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로 조깅은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딱 맞는 운동이다. 지난 연말 즈음부터 러너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더니 올해는 러닝 트랙, 공원 등에서 천천히 달리는 슬로 조깅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도 관심의 척도를 확인할 수 있다. 슬로 조깅을 검색하면 맨 위에 노출되는 영상은 업로드 4개월 만에 조회수 101만 회를 넘겼다. 또 슬로 조깅 방법을 알려주는 짧은 동영상은 조회수 50만~6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러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슬로 조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천천히 달리는 이 운동에 대해 가장 처음 갖는 의문은 ‘과연 운동이 될까’이다. 하지만 슬로 조깅의 효과는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2019년 학술지 운동 및 운동 과학 저널(Journal of Kinesiology and Exercise Sciences)에 게재된 논문 ‘슬로우 조깅 건강 증진을 위한 다차원적 신체 활동 접근법: Slow jogging a multi-dimensional approach to physical activity in the health convention’에 따르면 슬로 조깅은 심혈관 질환 및 순환계 질환, 근감소증 등 질병을 예방 또는 완화하고 전반적인 체력을 향상하는 데 효과적이다. 아마추어 러너의 경우 운동 능력 향상 및 체지방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프로 운동선수들 역시 경기력 향상을 이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슬로 조깅이 심장 기능 향상, 다이어트 등 운동 강도에 비해 효과가 높은 경제적 운동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살살 뛰지만 살은 쭉쭉”
슬로 조깅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크게 5가지다. 첫 번째는 심장 기능 향상이다. 보통 격렬한 운동 후에는 심박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이는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심박수를 증진하지 않는 저강도 운동으로도 충분히 심장을 강화할 수 있다. 포인트는 심장에서 배출되는 혈액의 양, 즉 박동량에 있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배출하는 혈액의 양이 늘어나면 우리 몸에 산소와 에너지를 많이 공급할 수 있어 심장 기능은 물론 운동 능력까지 높일 수 있다. 이 박동량을 늘리는 데 슬로 조깅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외에 혈관의 탄력성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줘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 심뇌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도 예방한다.두 번째는 심장 기능 향상을 바탕으로 ‘지구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 느리게 달리면 심장과 폐, 근육이 전반적으로 강화된다. 실제로 엘리트 달리기 선수들도 최대 심박수의 55~65% 수준인 2구간 달리기를 통해 신체 능력을 단련한다. 이 속도는 체내 미토콘드리아 밀도와 근육 내 산소 운반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의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몸 전체의 에너지 처리 능력과 신체 능력을 함께 높여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세 번째 효과는 부상 방지와 회복력 강화다.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주는 고강도 운동과 달리 가벼운 저강도 운동은 부상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고강도 운동으로 인해 심혈관계나 호르몬계에 가해지는 부하도 줄일 수 있는 만큼,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할 수 있다.
위의 3가지 장점은 특히 러닝 초보자와 중노년층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운동 능력이 낮고 부상 위험성이 높은 이들이 부담 없이 운동하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 일례로 후쿠오카대 운동생리학 연구 팀은 평균 나이 70.8세 노인 81명을 대상으로 12주간 슬로 조깅을 실험한 논문을 발표했다. 실험 결과 참여자들의 피하 지방과 근육 지방은 감소했고, 근육 기능은 개선됐다. 특히 앉은 자세에서 일어서는 능력이 향상됐다고 한다. 올해로 92세인 아키히토 일왕이 자신의 건강 비결로 슬로 조깅을 꼽아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네 번째로 슬로 조깅은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연결고리다. 다이어터 대부분이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 탄수화물을 먼저 소비한 뒤 회복하는 과정에서 지방을 털어내는 고강도 운동과 달리, 저강도 운동은 체내에 저장된 지방을 먼저 소모한다. 격렬한 고강도 운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저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체지방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슬로 조깅은 비만인들에게도 무리 없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달릴 때 무릎 관절과 연골에 무리가 가는데, 슬로 조깅은 이와 같은 부담이 적기 때문. 실제 러닝 전문 유튜브 채널 ‘런업TV’에는 “슬로 조깅으로 120kg에서 70kg까지 살을 뺐다” “30분 했는데 숨은 별로 안 차고 땀은 많이 난다. 살 빠질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마지막으로 슬로 조깅의 효과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적당한 운동을 할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생성되고, 기록이나 달성도에 연연할 필요도 없어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가볍게 달리는 슬로 조깅의 특성상 러닝 크루나 파트너가 함께 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감정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슬로 조깅 창시자 다나카 이로아 교수가 출간한 도서 ‘SLOW JOGGING’.
“좁은 보폭에 발 앞부분으로 착지하세요”
슬로 조깅에 도전하고 싶다면 몇 가지 유의 사항을 기억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속도 조절이다. 몸무게, 체력 등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시속 3~6km가 알맞다. 전문가들은 슬로 조깅을 할 때 이상적인 운동 강도를 “최대 심박수의 65% 전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대 심박수는 사람마다 다른 데다 개인이 측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일상 속에서 쉽게 슬로 조깅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호흡’이다. 이야기를 나누는 데 무리가 없거나, 노래를 불러도 숨이 차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 만약 달리기를 하다 숨이 가빠오면 반드시 속도를 낮춰야 한다. 얼마나 빨리 뛰는가 또는 얼마나 멀리 뛰는가 대신 ‘얼마나 오래 뛰는가’를 목표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하루에 30~40분 달리기를 권장하고, 운동 효과를 높이고 싶다면 1시간까지도 추천한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달려야 하므로 가족, 친구나 러닝 크루와 함께 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가장 중요한 건 보폭을 좁게 유지하고 발 앞부분으로 착지하는 것이다. 흔히 ‘포어풋 스트라이크(forefoot strike)’라고 부르는 앞발 착지는 발가락 또는 엄지발가락 아래쪽 발볼 부분이 지면에 먼저 닿는 것이 포인트다. 이 방식으로 달리면 앞꿈치가 지면에 닿으면서 가볍게 점프하는 동작이 반복적으로 이어져 사뿐사뿐 뛰는 모양이 된다. 이는 무릎이나 골반, 허리로 가는 충격을 줄여 부상 위험을 낮춘다. 포어풋 스트라이크 주법이 익숙하지 않다면, 몸을 기둥이라고 생각하고 허리를 쭉 편 상태에서 양발을 11자로 두고 가볍게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연습해보자.
#느리게달리기 #슬로조깅 #여성동아
사진 언스플래시 사진출처 유튜브 Slow Jogging 캡처 도서 ‘SLOW JOGGING’(다나카 히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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