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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올 타임 클래식 애슬레저 룩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5. 05. 29

균형 잡힌 몸과 마음을 지향하는 태도가 곧 스타일이 되는 시대다. 클래식과 스포티가 어우러진 2025년식 애슬레저는 일상의 품격을 끌어올리며 하이패션의 중심을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

유니폼 어디까지 가봤니?

등번호가 찍힌 스포츠 유니폼이 경기장을 벗어나 런웨이를 달린다. 일상과 스포츠의 경계를 허문 블록코어(유니폼 스타일의 의류를 일상복으로 활용하는 패션) 트렌드는 이제 단순한 스포츠웨어를 넘어 하나의 패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레이스 선봉에는 가니가 섰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테 레프스트루프는 섬유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한 폴리에스터의 한 종류인 독자적인 사이코라 소재를 컬렉션 전반에 적용했다. 신소재를 입고 탄생한 가니 팀의 ‘13’ 넘버링 드레스는 풍성한 실루엣과 깊은 슬릿 디테일로 스포츠 유니폼을 단숨에 하이패션 무드로 격상시켰다. 보드는 강렬한 레드 넘버링 티셔츠에 브리프, 프린지 스커트를 매치하며 ‘하이 애슬레저’다운 면모를 드러냈고, 알렉산더왕은 홀터넥 스타일의 레터링 저지 톱과 트랙 팬츠로 한층 절제된 스포츠 룩을 연출했다. 디스퀘어드2는 아예 프로레슬링을 테마로 컬렉션을 전개해 넘버링 블라우스에 비키니를 덧입는 과감한 연출로 애슬레저 룩의 클리셰를 깨부쉈다. 디비전 역시 기능성 원단 위에 레터링 프린트를 얹은 셋업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바통을 이어받았다. 

반전 아노락

1980~90년대 아버지의 옷장에서나 볼 법한 아노락(모자가 달린 가볍고 짧은 재킷)을 하이패션계로 끌어올린 건 2018년의 발렌시아가다. 프랑스 파리의 공원에서 선보인 그해 S/S 컬렉션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실제 젊은 아빠들이 모델로 등장해 본격적인 아노락 트렌드의 포문을 열었다. 그 시절 발렌시아가처럼, 이번 시즌에도 패션 하우스들은 아노락을 과감하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하고 나섰다. 특히 이브닝 웨어의 파격적인 믹스 매치가 눈에 띈다. 프라다와 넘버투애니원은 반짝이는 시퀸 드레스에 선명한 옐로 컬러 바람막이 점퍼를 매치해 시각적 충돌을 즐겼고, 버버리 역시 은빛 술 장식 드레스 위에 레인코트풍 아노락을 걸쳐 반전의 매력을 드러냈다. 에밀리오푸치는 보다 직접적으로 스포츠웨어의 미학을 풀어냈다. 스팽글 드레스 위에 칼라 깃이 높게 세워진 크롭트 집업 재킷을 더해 아노락의 관능적인 면모를 이끌어냈다. 이 외에도 사카이는 색채, 소재, 실루엣 전반을 변주하며 전통적인 아노락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난 세련된 모던 룩을 선보였다.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된 아노락은 애슬레저 스타일의 폭을 넓히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보디슈트와 테일러링이 만나면



보디슈트는 이번 시즌 가장 클래식하게 진화한 애슬레저 아이템 중 하나다. 슈트 차림에 뻔한 셔츠 대신 보디슈트를 대입하면 실루엣은 매끈하게 정돈되고 전체적인 무드는 한결 여유롭고 세련돼진다. 스텔라맥카트니는 보법부터 남달랐다. 베스트 디자인을 그대로 따온 실크 보디슈트에 견고한 테일러드 재킷을 더해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를 아주 우아하게 무너뜨렸다. 전체적인 룩을 올 화이트 컬러로 통일해 정제된 무드를 강조한 점도 눈길을 끈다. 빅토리아베컴 역시 살결이 드러나는 화이트 시스루 보디슈트에 재킷과 슬랙스를 세트처럼 연출해 스타일 감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미우미우와 디아티코는 그레이 톤의 보디슈트 룩으로 도회적인 무드를 강조했다. 무채색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등장한 오프화이트의 강렬한 레드 보디슈트 룩은 단연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찔한 클리비지 라인의 보디슈트에 로 웨이스트 슬랙스를 매치한 담대한 스타일은 애슬레저의 품격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여기에 볼드한 골드 이어링과 가죽 장갑, 미니 백까지 보디슈트 특유의 미래적인 감성이 한층 더 짙어졌다.

매일 입고 싶은 레깅스

한때 운동복 개념에 머물렀던 레깅스와 바이커 쇼츠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포멀과 캐주얼 룩 어디에나 활용되며, 멋과 실용성을 겸비한 아이템으로 자리를 굳힌 셈이다. 준야와타나베처럼 블랙 쇼츠 레깅스에 루스한 하프 재킷을 툭 걸치면 출근 룩으로도 손색없다. 조금 더 가볍고 경쾌한 무드를 원한다면 루이비통의 컬렉션이 좋은 참고가 된다. 리본 장식 블라우스에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스트라이프 레깅스로 리듬감을 더하고, 체크 패턴 트위드 재킷으로 안정감을 잡아냈다. 레깅스는 단독으로도 멋스럽지만, 보디슈트와 레이어드하면 요즘 유행하는 발레코어 무드를 표현하기에 제격이다. 안드레아스크론탈러 포 비비안웨스트우드는 메탈릭한 질감의 레깅스에 보디슈트를 겹쳐 입고, 셔링 장식 아우터와 리본 벨트로 로맨틱한 감성을 극대화했다. 페라가모는 레드 레깅스에 베이지 보디슈트를 매치하고, 꼬임 디테일 톱으로 우아한 발레리나 룩을 완성했다. 한편, 오토링거는 커팅 디테일이 돋보이는 레깅스에 조형적인 드레이핑 톱을 더해 보다 컨셉추얼한 애슬레저 무드를 완성했다. 레깅스는 움직임을 위한 옷이 아니라 취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스타일 방식이 되고 있다.   

#애슬레저룩 #스포츠웨어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넘버투애니원 디비전 보드 알렉산더왕 에밀리오푸치 준야와타나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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