 괘씸하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가격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유통사 간 경쟁에 들어가니 확실히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같은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 “생리대 속 화학 물질 부작용 공개해야”

다만 그동안 생리대 가격이 치솟은 원인이 유해성에 대한 우려 때문인 만큼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깔창 생리대 사건을 생각하면 생리대 가격이 이 정도로 낮아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생리대 파동 이후로 패드부터 흡수체까지 모두 자연 유래 소재인 제품만 사용하고 있어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해도 (최근 출시된 저가형 제품들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생리대에 따라 생리통 수준이 너무 달라져 싸다고 하면 의심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 “비싸다고 안전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성분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생리대 안전성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국내 생리대 가격 구조와 저가 생리대 생산 정책 검토’ 보고서에서 “가격 인하를 목표로 한 생산 장려는 안전성 논란을 재점화하고 정책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겪은 국민이 화학 성분에 대해 느끼는 강한 우려를 고려해 생리대 속 화학 물질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식약처 조사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추가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정희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생리대 안전성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확대돼야 하는지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식약처는 생리대 파동 이후 매년 VOCs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의 안전 기준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을뿐더러 시간이 지나면서 중금속, 과불화화합물, 미세플라스틱처럼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판단되는 물질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생리대에 중금속,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되는 것을 금지 또는 제한하고 있는데, 한국도 이에 맞춰 안전성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제품 전 성분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점은 바람직하나, 그래서 각각의 성분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여전히 개인의 몫으로 남아 있다. ‘나는 이 성분이 들어 있으면 간지럽거나 따끔거리더라’ 하고 알음알음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생리대 속 모든 화학 물질에 대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정부가 설명하는 등 책임을 다해야 한다.”

#생리대 #저가생리대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뉴시스 사진출처 쿠팡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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